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6팀 송상헌 차장
한 우물만 파는 진득함만이 미덕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요즘 세상은 이 우물, 저 우물 옮겨 다니더라도 손대는 우물마다 물이 고이게 하는 다재다능에 찬사를 보낸다. 멀리서 보면 마냥 부럽고 가까이서 보면 정말 재주 좋은 사람들, 광고 6팀 송상헌 차장을 만나 손대는 우물마다 물이 고이게 하는 비결을 물었다.
남다른 경력이 만든 폭넓은 시야
보통 경영학을 전공하면 재무나 마케팅 둘 중 하나로 진로가 나뉜다.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금융회사였다. 코리안리(대한재보험)에서 3년 정도 자금 투자와 관련된 일을 하던 그는 MBA를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학위를 받은 후 그는 뜻밖에도 제일기획으로 향했다.
브랜드마케팅연구소에서 다양한 브랜드 컨설팅하기를 2년, 그는 다시 AE로 변신했다. 자금 투자에서 마케팅까지, 상반되어 보이는 분야를 두루 거친 그는 공통분모를 이야기한다.
“투자가 다양한 자료와 근거 속에서 정답을 찾는 일이라면 광고는 답을 만들어가는 일이잖아요. 사람들이 시장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해 투자를 결정한다면 광고는 시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엇이니까요.”
남다른 그의 경력은 과거완료가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나열된 수치만으로 한 회사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다양한 회사의 다양한 문제에 솔루션을 찾던 경험이, AE가 된 그에게 시장부터 제품까지 두루 훑어볼 수 있는 좋은 안목과 광고주의 문제와 니즈를 바로 캐치해서 반영하는 순발력을 마련해 준 것이다.
비단 간접경험뿐만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3G모바일에 통달한 AE이다. MBA과정 중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동료들과 함께 인텔사가 의뢰한 세계 3G모바일 시장에 대한 프로젝트를 6개월 정도 진행했던 것. 국내에 3G 시장이 준비되기 4년 전 글로벌 시장에서 미리 경험한 덕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하는 SHOW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었다.
의리있는 취향
“KTF만 5년째 담당하다 보니 외부에서는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되게 아날로그적이에요. 취향이 굉장히 올드해요.”
그는 올드하다며 겸손하게 표현했지만, 듣고 보니 일단 빠져들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의리있는 취향을 소유자였다. PC통신 하이텔 시절에 가장 큰 규모의 동호회로 손꼽혔던 소리모꼬지 대표 시삽이었고, 비틀즈 팬클럽에서는 회장까지 하며 음악 애호를 넘어 한때 평론까지 했다. MP3플레이어를 비롯해 휴대폰, 전자사전, 내비게이션 등 휴대용 전자기기 무엇으로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는 결코 음악을 간편이 듣지 않는다.
지금도 음악은 CD나 LP로 듣는다. 오디오도 최신 조류와 관계없이 첫 정을 주었던 하이파이(Hi – Fi)로 듣고, 요즘은 일 때문에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비틀즈 같은 록밴드부터 재즈나 클래식까지 폭넓게 듣는단다. 그러니까 음악은 그가 판 또 하나의 우물인 셈이다.
진정한 외유내강
그는 AX가 되면서부터 KTF를 담당하다, 지금은 KT와 KTF가 통합되면서 QOOK과 olleh KT캠페인을 맡고 있다. 통합이후 광고주의 조직분위기도 바뀌는 중이고 olleh KT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지만, 그는 올해도 성공 사례를 만들 것이라 예감한다. 결코 성공을 떠벌리지 않고 내심 ‘하면 되지, 세상에 안 되는 게 어딨어’라고 자신하는 외유내강형. 송상헌 차장이 그렇다.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만, 저는 문제가 생기면 ‘까짓 답 못 찾아내겠어? 니가 이니나, 내가 이기나 보자’ 씨름하는 스타일잉에요. 세상에 답이 없는 일 없고,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더구나 광고는 답을 만드는 과정이니까 덤비고 궁리하다 보면 답도 나오는 거죠.”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는’과정의 어려움조차 극기복례(克己復禮)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보이게 만드는 사람, 그래서인지 생애 최고의 순간은 두 배의 기쁨으로 찾아왔다. 1년 여의 준비, 그리고 쏟아내듯 온에어된 제작물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KTF SHOW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2연패를 했다.
수상 첫 해였던 2007년 11월 27일 그의 딸이 태어났는데, 병원에서 대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들으면 딸 아이를 안아 들었을 때의 기쁨은 지금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기쁜 소식과 함께 찾아온 딸의 재롱을 보며 피로를 푼다는 그는 스스로 좋은 아빠는 못 된다고 했다.
“인생은 제로섬 게임이에요. 손해보고 사는 게 이기는 거더라고요. 눈 앞의 이익보다 나를 필요로 할 때 빼지 않고 도와주면 반드시 돌아오더라고요. 덕분에 지금 팀이나 광고주, 또 좋은 캠페인을 만난 것도 그렇고, 좋은 인연을 진짜 많이 만났어요.”
지고도 이기는 법을 몸소 보여주는 아빠라면, 거쳐온 발자취를 한 줄의 실로 꿰 보배를 만들 줄 아는 아빠라면 딸도 아마 이해해 줄 것이다. 어려서 더 많이 놀아주지 못한 대신 삶의 모습으로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