상업주의로 성공하고 무역과 장사로 나라를 일군 네덜란드 인들, 그들에게 마케팅과 광고는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 였다. 여러 단계를 거쳐 발전한 네덜란드의 광고, 현재 네덜란드 광고의 특징이라면 기발한 아이디어와 하께 같은 소재도 한번 더 뒤틀어 표현할 줄 아는 노하우다.
최란아 I <네델란드 엿보기> 저자
수도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네덜란드 도시의 첫인상은 고요한 편이다. 옥외광고는 생각만큼 눈에 띄지 않고 밤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불야성을 이루는 우리나라와 너무 다르다.
네온사인이나 대형 전광판 등을 이용한 광고도 거의 없다. 도시 규모가 작은 데다 고층 건물이 드물어 네온사인을 이용한 광고가 적절치 않기도 하고, 저녁이면 집에 들어가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들의 생활습관 때문에 번쩍거리는 광고를 해도 그걸 보아줄 사람이 없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표면만 봐선 세계 곳곳에서 범람하는 각종 옥외광고와 첨단 기술을 빌린 거대한 LED 화면을 쉽게 볼 수 없어자칫 ‘별거 없는 광고시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독특하고 기발한 발상의 광고의 샘을 발견할 수 있다.
카피 한 줄이 바꾼 도시 이미지
암스테르담은 회사와 거주민의 확보와 보다 많은 관광수입을 위해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티 마케팅을 전개했다. ‘창의적, 혁신적, 상업적인 도시’를 핵심 가치로 놓고, 문화의 도시, 운하의 도시, 만남의 도시로 이미지를 개선하는 시티 마케팅을 펼친 것.
슬로건은 아이암스테르담(I Amsterdam). ‘I am Amsterdam’에서 파생된 ‘I Amsterdam’이라는 슬로건으로 시민과 관광객에게 도시에 대한 친근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기엔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암스테르담 그 자체이며, 우리는 암스테르담을 위해 살고 발언한다’ 등의 부수적인 기치들이 뒤따랐다.
미디어도 한몫했다. 신문과 방송 매체, 아트 잡지들은 아이암스테르담 캠페인을 적극 홍보했고, 암스테르담의 미술관과 콘서트홀, 공원과 운하 등 공공 지역에서는 각종 문화 행사가 다발적으로 열렸다.
암스테르담은 이 캠페인을 통해 지저분 한 매춘과 마약의 도시라는 인식을 벗고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인상을 심는 데 성공했다.
광고에 비친 여유로운 생활상
먹고사는 기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보다 나은 여가 생활을 누리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네덜란드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알버트 하인(Albert Heijn)의 생활 잡지와, 남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하이네켄 광고는 이러한 소비 심리를 잘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3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알버트 하인이 고객에게제공하는 서비스 중 하나가 알버트 하인 잡지다. 잡지는 알버트 하인에서 구입할 수 있는 각종 식재료와 소스, 요리법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바쁜 북유럽인의 생활에 도움을 주면서 슈퍼마켓의 매출을 올리는 마케팅 수단이다.
한편 남녀평등 의식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아 오히려 여성 중심 사회가 된 듯한 네덜란드에서 남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음을 강조한 하이네켄의 전파광고는 그 신선한 발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 집에 들어선 네 명의 여자가 이층에 올라가 옷장 문을 연다. 침실만 한 거대한 옷장 안에는 옷과 구두가 가득하다.
부의 상징처럼 보이는 옷장방에서 여자들은 기쁨으로 소리를지르며 어쩔 줄 모른다. 그러는 와중 어디선가 남자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네 명의 남자들이 하이네켄 맥주로 가득 찬 냉장고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절대적인 행복감이 넘쳐흐른다. 행복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긴 광고다.
득 찬 냉장고에 서 있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들의 얼굴에는 절대적인 행복감이 넘쳐흐른다. 행복이라는 강한 메시지가 담긴 광고다.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
네덜란드인들은 환경을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는의무감이 아주 분명하다.
그런 환경 의식을 바탕으로 등장한광고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플라스틱 분리 배출 캠페인과 자동차를 함께 나누어 사용한다는 그린 휠스 캠페인, 그리고 커피메이커 보둠(Bodum)의 광고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플라스틱 분리 배출 캠페인은 날로 늘어나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제한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분리배출하자는 데에 목표가 있다.
이에 플라스틱 영웅(PlasticHero)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분리 배출을 권장한다.
자동차의 개인 소유를 줄이고 공동으로 사용하자는 개념의그린 휠스(Green Wheels) 캠페인은 70개 도시에 100여 대의 자동차를 구비해 사람들이 자동차를 픽업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체화되었다.
자동차를 소유해 발생하는 자동차 유지비, 보험료, 주차비 등을 절약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으로 자동차를 빌릴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선호한다.
또한 공유 자동차에는 그린 휠스 캠페인 문구를 래핑해 많은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했다.
커피메이커 보둠의 광고는 네스프레소(Nespresso)의 에스프레소 캡슐의 낭비를 보여주며 환경 친화 커피를 마시자고 강조한다.
네스프레소는 스위스 회사 네슬레에서 개발한 에스프레소 기계로 커피가루가 아닌 커피가루가 든 캡슐을 넣어 에스프레소를 만든다.
다양한 향과 농도별로 간단하게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어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으나 빈 캡슐 쓰레기를 만든다는 환경 문제를 낳고 있다.
이를 공격한 초록띠를 두른 보둠의 커피메이커 광고는 커피 애호가들의 양심에 호소한다. 지구를 살린다는 자부심이 드러난 광고다.
전통적인 터치로 오감을 자극하다
성(性)이 개방된 나라 네덜란드에서 반라나 알몸을 드러내는광고는 예나 지금이나 전통적인 광고 방법으로 사랑받는다.
80년대 초, 한 속옷 회사가 ‘면과 라이크라의 혁명’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브랜드 ‘슬로기(Sloggi)’를 론칭했다. 부드럽고탄력적인 소재의 슬로기는 이후 30여 개국에 판매되면서 큰인기를 끌었고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속옷 브랜드로 성장했다.
제품 특성상 섹시함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데, 네덜란드도 예외가 아니어서, 탄력적인 반라의 모델을 내세운슬로기 광고는 가히 눈부시다.
섬유 관련 제품 슈퍼마켓으로 유명한 제이만(Zeeman)은 남성용 노란 박서를 인터넷을 통해 무료로 나눠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 캠페인으로 단숨에 1만 장 이상의 남성 속옷을 판매하는 성과를 거두어 회사 매출도 급성장했다.TV 채널인 크로(Kro, Katholic Radio Omroep)는 종교채널임에도 불구하고,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인쇄광고에서 벌거벗은 몸을 보여주어 눈길을 끌었다.
물론 다정하게 침대에 앉은 두 노인의 벗은 뒷모습은 섹시함과 거리가 멀다. 아담과 이브를 연상시키는 면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감히, 해로하는 즐거움을 벗은 몸의 남녀로 표현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몸으로 생활하는 자연주의자가 존재하고 웬만한 사우나는 혼탕인 나라에서만 가능한광고가 아닐까 싶다.
미디어 분야에 있어 아이디어 탱크로 알려진 네덜란드의 광고는 사람들의 실생활을 반영하면서 트렌드를 주도하는 노련함으로 빛난다. 그들의 첨단 아이디어가 어느 방향으로 진화해갈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