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적극적인 소비자의 등장
글 이승윤 / 디지털 문화심리학자, 건국대학교 경영대학 마케팅 분과 교수. 글로벌 마케팅 조사 회사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했고, 현재 비영리 연구·학술 단체인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2019년 말, 수많은 스타트업의 부러움을 산 일이 있었다.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됐다는 소식이다. ‘배달의민족’ 기업 가치로 평가된 금액이 40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성공 요인을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 쉽지 않지만, 성공의 핵심이 배달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팬덤 형성을 효과적으로 형성했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2019년 말, 수많은 스타트업의 부러움을 산 일이 있었다. ‘배달의민족’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에 매각됐다는 소식이다. ‘배달의민족’ 기업 가치로 평가된 금액이 40억 달러, 한화로 약 4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이들의 성공 요인을 한두 가지로 정리하기 쉽지 않지만, 성공의 핵심이 배달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20대를 중심으로 브랜드 팬덤 형성을 효과적으로 형성했다는 것에는 동감한다.
▲ 배달의민족 팬클럽 배짱이 3기 웰컴 패키지. 회원카드, 스티커, 피크닉 매트 등이 제공된다. 사진 배달의민족 블로그
2016년에 만들어진 배짱이는 ‘배민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지금의 배달의민족을 만든 주요 성장 원동력이 된 팬클럽이다. 배짱이 운영의 핵심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브랜드를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브랜드를 만들어갈 핵심 팬슈머를 만들어나가는데 있다. 배짱이가 되려면 ‘배짱이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뽑는 과정도 회사 위주가 아니라 이전 배짱이 기수인 소비자들과 함께 재미있는 방식으로 뽑는다.
나름 힘든 과정을 통과해 들어온 소비자는 배짱이 팬클럽 안에서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진성 팬이 되어간다. 웰컴 패키지로 Limited Edition 굿즈 제품을 증정하며 ‘당신은 우리 브랜드에 특별한 존재입니다’라는 시그널을 끊임없이 준다. 또,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소풍을 가는 행사를 통해 배달의민족 내부 관계자와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배달의민족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배짱이에 참가한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배달의민족의 진성 ‘팬슈머’로 변화해 간다. 배달의민족은 그들을 ‘배민 신춘문예’ ‘문구류 제작’ 등의 기획 단계에 참여하게 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긴다. 단순히 소비자로서 이들을 만족시키는 작업을 넘어서서, 개인적인 친분을 쌓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으로 키워나가는 것이다.
▲ 오뚜기는 숫자 8이 오뚝이 형상과 유사해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를 8,888명으로 제한해 운영한다.
비공개 디지털 채널을 통해 브랜드 덕후를 길러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오뚜기는 최근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기업 평판이 좋아졌다. 이에 호의적인 소비자를 팬덤화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단 8,888명만 참여할 수 있는 비공개 계정인 ‘오뚜기 해적선’을 만들었다. 오뚜기 브랜드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SNS상에서 자발적으로 바이럴할 수 있는 팬덤 집단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오뚜기를 좋아하는 소수의 팬을 모아 이들이 신제품을 우선 경험할 기회를 주고 편하게 브랜드 담당자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친밀하게 나누는 형태로 계정을 운영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코카콜라와 같은 해외 기업도 소비자를 팬덤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코카콜라는 매달 10달러만 내면 다양한 카테고리의 신제품 음료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는 1,000명의 소비자를 모집하는 ‘인사이더스 클럽’을 론칭했다.
이처럼 수많은 기업이 소비자를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충성 팬으로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제 하나의 히트 상품을 기획해 대량생산해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의 취향은 더 세분화되고, 디지털 세상에서 매일 새로운 경쟁 제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 중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정말 좋아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키워내야 하는 시대다. 또, 이들과의 긴밀한 교류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내고 기업의 컨텐츠를 자발적으로 바이럴할 수 있는 팬슈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 이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수의 불특정 컨슈머가 아니라 진성 팬슈머를 발굴하고 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