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스노우 잼의 최대 성과는 바로 현장을 취재한 CNN·NHK· AP통신·뉴욕타임스 등 해외 65개 매체, 그리고 대회를 중계한 170여 개 TV 채널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서울과 그 중심에 있는 광화문 광장을 노출한 점이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에는 ‘겨울 시즌 서울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대회의 장소’라는 하나의 스토리를 입혔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2007년부터 서울시의 해외 마케팅을 전개해오면서 서울에 위와 같은 글로벌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고, 풀어야할 과제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것이 바로 ‘빅 에어’ 이벤트이다.
지난 1년 동안 LG전자의 FIS 스노보드 월드컵대회 스폰서십을 담당하면서 빅 에어라는 이벤트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때 런던이나 바르셀로나와 같은 도시에 대형 점프대를 설치해 스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스노보드대회를 개최한다는 발상에 매우 놀랐고, ‘언젠가 서울에서도 할 수 있으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갖기도 했었다.
그 기회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대회 개최를 통해 2009년 8월 새롭게 선보인 광화문 광장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빌딩하자는 제안이 받아들여지면서 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FIS 스노보드 월드컵 빅에어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대회의 규모만큼 난관도 많았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상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한다는 데에 있어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점프대 건설에 드는 막대한 예산 또한 당시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우선 예산에 대한 해결책은 현대카드라는 타이틀 스폰서 영입을 통해 찾게 되었다. 매우 마케팅 지향적이면서 슈퍼매치·슈퍼콘서트 등의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현대카드는 마침 다음의 슈퍼매치를 위해 참신하고 규모가 큰 마케팅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이러한 그들에게도 ‘도심 한복판 대형 점프대에서 벌어지는 세계적인 라이더들의 스노보드 대회’라는 아이디어는 충분히 매력적이었기에 스폰서 참여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다.
현대카드의 슈퍼매치 아이템 물색, 그리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예산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스폰서, 필요라는 서로의 니즈가 충족되면서 서울 빅 에어 대회는 ‘서울 스노우 잼 presented by 현대카드’라는 타이틀로 거듭나게 되었다.
또한 시민들의 시선이나 반응에 민감한 상황에서 국내 동계스포츠의 활성화 및 저변 확대를 통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한다’라는 명분을 세운 이번 대회는 더욱 더 큰 의미를 추가하게 되었다.
Miracle
이런 야외대회 또는 행사를 준비할 때 가장 신경 쓰이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날씨다. 다른 어려움들은 어떻게든 사람의 힘으로 해결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날씨는 확실한 예측과 제어가 안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회 당일의 우천은 대회 취소로 이어질 수도 있었고, 이번처럼 야외에서 눈을 만들어 점프대를 설치하는 상황에서 만약 비가 내려 눈을 녹이게 되면 치명적이었다.
아뿔사~ 우리의 염려대로 대회가 시작되는 주에 비와 눈이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로 걱정이 태산 같은 상황. 그러자 독실한 신자이신 서울시의 구종원 팀장님은 점프대의 프레임이 완성되면서부터 매일 밤 새벽 2시든 4시든 점프대의 꼭대기에 올라가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당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던 우리에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프대로 올라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믿음직스러웠고, 이러한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날씨가 좋기를 기대했다.
대회 이틀 전부터 가볍게 내리던 겨울비. 대회 당일에는 거짓말처럼 그쳤고 이후 대회가 진행되는 사흘 동안은 정말로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고 또 시민들은 편하게 대회를 즐길 수 있는 포근한 날씨가 이어졌다(대회 이후 구 팀장님은 날씨를 움직인다고 하여 ‘제갈 종원’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대회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광화문 광장으로 출근했다. 점프대를 취재하러 나오는 언론사들이 하나같이 점프대 위에서 촬영을 원했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13층 높이의 점프대 위를 걸어서 올라갔다 내려와야 했다.
거기에 야근은 기본, 철야는 선택이었지만 집에 다녀올 시간조차 부족해 광화문 근처 호텔에서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 추가로 언론에서는 그 어떤 빅 에어 대회보다 안전하게 설계하고 건설한 점프대에 대한 안전 문제 및 광화문 광장의 사용 용도 등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다루어 대회가 시작하기 직전에는 몸도 마음도 너무 피곤한 상태였다.
Take Off
그 전부터 막연한 느낌은 있었지만, 이것이 대단한 대회라고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은 대회가 시작되는 11일 낮부터였다. 선수들이 눈 적응 훈련을 위해 하나둘씩 점프대를 내려오기 시작하면서 광화문 주변의 모든 움직임이 멈추고 점프대를 주목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김씨, 차 안에서 신호대기중인 이씨, 광화문 주변을 걷던 홍씨, 주변 건물 안에 있는 박씨 등등 모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점프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왠지 모를 희열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 동안 쌓인 모든 피로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멋진 점프가 나왔을 때 터져 나오는 함성, 선수가 넘어졌을 때 들리는 아쉬움의 탄성에는 마치 공연장에 나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녁부터 시작된 프리스타일 쇼는 환상 그 자체였다. 서울의 새로운 명소 광화문 광장, 백설을 안은 초대형 스노보드 점프대, 화려한 조명, 절묘한 트릭을 선보이는 세계적인 스노보더들, 그리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변을 가득 메운 시민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정말 그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해 내었다.
그리고 사흘 후 2009 서울 스노우 잼 대회는 아무런 사고 없이 안전하게 폐막을 할 수 있었다.
Landing
하나의 프로모션 또는 대회에 대한 평가는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이루어진다.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간 약 26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을 찾아 대회를 관람했는데, 이는 2002 월드컵 이후 시위를 제외한 단일행사 또는 대회에 집결한 최다 인원이다.
대회를 관람한 시민들 중 약 90%가 이러한 대회가 내년에 다시 개최되기를 희망한다고 대답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또한 매우 창의적인 대회라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3일차 스노보드 월드컵 대회를 주관한 국제스키연맹에서는 ‘The race was perfectly organized’라며 극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서울 스노우 잼의 최대 성과는 바로 현장을 취재한 CNN·NHK·AP통신·뉴욕타임스 등 해외 65개 매체, 그리고 대회를 중계한 170여 개 TV 채널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서울과 그 중심에 있는 광화문 광장을 노출한 점이다. 아울러 광화문 광장에는 ‘겨울 시즌 서울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대회의 장소’라는 하나의 스토리를 입혔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앞에 언급한 세계 곳곳의 랜드마크들도 처음부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진 명소는 아니었다. 다양한 경로 및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스토리가 입혀지고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한 도시를 대표하는 장소가 되었다.
광화문 광장 또한 이 대회를 계기로 수많은 스토리가 입혀지고 덧칠이 되어 언젠가 서울을 연상하게 되는 랜드마크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원지훈 | GBS3팀 | chriswon@hsad.co.kr 차가운 도시의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