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운 연출, 정확한 계획에서 출발해 스튜디오 서플러스 이호재 감독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24.04.25 12:00 조회 1734
 



‘KRUSH, 지금 가장 쿨한 4세대 맥주’ 캠페인, ‘NODAM 금연구조가 필요하다면’ 캠페인, ‘DALBA LEEHYORI BEYOND DOUBLE CREAM’ 캠페인 등을 연출한 스튜디오 서플러스의 이호재 감독은 ‘다채로운 연출이 가능한 스펙트럼이 넓은 연출자’ 
로 소개된다. 자연스런 라이팅과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이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예상치 못하게 그의 첫 작품은 2013년 잉여 인간들의 무일푼 유럽여행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데뷔와 동시에 영화씬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 이후 영화가 아닌 광고를 제작해 온 이호재 감독을 만나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영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으로 데뷔 이후 광고계에 어떻게 입문했나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개봉 당시에 많은 관객 수는 아니었지만,사람들에게 애정을 많이 받았어요.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이라는 영화가 잉여들이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유럽으로 무작정 떠나 호스텔의 홍보영상을 제작하면 물물교환의 형태로 숙식을 해결하는 스토리잖아요. 종영 후에 영화의 좋은 점을 기억하고 계시던 분들이 찾아주셨고, 영화 속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시고 짧은 영상 정도 만들 수 있겠다 생각하셨나 봐요. 고맙게도 작은 일들을 맡겨주시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Q. 광고 전에 첫 영상 연출은 다큐멘터리영화였습니다. 어떻게 찍게 된 건지 궁금합니다.
영화든 광고든 뭐든 보는 걸 좋아했어요. 그중 영화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고요. 그래서 영사실 일도 꽤 오래 했는데 문득 ‘나도 만들 수 있겠는데?’라는 오만한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전공은 국제통상학과였는데 영화학과로 전공을 바꾸고 1년 반 정도 공부하다가 영화를 찍게 된 거죠.


Q. 첫 광고 연출은 2015년에 진행된 비씨카드 ‘STREET BOX’ 
캠페인입니다. 어떻게 기억하고 있나요?
광고주 쪽에서도 영화의 아이덴티티와 비슷한 결의 캠페인을 기획해서 운 좋게 일을 받게 됐는데 제작 과정은 주먹구구식이었죠. (웃음)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과 광고 제작 과정이 다르더라고요. 다큐멘터리의 경우 캠코더 하나로 제작할 수 있는데, 광고 제작은 스태프를 꾸려야 하고 규모가 있는 현장에서의 경험이 필요하잖아요. 제가 프로덕션에서 조감독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니 ‘이 큰일을 내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있었어요. 실제로 부족하다고 생각했고요.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구현해 내는 건 처음이라 어려웠습니다. 알음알음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을 섭외하고 모델 에이전시에 가서 모델 출연이 가능한지 부탁도 하면서 제작했던지라 여러모로 미숙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첫 광고를 연출했을 때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나요?
방송사고를 낸 적이 있어요. 보통 편집은 편집실과 후반 업체에 가서 하는데 당시에는 그 개념을 정확하게 몰라서 제가 편집하고 내보냈는데 사고가 난 거죠. 30초 소재의 광고였는데, 30초2프레임으로 소재를 내보내고 심의를 거쳐 온에어가 됐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슬로건이 나오고 브랜드명이 나와야 하는데 2프레임이 초과해서 잘려 버린 거죠. ‘이제 광고 연출은 처음이자 마지막이겠다’ 싶었습니다.


Q. KRUSH 런칭 캠페인이 연출적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어떤 포인트가 있었나요?
항상 신제품이나 브랜드가 세상에 나올 때 그 시작을 함께하는 일은 저에겐 특별한 경험이에요. 그래서 런칭을 같이한 KRUSH는 제가 좀 더 애정하는 브랜드이기도 해요. 어쨌든 그 히스토리의 시작을 같이한다는 점은 매우 소중하니까요. KRUSH 캠페인의 방향이 기존 맥주 주류 광고와 다른 포지셔닝을 원했고, 임팩트 있는 맥주 광고 연출에서 편안한 느낌의 술 문화를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비주얼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었어요. KRUSH가 퍼스널 비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편안함이라는 무드가 전체적인 연출의 핵심이었습니다.



