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이나 정학을 당해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의 사연을 접한 후 빙그레가 특별한 졸업식을 열었다. 일명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이다. 영상에서 학창 시절 모습을 복원한 졸업 앨범과 AI 기술을 활용한 홀로그램 졸업사를 통해 깊은 감동을 전하며, 9/10월호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에 선정됐다.
베스트 크리에이티브로 선정된 빙그레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편은 ‘학생 독립운동가의 졸업식이란 아이디어가 매우 좋으며, AI 기술을 활용한 졸업식 연사를 통해 브랜드의 진정성을 깊은 감동으로 표현했다’며 심사에서 호평받았다.
한국광고총연합회가 주관하는 본상은 2023년 7~8월에 집행된 약 4,000여 편의 광고물 중 30편을 선정하여 온라인 투표와 5인의 편집위원의 최종 심사를 통해 선정된다. 선정작은 예심을 거치지 않고 2023년 대한민국광고대상 본상 후보에 바로 오르는 혜택이 주어진다.
이번 캠페인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요?
빙그레는 2018년부터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진행해왔습니다. 작년 ‘그해의 계절’이라는 영상 프로젝트를 먼저 진행했고, 올해는 영상을 넘어 캠페인의 확장이 필요했습니다. 리서치 도중 학생들이 독립운동을 해서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거나 심지어는 퇴학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진정성 있는 캠페인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진행하게 됐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형식적인 졸업식이 아닌 의미 있는 졸업식이 되기 위해 ‘졸업 앨범을 만들어 드리자’가 시작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업 앨범을 제작하기 위해 사진을 복원해야 했고, 공훈전자사료관 내 퇴학·정학 징계 기록이 있는 학생 독립운동가 222명 중 복원 가능한 사진 자료가 있는 94명의 사진을 복원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인공지능학과와 함께 했습니다. 최초로 공문록에 남아있는 사진을 먼저 수급했고, 복원에 부족한 사진은 후손들에게 별도로 연락해 수급했습니다.
복원에 있어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사진을 수급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 학생 독립운동가들의 학창 시절 혹은 젊은 시절의 사진이 대부분 남아 있지 않았거든요. 사진 자체를 잘 남겨두지 않으셨는데, 그 이유가 자신의 독립운동 활동으로 인해 후손들이 보복당할 위험이 있어 의도적으로 폐기 처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광고회사 디마이너스원 김동길 CD, 김장한 CD, 황호진 AE, 홍민지 AD, 송준우 AD, 이지우 AD, 김홍균 CW, 이성민 AE, 한예담 CW, 김민서 AD
제작사 에피소드 최은우 감독, 최정환 조감독, 윤석원 촬영감독 광고주 빙그레
제작사 에피소드 최은우 감독, 최정환 조감독, 윤석원 촬영감독 광고주 빙그레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준우 AD, 이성민 AE, 김동길 CD, 김홍균 CW,
김민서 AD, 한예담 CW, 이지우 AD, 황호진 AE, 가운데 김장한 CD
행사 진행에 앞서 94명의 학생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연락했을 때 어떤 반응이었나요?
후손들 한 분 한 분께 연락을 드렸어요. 처음엔 믿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지금이라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1시간을 통화하면서 우는 분도 계셨고, 제주도에서 오신다는 분, 90에 가까운 연세신데도 꼭 참석하시겠다고 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팀
원들을 손녀·손자처럼 생각해서 요즘도 아침마다 좋은 글귀를 보내주시곤 합니다. (웃음)
이번 캠페인을 진행하는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아요. 어떤 점을 유념하면서 진행하셨나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후손분들이 느끼실 감정을 우선적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빙그레 측에서도 ‘빙그레’라는 브랜드가 많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먼저 요청해주셨습니다. 학생 독립운동가분들이 주목받아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행사에 참여하시는 후손들이 불편함 없이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졸업식 현장은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복원된 사진으로 만들어진 포토 월(Photo Wall)을 설치해 후손들을 맞이했습니다. 포토 월 앞에서 한참을 바라보시는 분, 사진을 직접 어루만지시는 분, 큰아들이랑 똑 닮았다는 분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오시다 보니, 식사도 잘 못챙겨 드시고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여서 어르신 분들 입맛에 맞게 너무 딱딱하지 않은 음식으로 준비했고, 몸이 불편하셔서 휠체어를 이용해서 방문하시는 분들은 제일 앞쪽에 자리 배치하는 등 졸업식 참여에 불편함 없도록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 썼습니다.
AI로 복원한 학생 독립운동가 김찬도님의 홀로그램 축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어떻게 진행됐나요?
후손들이 자신의 부모님이 살아 돌아오신 것 같은 감동을 전달하고 싶어서 AI 딥러닝과 디에이징 복원 기술을 활용해 김찬도님의 학창시절을 홀로그램으로 구현해 졸업사를 진행했습니다. 졸업사 내용은 독립운동 당시의 감정이라든지 광복 이후의 소회 등 상세하게 기록된 김찬도님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구성됐습니다. 사실 김찬도님의 후손인 김은경님은 그 사실을 모르고 참석하셔서 졸업사 당시 큰 감동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캠페인 영상에 삽입된 김찬도의 후손 김은경님이 부른 졸업식 노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진행됐나요?
김찬도님을 대표자로 선정하고 김은경 선생님을 만나 뵙는데, 성악을 하셨던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아버님을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불러드린다면 뜻깊을 거로 생각해 부탁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주인공처럼 보여질까봐 거절하셨습니다. 몇 차례 요청을 드리니 도움되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다고 승낙해주셨습니다. 모두가 아는 멜로디가 김은경 선생님의 목소리로 전해지면서 그 뭉클한 감동이 아직도 잊히질 않습니다.
이번 캠페인의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무엇이었나요?
광고라는 것 자체가 어떻게 더 크게 보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이번 캠페인은 반대였습니다. 준비과정과 현장에서 느낀 감정, 후손들의 반응이 ‘그대로’만 전달돼 영상을 본 사람들도 저희가 현장에서 느낀 감동이 온전히 전달되기를 바랐습니다. 그 의도가 잘 전달돼 많은 관심으로 이어져 감사할 따름입니다.
장초수 소재에 대한 고민이 있으셨을텐데 매체 전략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온에어 당시 효율을 고려한 1분 소재와 캠페인 취지가 잘 전달되는 4분가량의 소재를 고민했습니다. 고심 끝에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캠페인 취지가 온전히 전달되는게 이 캠페인의 목표이기에 장초수의 소재를 선택해 진행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왈도(WLDO), 아이즈매거진(eyesmag) 등 취지에 공감한 분들이 캠페인을 다뤄주시면서 자발적으로 바이럴이 일어났습니다. 유튜브 광고 영상을 끝까지 시청하는 조회율은 67% 정도가 측정되면서 효율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추가적으로 영상에 담지 못한 기획부터 진행 과정, 졸업식 현장 등 더 많은 뒷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TVING에 방영하고 있으며, 유튜브에는 11월쯤 공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모든 프로젝트에 임할 때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주목하게 하고 좋은 취지는 함께 하게 한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마음에 새기는데요, 이번 캠페인을 통해 그 말을 한 번 더 믿게 됐습니다. 단 하루의 졸업식을 위해 수 개월간 수고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