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AI 기술, 그로 인해 우리 삶은 점점 편해지고 있다. 내가 관심 있을 만한 제품을 추천하고, 통화 내용을 요약해 정리해 주며, 때론 이메일에 AI가 답장을 작성해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편리함을 즐기다가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 내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서비스하는 거잖아? 내 프라이버시는 괜찮을까?” AI 서비스는 너무나 개인적이기에 편리하지만 너무나 개인적이기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올해 초 모바일 AI 시대의 포문을 여는 제품이 출시됐다. 실시간 통역, 음성과 글 요약, 생성형 사진 편집,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 손으로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그리면 해당 동그라미 속 내용을 검색하는 편리한 검색 기능) 등 다양한 AI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24다. 삼성은 모바일 AI 시대에도 갤럭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몇 년간 프라이버시 캠페인을 함께 해온 제일기획과 올해 다시 한 번 손을 잡았다.
AI도 어려운데, AI+프라이버시는 더 어려워
요즘 이곳저곳 소개되는 AI는 사실 일반 소비자에게 완전히 익숙한 소재는 아니다. 기술 덕에 편해지는 느낌은 들지만, 정확히 무슨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AI와 프라이버시까지 연결해 메시지를 전하는 건 한 단계 더 어려운 과업이다. 소비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다가가야 이 주제를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이번 캠페인의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해답을 ‘쉽고 강력한 시각적 메타포’에서 찾았다.
주인공이 갤럭시 S24에서 생성형 이미지 편집 기능을 사용하자 사무실 동료들이 일제히 휙 등을 돌린다. 무빙워크(moving walk, 공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일종의 수평형 에스컬레이터)에서 ‘서클 투 서치’를 할 때도 마찬가지. 사용하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고개가 반대로 휙 돌아간다. 갤럭시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는 AI 기능을 사용할 때도 안전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말 그대로 주인공이 AI 기능으로 무엇을 하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프라이버시는 지키되 소외되는 느낌은 주지 않도록
이번 연출에서 가장 신경 쓴 점은 주인공이 주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아 보이는 것이었다. 스마트폰 속 내용에서 멀어진다는 것이 자칫하면, 주인공 개인에게서 사람들이 멀어지는 느낌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주변인들이 시선을 돌리거나 멀어질 때 본인의 의지보다는 어떠한 힘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렇게 움직인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안무가와 함께 진행했고, 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나 댄서들을 광고 모델로 섭외했다.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아마도 지하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 실시간 통역 기능을 사용하자 주위 공간이 늘어나며 주변 인물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멀어진다. 이 장면을 위해 가로로 확장되는 세트장에 바닥에는 워킹패드(워킹머신처럼 바닥이 움직이는 패드)를 설치했다. 벽이 확장되는 타이밍과 사람들이 밀리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상당히 까다로운 촬영이었으나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마음 편히 갤럭시 AI를 즐길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갤럭시의 글로벌 프라이버시 캠페인을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년째 담당했다. 두 번의 캠페인을 진행하며 느끼는 것은 프라이버시란 소재가 소비자마다 그 이해와 관심이 크게 다른 주제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들은 매우 민감하고, 또 다른 이들은 비교적 관심이 적다. 그렇기에 어떤 눈높이에 맞춰야 할지, 어떻게 하면 폭넓은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이 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개인의 데이터와 정보가 갖는 가치가 나날이 커지는 요즘 더욱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주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느끼고 애정을 갖는 프로젝트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들이 조금은 낯설 수 있는 갤럭시 AI에 신뢰를 갖고 주인공처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제일기획 이승주 프로 (비즈니스3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