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광고 왜 해요?"
요즘에도 부쩍 TV광고를 왜 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일을 하면서 받는 가장 아이러니한 질문 중에 하나다. TV를 믿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TV를 지키기 위한 일이 내 일이었던가?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 TV를 믿지 않는다. 아주 약간, TV가 다른 매체들에 비해 활용도가 높은 점, 누구나 경험이 많아 이해시키기 쉽다는 점 때문에 굳이 고르자면 TV를 얘기할 뿐이다.
TV는 집행 접근성이 가장 좋은 마케팅 툴이다. 15초 혹은 30초짜리 브랜드 영상 메시지 하나만 잘 만들면, 뚝딱 광고라는 것을 보여주기 쉽다. 내 광고가 나가는 것을 확실하게 모니터링 할 수도 있고, 다른 경쟁사가 뭘 말하고자 하는지도 다 보인다. 게다가 돈을 쓰는 만큼으로 그 목소리의 크기도 결정된다. 돈을 썼을 때, 그 결과가 어느 정도 예측된다는 건 어느 회사든 보고하기 딱 좋은 요소다. TV의 이런 장점이 브랜드에게 통상 광고라고 하면 TV를 제안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매체로서 TV의 매력도가 절대적으로 좋다가 아니다. 당신이 운영 하기 편하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권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V는 올드하다고, TV매체 말고 다른 매체에 대해 생각해 달라고 한다. 물론 여전히 잘 만든 광고 소재 하나와 예측 가능한 숫자를 적어야 하는 건 동일하다. 디지털을 집행해도 우리 광고가 거기에 제 시간에 송출만 되면 TV만큼 목소리가 나와야 하고, 다른 경쟁사가 어떻게 집행하는지 볼 수 있어야 하고, 돈을 쓰는 만큼 대세로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디지털에서 광고를 하자면서 TV의 룰을 그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디지털을 하자면 우선 알아야 하는 특성들을 모르고 하는 얘기다.
디지털은 그 세상에 하나의 연결점으로 들어가는 일
좋은 브랜드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
무엇보다 디지털은 한 브랜드의 캐릭터, 혹은 브랜드 ‘인격’을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 근본적으로 디지털은 내가 그 세상에 하나의 연결점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디지털의 원래 성격이 그렇다. 초기 웹은 하이퍼링크를 통해서 주로 구현됐다. 클릭 하면 넘어가는 많은 페이지들, 그 수많은 인덱스 사이에서 나를 드러내는 일은 차별적인 나 자신의 캐릭터여야 가능하다. 사람들이 여러 연결을 통해서, 통해서 결국 나에게까지 도달한다는 것. 브랜드 역시 하나의 매력적인 사람처럼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또 계속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브랜드도 곧 하나의 사람처럼 우주가 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많은 마케팅의 조바심들은 브랜드를 한없이 퍼주는 ‘키다리 아저씨’처럼만 만들었다. 결코 좋은 의미가 아니라, 얼굴은 없이 뭔가 주니까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처럼 보였다. 뭔가 참여만 해도 노력 대비 큰 걸 주고, 꾸준히 들어오면 또 뭔가 큰 걸 내어 준다. 이렇게 사람들과 연결된 걸 성공적인 브랜드 자산 구축으로 평가했다. 키다리 아저씨가 어느 날 꾸준히 주던 뭔가를 주지 않으면 무엇이 남을까? 얼굴이 없었던 원래 그냥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는 아저씨가 남을 뿐이다.
이런 디지털 마케팅의 번거로움이 느껴지자, 디지털도 TV와 같은 방식의 변화를 추구했다. 우선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고, 모두가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게 하자. 그리고 그 콘텐츠에 TV처럼 사람들을 모으고 그 모아진 사람들에게 TV가 그랬던 것처럼 광고를 붙여주자. 광고는 다시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드는 혜택으로 돌아가게 하자. 그러면서 TV와 같은 방식으로, 브랜드는 다시 디지털 콘텐츠 뒤에 숨어 광고로만 커뮤니케이션 하기 시작했다. 광고 노출 건당 10원 미만, 콘텐츠를 본 사람에게 다시 보여주고, 특성에 따라 타겟팅도 다르게 해 주고… 실제 마케팅으로서의 효과보다는 상징적인 광고 지표와 스토리를 통해 저렴하고 트랜드에 강한 매체를 표방했다. 통상 시청률 기준 과금에 익숙했던 TV에 비해서 훨씬 저렴해 보이고, 사람들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디지털에 당장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디지털의 기본적인 맥락은 콘텐츠 시대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바로 하이퍼링크의 역설. 사람들에게 꾸준히 무엇인가 보게 만들기 위해서 콘텐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정보의 과잉 자체가 아니라 문제는 이런 정보 과잉의 시대에 주목하라고 만들어지는 콘텐츠의 자연스럽게 귀결되는 속성, 위험한 소재의 콘텐츠들이었다. 더욱이 이런 컨텐츠를 편리하게 업로드할 수 있는 각 매체, 디지털 플랫폼들은 감히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경쟁적으로 생성되는 위험한 콘텐츠들을 그대로 방치했다. 선정성과 폭력성은 기본, 그리고 지금은 자기 확증편향으로 널리 알려진 자기 만족을 근거로 한 가짜뉴스가 사람들의 관심에 맨 상위에 올랐다. 과연 이러한 컨텐츠를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 디지털의 진보된 광고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브랜드가 좋은 광고를 만든다
그래도 최근, 이런 분위기 안에서도 브랜드 자산 구축을 묵묵히 하고 있는 브랜드의 사례들는 어떤 면에서 다행이다. 특히 S 침대 브랜드의 경우, 처음 TV광고를 통해 만났을 때는 다소 쌩뚱 맞은 메시지라고만 생각했지만, 편안함을 가장 잘 드러내는 디지털식 표현, ‘멍 때리기’멍때리기 콘셉트를 다양한 매체, TV, 디지털, 프로모션 곳곳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지난 리빙 디자인 페어에서 S침대의 프로모션 부스는 거의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힙”플레이스로 거듭났고, 그 부스 자체도 절반 이상의 영역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당장에 무엇인가를 해야만 그 브랜드와 연결이 된다는 효율에 얽매인 고단한 마케팅의 공식을 뛰어넘었다.
브랜드, 특히 디지털 안에서의 브랜드는 이러한 많은 브랜드 활동의 총체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나의 브랜드가 TV에 따로 있고 디지털에 따로 있어서, 뭔가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코인을 융통해야만 디지털 브랜드가 구축되는 것이 아니다. TV로도, 프로모션으로도, 디지털로도 그 매체의 특성과 모여 있는 사람에 맞게 전개하는 많은 활동들이 근본적인 디지털 세계 안에서 하나의 연결점으로서 브랜드 자산화될 수 있다.
다시 돌아가서 TV를 해야 하냐는 질문에 다시 답을 한다. 만약 지속적으로 특정 매체가 맞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또 그 매체를 통한 광고의 집행 결과가 의문스럽다면, 당장 하지 않아야 한다. 누구도 당신에게 TV를 하라는 얘기를 한 적은 없다. 또 TV를 하지 않는다면 다른 매체에서 우리의 브랜드 자산을 만들고, 제품에 호응하게끔 만드는 것이 무엇이 될까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성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 출발점부터 매체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각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어떤 활용 방식이 괜찮을지에 대한 답과 조심스러운 제안을 내놓을 수 있다. 매번 같은 질문, TV가 좋은가요, 디지털이 좋은가요는 본인의 고민이 더 필요한, 누군가가 답 해줄 수 없는 질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