Q. 영상에서 자연스러운 라 이팅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연출된 건가 요?
아마 표면적으로 제일 먼저 보이는 요소가 라이팅(조명)이라서 좋게 느끼셨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연출 당시 기존 주류 문화에 대한 선 긋기라는 메시지가 더 중요했어요. 인물이 답답한 술집에서 자신과 어울리는 맥주를 찾아 밖으로 나가버리는 과정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을 표현해야 했죠. 전체적으로 편안한 무드 때문에 평이하게 비칠까 봐 조명 효과를 통해 임팩트를 줬어요. 사실 눈이 내리는 설정이 추워 보이기만 할까 봐 시원함을 표현하기 위해 조명 효과를 표현 했는데 시청자들이 좋게 봐주신 거죠. 여담으로 원래 계획과 달리 1분짜리로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호흡감이 길어지다 보니 한 포인트 전환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나오게 된 겁니다. 하지 말라고 했으면 안 했을 것 같아요. (웃음)


Q. 감독님 작품마다 모델 선정이며 캐릭터 표현이 탁월한 것 같습니다. 영상 컨셉에 적합한 모델을 선정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건마다 다 다른데요. 모델을 이런 식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명확한 오더가 있는 케이스가 있고, 어떤 브랜드의 경우에는 ‘이 캐릭터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요?’라고 의견을 물을 때도 있어요. 온전히 저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고, 제가 봤을 때 ‘이 인물은 이렇게 쓰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맞서 싸울 때도 있어요. 프로젝트마다 다양한 편인데 캐릭터를 어떻게 잡기보다는 모델분들이 반복해서 여러 광고에 출연할 때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많이 고민해요. 어쨌든 이미지가 겹치지 않아야 하 고 브랜드만의 페르소나를 잘 보여주기 위해 달리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를 생각합니다. 대행사에서 가지고 오는 컨셉과 마케팅 방향을 바탕으로 기존의 어떤 인물의 캐릭터와 겹치지 않으면서 캐릭터를 부여해야 하는 고민을 복합적으로 하고 제하는 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그 방향이 맞다고 생각하고요


Q. 감독님만의 연출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연출 요소에 대한 실행 계획 및 방향성을 사전에 100% 계획해 명확하게 설정해요. 트리트먼트 때 대행사와 의견을 나누고 모든 부분이 협의가 이뤄지면 그대로 진행합니다. 그래서 즉흥적인 게 별로 없어요. 촬영 현장에서도 계획된 것만찍고요. 그래서 영상을 구성하는 모든 부분에 대한 사전 계획이 잘 되어 있다는 부분에선 유일하게 자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확도’가 스튜디오 서플러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확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는 감각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 공부할 때 굉장히 창의적이거나 비주얼적으로 말도 안 되게 잘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저 스스로 창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어릴 때 부터 알게 됐죠. 그래서 사전에 계획했던 것을 명확하게 구현해 내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어요.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일하자는 마음이에요. 저는 보통 OT를 받으면 시간을 조금 더 요구하는 편이에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서 많이 준비해 가거든요. 거의 90%는 트리트먼트에 힘을 쏟는 편이죠.


Q. 광고 연출을 약 10년간 해오셨어요. 이렇게 오랫동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제가 사실 친구도 많지 않고 밖에서 사람 만나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해요. 규모가 작을 때도 제가 다 해야 했는데 딱히 그걸 싫어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스태프들과 있으면서 재밌게 얘기하고 소통해서 무언가 하나를 같이 만드는 점이 즐거워요. 그중 제일 좋은 감정은 아무래도 현장의 분주함이 주는 분위기와 에너지 때문에 이 일을 좋아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맞아가는 과정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합을 오래 맞춰 문서만 봐도 알아서 잘 만들어주시는 스태프들과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Q. 감독님이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는지도 궁금하네요.
보통은 하루를 다 쓴 후 영감을 얻어서 새벽에 탄생하는 멋진 작품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타입은 아니라 아침에 일어났을 때 상쾌한 기분으로 모든 에너지를 몰아서 일하고 있어요. 바쁠 땐 오전 6시 정도에 회사에 나오고, 평균적으로는 8시 정도면 사무실에 도착해 앉아 있는 편입니다. 콘티든 뭐든 오전에 다 정리하 
고 오후에는 멍하게 앉아 있거나 브레인스토밍을 해요. 그리고 해지면 퇴근 준비를 하죠.


