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인으로서 고백하건대 세상엔 광고가 너무 많다. 말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고해하자면 나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한다. 광고가 보기 싫었다. 눈을 돌리면 세상 모든 것이 광고다. 눈 뜨자마자 찾게 되는 핸드폰 화면에서부터 엘리베이터 한 면을 채운 가득한 헤드라인들까지, 그야말로 정보는 매일매일 우리를 폭격한다. 무수히 쏟아지는 뉴스로 가득한 세상에 이미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래서 광고 어렵다.
광고는 뉴스를 전하는 일이다. SSG와 G마켓 글로벌의 새로운 유료 멤버십 ‘스마일클럽’의 통합 출범도 수많은 ‘뉴스 중 하나’였다. SSG, G마켓, 옥션이라는 굵직한 3사가 만든 멤버십이라니 자못 대단할 만도 하다. 혜택도 이것저것 고심하고 신경 쓴 듯했다. 그러나 이것을 세간에 전달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의 이야기다. 모든 브랜드는 매번 사활을 걸고 신사업을 만든다. 그리고 브랜드의 숫자만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소식에 ‘나’라는 소비자는 잔인하리만치 무감하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팔아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듯 그 어떤 좋은 혜택도 팩트의 단순 나열로는 감흥을 주기 어렵다. 똑같은 사실도 어떻게 말하냐에 따라 조회수가 달라진다. 결국 필요한 건 팩트가 아니라 임팩트다.
소위 ‘콜라보레이션’의 시대다. 또 하나의 뉴스를 만들기 위해 혹은 뉴스거리가 되기 위해,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이합집산한다. 밀가루 브랜드가 패션이 되고, 패션 플랫폼이 치킨 할아버지와 손잡는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저마다의 명분으로 수많은 브랜드들은 치열하게 짝짓기를 반복했다. 반복되는 마리아주가 권태롭게 느껴질 때쯤 느닷없이 나타난 구찌와 발렌시아가의 콜라보는 특별했다. ‘Gucci hacked Balenciaga’ 모두가 행복한 만남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뻔뻔하게도 서로의 브랜드에 ‘당했다’고 말한다. 결국 그들은 작년 한 해 최고의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스마일클럽 광고에도 그런 임팩트가 필요했다.
축구에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스타플레이어를 ‘크랙(Crack)’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촘촘한 수비 속 판을 깨는 선수를 칭하는 말이다. 새로운 스마일클럽도 소비자의 마음 속에 크랙을 남기고 싶었다. 대부분의 광고는 포지티브(Positive) 마케팅이 기본이다. 하지만 스마일클럽 캠페인은 브랜드의 만남을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조금은 당혹스럽더라도 인상 깊게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멤버십의 시작을 알리고 싶었다. 첫 화면부터 브랜드가 브랜드를 ‘찢고’ 등장한다. 지금껏 알고 있던 멤버십의 상식을 무참히 깨버리겠다는 듯 모델들은 서로의 이미지를 뚫고 그제서야 합쳐진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싶을 즈음 청자의 ‘들을 준비’도 완성이 된다. 소비자들에게 최소한의 호기심이 생겼다고 판단될 무렵, 그제서야 쓱 하고 본론을 들이민다. 그렇게 스마일클럽의 ‘일냈다’ 캠페인은 만들어졌다.
무채색 속의 빨간 점은 눈에 띈다. 하지만 수많은 컬러들 속 빨강은 알록달록한 총천연색 이미지 안에 매몰된다. ‘차별화’가 반복되면 그 또한 일관된 흐름이 된다. 큰 흐름 속에서 도드라진 굴곡을 만드는 것은 결국 역행이다. 그러기 위해선 마케팅의 맥락을 읽는 거시적 시각이 필요하다. 모두가 자기만의 컬러를 주장하는 마케팅의 홍수 속에서 당신의 브랜드는 어떻게 굴곡을 만들 것인가.
[이의광 크리에이티브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