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nes Lions 2024 참관기 글 CR7팀 김현 CⓔM
작년에 이어 올해도 따뜻하고 여유로운 도시 칸에 다녀왔습니다. 작년 영 라이언즈 미디어 부문 골드 수상 혜택으로 참관권이 주어져 다녀오게 되었는데요. 컴피티션에 올인하느라 바빴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여유롭게 참관하고 온 것 같습니다. 오를 때 보이지 않던 꽃들이 내려올 때 보인다고 하죠. 여유롭게 색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강연을 들으면서 넓어졌던, 지극히 개인적인 광고 평수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순수 광기의 영 라이언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영 라이언즈 컴피티션에 대한 관심과 경쟁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분야, 직무, 회사의 영 라이언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참관기를 쓰는 현재 시점에서 다시 표현해 보면, 다양한 사연과 개성을 가진 색다른 영 라이언들이 대거 참가했다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알콩달콩 신혼부부 팀부터 미친 텐션의 조감독 듀오, 라스트 댄스를 위한 92년생들, 한 회사의 대표와 막내, 2년 연속 한국 대표와 유일한 AE 참가자까지. 모두 다른 매력의 사람들이었지만 모두 크리에이티브에 진심인 사람들이었습니다.
공식 일정 하루 전, 삼삼오오 모인다는 것이 어쩌다 보니 전부 모이게 되어 멋진 테라스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된 적이 있었습니다. 컴피티션이 주는 긴장감으로 인한 어색함은 잠시뿐, 모두 칸에서의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는 눈빛들로 테라스의 분위기는 금방 무르익었습니다. 광고인으로서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응원하고, 네트워킹하며 하하호호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크리에이티브를 향한 순수한 광기들이 느껴졌는데, 이 순간 저는 경쟁에 의한 경계에 절여지던 현업에서의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거늘! 이렇게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크리에이티브라는 녀석을 그저 쳐내야 하는 귀찮은 일로만 여기려던 저에게 영 라이언들의 모습은 저를 다시 바로 잡아준 모먼트가 됐고, 자칫 줄어들려던 광고 평수가 오히려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대홍의 자랑스러운 이수민 쌤과 송서율 쌤을 포함해서 정말 순수하고 멋있었던 2024 영 라이언들에게 참관기를 빌어 고생했다고 박수를 보냅니다!).
그놈의 AI... AI...
“지겹다”고 생각했던 AI가 역시나 올해 칸에서도 핫한 주제였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 혹은 “AI가 크리에이티브를 대체할 수 있는가?”처럼 지극히 개인적으로 뻔하다고 생각되는 질문들이 여전히 토론의 주제였고 그 와중에 일론 머스크의 무대를 보게 되었습니다. 명성에 걸맞게 거의 두 시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고 무대를 채운 질문들 또한 날카로웠습니다.
그중 하나는 “지금 여기 루미에르 극장에는 크리에이티브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가득한데...” 함께 무대에 오른 WPP 회장 마크 리드가 이렇게 질문을 시작합니다. “혹시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크리에이티브가 AI에 의해 대체될 것 같은지?”라는 질문에 일론 머스크는 한참을 뜸 들였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느껴진 일론의 표정과 정적의 기류는 마치 ‘분명 대체 가능한 데, 여기는 크리에이티브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어떻게 돌려 말하지?’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렵게 대답했는데 “그렇게 될 것 같고, 그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며 “1년 이내로도 가능할지도”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AI의 대체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뻔하고 지루하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누군가가 정답을 말해버리니 충격이었습니다.
‘흠,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충격 속에서 고민하던 중 한 가지 크리에이티브 작품이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바로 Dove의 <The Code> 캠페인으로 생성형 AI 프롬프트에 ‘Beautiful Woman’을 쳤을 때 AI가 실제로 생성하는 여성의 이미지와 ‘Beautiful Woman according to DOVE REAL BEAUTY’로 쳤을 때 실제로 생성하는 이미지의 차이를 보여주면서 AI가 여성의 뷰티에 대해 굉장한 왜곡에 빠져있다는 것을 꼬집고 다시 한번 ‘Real Beauty’, 즉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AI 시대에 굉장히 시의적절한데 심지어 심플한 크리에이티브라는 점에서 첫 번째 위로가 됐고, “AI야 넌 학습된 것만 할 줄 알지, 이런 생각, 이런 캠페인은 못 하잖아ㅋ”라는 생각에 두 번째 위로가 됐습니다. ‘AI가 크리에이티브를 장악’한다기 보다는 ‘AI를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이 크리에이티브를 장악’할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AI 덕분에(?) 크리에이티브 평수가 넓어지길 바라며 참관기를 쓰는 지금도 AI를 십분 활용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람과 AI로 넓어진 광고 평수
글을 마무리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사람’과 ‘AI’ 상반되는 두 세계에서 큰 영감을 얻게 된 2024 칸 라이언즈였던 것 같습니다. 올해 얻은 소중한 인연과 영감을 토대로 세 칸 더 넓어질 세 번째 칸을 향해 더욱더 열심히 정진하도록 다짐하며 이번 참관기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