Q. 영화를 다시 찍고 싶으신 생각이 드신 적이 있나요?
제안받기도 했어요. 제가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을 때 6년 정도 걸렸거든요. 그 과정이 너무 길어요. 응집된 아이디어를 오랜 시간을 거친 후 내보내면 에너지가 많이 소진돼요. 번아웃도 오고요. 그러기엔 만드는 걸 좋아하다 보니 내 안에 있는 것들이 빨리빨리 결과물로 내보낼 수 있는 광고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물론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서 버겁기도 합니다.


Q. 꾸준히 아웃풋을 내야 하는 이 일의 특성상 인풋을 어떻게 만드시나요?
일단 뭘 잘 안 봅니다. 인풋이 없다고 단발성으로 멋있거나 트렌디한 영상을 섭취하는 과정은 저에게는 안 좋은 영향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뭔가를 보기보단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해요. 생각이 바로 서면 다방면으로 이미지를 찾고 한정해 나가면서 비주얼을 정하는 편입니다. 다행히도 광고에도 트렌드라는 파도가 있어 그 파도를 잘 타면서 서핑하듯 일하고 있습니다.
 



Q. 스튜디오 서플러스의 팀원들도 언젠간 감독으로 데뷔할 텐데요. 팀원들에게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하시나요?
저는 진짜 운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연고도 없고, 지인도 없는 광고업계에 들어와 영화라는 힘이 보태지면서 회사를 만들고 일하게 됐죠. 시기적으로도 젊은 감독을 마침 찾을 때 발견돼 지금까지 일하고 있어요. 복합적인 운이 모여 우연히 당첨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면 반대로 신입 때 프로덕션 생활을 조금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 당시에는 너무 몰라서 정말 크고 많은 기회에서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발휘하지 못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어요. 제 포트폴리오의 절반 가까이 될 거로 생각해요.그래서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제 방식대로 하라고 하지 않아요. 저와 조감독으로 일하다가 데뷔한 감독님이 두 분 계시는데 뭔가 만들어서 보여주면 코멘트를 달지 않아요. 얘기하기도 조 
심스럽고요. 조감독이 감독으로 데뷔했을 때쯤에 제 방식은 올드한 방식일 테니까요. 그래서 있는 동안 배울 것만 배우고 나가서 ‘절대 나처럼 하지 마라’라고 얘기를 많이 해요.


Q. 광고 감독님들의 무대가 점차 넓어지고 있습니다. 감독님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으신가요?
아무래도 플랫폼이나 매체가 워낙 다양해지다 보니 벽이 없어졌어요. 영상의 길이도 다양해지고 실험적인 작품도 많이 나오기도 하고요. 광고 필드뿐만 아니라 음반 시장까지 영역은 더 커지면서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대에 한 카테고리의 감독으로 불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그것들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현재 하는 일 을 열심히, 건방 떨지 않고 하다 보면 새로운 기회를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Q. 영상 연출의 벽이 없어진 이 시대에 그래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광고뿐만 아니라 영상 자체가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붙인 결과물이지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수단이잖아요. 어릴 때부터 봐왔던 영상들을 통해서 자기만의 영상 문법이 확립되는 것 같아요. 마치 각자의 말투처럼요. 영상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자신만의 영상 문법이 무의식적으로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자극적이나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많은 사람이 접하는 매체이기에 본인에 내재한 것들이 불쑥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2024년 감독님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적 얘기지만 아내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내와 아이가 건강하길 바랍니다. 또 가장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잘 해내고 싶은 게 올해의 목표이자 챌린지입니다.
adz ·  스튜디오 서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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