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혹시 기억에 남는 영화 속 명장면이 있으신가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한 명장면을 탄생시키기 위해 감독들은 다양한 촬영 기법을 시도하곤 하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오늘 소개할 '원테이크' 기법입니다. 원테이크는 시작부터 끝까지 끊기지 않고 한 번의 컷으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샤이닝》, 《라라랜드》 등의 영화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을 탄생시킨 주인공이죠.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는 원테이크 기법으로 촬영된 해외 광고를 통해 촬영 기법이 광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위스키 한 잔이 불러온 일상의 차이
▲조니 워커의 ‘The Next Step’ 광고 (출처: Alcohol Commercials TV 유튜브 채널)
한 남성이 사람들로 가득한 파티장에서 다소 굳은 표정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명이 꺼지면서, 이 남성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죠. 그는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걸어 나와 길거리를 활보하는데요. 그리고 이내 한 양복점 안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이 모든 장면은 가로로 길게 배치된 세트장 안에서 한 테이크로 끊김 없이 연결됩니다. 술집에서 시작된 장면이 길거리, 상점으로 이어지기까지 카메라에 담기는 배경은 모두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죠. 이 광고는 한 위스키 업체에서 신년을 기념해 만든 광고인데요. 브랜드의 상호를 활용해 광고 안에 ‘#KEEPWALKING’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 광고의 등장인물이 계속해서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광고의 주제를 강조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죠.
▲장소가 바뀌는 장면에서도 별도의 화면전환 없이 테이크가 계속된다 (출처: Alcohol Commercials TV 유튜브 채널)
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간 주인공, 일반적인 광고라면 화면이 전환되며 내부의 모습을 보여줘야겠지만 이 영상에서는 카메라가 그대로 벽을 통과하며 다음 장소까지 이어집니다. 카메라가 이동하는 동안 시야에서 잠시 사라졌던 주인공은 다시 반대편에서 등장하죠. 그리고 어느새 비행기에서 내리는 장면으로 배경이 바뀌어 있습니다.
만약 이 광고가 여러 개의 테이크로 촬영되었다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에 임팩트가 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광고가 재생되는 내내 계속해서 걸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이 위스키를 마셨을 때 느낄 수 있는 짜릿한 해방감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충분한 것 같습니다. 영상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다양한 장소를 돌고 돌아 결국 처음에 있던 파티 장소로 돌아오게 됩니다. 처음과는 다르게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말이죠. 바로 이 장면이 위스키 한잔으로 달라질 수 있는 작지만 큰 일상의 변화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 ‘클라쓰’가 다른 드론 회사의 원테이크
▲DJI의 ‘Brainstorm’ 광고 (출처: DJI 공식 유튜브 채널)
이번에 만나볼 광고는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첫 번째 광고가 횡 방향으로 이어지는 배경 전환에 주목했다면, 이번 영상은 좀 더 다이나믹한 구도로 현실감을 살렸는데요. 광고 촬영을 위해 별도의 세트장을 설계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에서 촬영해 더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실 세트장이 아닌 일반 건물 안에서 촬영할 때, 원테이크로 인물을 좇아가려면 촬영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광고에서는 ‘드론’을 활용했습니다.
영상은 한 회의실에서 출발합니다. 기업의 임원급으로 보이는 한 노인과 젊은 두 남성이 의견을 나누고 있죠. 하지만 노인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입니다. 좀 더 창의적인 것을 보고 싶다는 그의 말과 함께 카메라 앵글이 회의실을 벗어나고, 회의실 밖에서는 그의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말과 함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장면들이 원테이크로 촬영되었다 (출처: DJI 공식 유튜브 채널)
한 사람의 장소 이동이 주를 이루었던 앞선 광고와는 다르게 이 광고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가며 보여주는 것이 특징인데요. 다양한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원테이크로 인한 지루함과 단조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 및 배경의 호흡이 빠르게 전환되기 때문에 테이크를 여러 번 나누어 찍지 않아도 충분히 생동감 넘치는 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드론으로 촬영하였기 때문에 클로즈업과 바스트샷, 풀샷 등 다양한 구도로 영상을 촬영할 수 있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테이크가 끊기고 한 번의 화면 전환이 일어나는데요. 카메라는 다시 처음에 만났던 회의실 공간을 비추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상은 광고 촬영에 사용된 드론을 홍보하는 광고였는데요. 재치 있는 화면 구성을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드론이 있으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상상해볼 수 있게 합니다. 촬영된 광고 영상 자체가 제품의 특징과 성능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주는 기술?!
마지막으로 소개할 광고는 공간의 이동이나 배경의 큰 변화 없이도 원테이크 기법이 얼마나 인상적으로 연출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광고 디렉터들 중 카피라이터 출신이 유독 많을 정도로 광고에서의 카피는 훌륭한 광고를 결정 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요. 이 광고는 특별한 카피나 극적인 장치 없이도 원테이크 기법만으로 눈을 뗄 수 없는 영상을 탄생시켰습니다.
▲원테이크 기법을 통해 한 편의 예술작품 같은 광고를 연출했다 (출처: The Times and The Sunday Times 공식 유튜브 채널)
이 광고는 칸 라이언즈 등 유명한 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상이 시작되는데요. 야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 보였던 남성은 알고 보니 세트장 안에서 포즈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이 옮겨질 때마다 같은 공간 안에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죠. 이 광고는 특히 조명과 소품 등을 적절히 활용해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광고를 보는 사람들은 천지창조를 연상시키는 예술적인 전개와 누아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독특한 원테이크 기법에 어느새 매료되고 말죠.
오늘 HS애드 블로그에서 소개해드린 원테이크 광고 영상, 어떻게 보셨나요? 원테이크 기법을 사용하면 시간과 공간의 사실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해요. 시간의 흐름, 공간의 이동이 현실과 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이죠. 촬영 기법에 따라 광고의 효과가 이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운데요. 앞으로는 광고를 볼 때, 카피나 스토리뿐만 아니라 어떤 촬영 기법이 사용되었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