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이희욱(브랜드마케팅연구소부장)
마케팅이라는 단어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바로 ‘경쟁자와 싸워 이기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뭐 없을까?’ 나도 그런 질문을 던지고 받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어디 마케팅뿐이랴? 브랜드 전략도 있다! 그런 질문에 자문자답(自問自答)하고 싶은 욕심에 여러 책을 읽다가 이 책을 만났다.
책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제목이 참 멋지다는 것. ‘1등 브랜드와 싸워 이기는 전략’이라니! 저자의 이름은 애덤 모건(Adam Morgan). 오호, TBWA의 플래닝 디렉터 출신이라고? 게다가 그가 담당한 광고주가 애플, 앱솔루트, 버진애틀래틱, 닛산이었다고? 좋아 읽어보자! 물론 읽고 나서의 느낌은?
이 책을 주제로 글을 쓰는 걸 보면, 대충 짐작하리라.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는 내가 이 책의 서평을 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소비자는 없고 청중도 없다는 저자의 도발적인 주장 때문이다. 둘째, 도전자 브랜드는 소비자를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과감하게 행동한다는 주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비자에게 순응하기보다 기업(또는 브랜드)이 소비자를 이끄는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성공적인 브랜드를 만들려면 소비자를 안달 나도록 괴롭히는 마케팅을 구사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광고에 대한 의존성을 낮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마케팅계의 외도(外道)인 ‘보랏빛 소가 간다’ ‘포스트모던 마케팅’과 같은 선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독해보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진짜 메시지는 마케팅, 브랜딩 과정에서 불필요한 것은 ‘희생’하고, 필요한 것에는 과도하게 ‘헌신’함으로써 경쟁자와 확실하게 구분되는 ‘등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별적인 포지셔닝을 중시하는 정도(正道) 마케팅인 셈이다. 마치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하는 자동차를 본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저자의 주장은 명쾌하다. ‘등대 브랜드’는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을, ‘희생’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포지셔닝을, ‘헌신’은 제품·서비스·광고를 과도할 정도의 수준으로 높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기업을 아이디어가 넘치는 항구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마케팅 전략을 넘어 경영 전략으로 월경(越境)해버린 느낌이 든다.
전략에 관한 이야기는 다소 일반적 수준에 그치지만 전술적 관점에서 이 책은 내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기업의 새로운 각오와 변화를 알리기 위해 사장실을 폭파하는 광고를 내보낸 햄버거 체인점, 음료 업계에서 터부시하는 검은색을 패키지 디자인을 사용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들인 영국의 음료 업체, 단 한 번의 파격적인 만우절 광고를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알린 앱솔루트 등.
책에 담긴 많은 이야깃거리는 현기증이 날 정도로 두꺼운 마케팅 책과 거의 비슷한 내용의 브랜드 관련 책을 통해 구도(求道)의 길을 걷던 나에게 여행의 고단함을 잠시 잊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