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의 위기’라는 말이 익숙하다. 어느 광고주, 어느 타겟의 상품을 담당하던 상관없이 미디어 플래너라면 매년 매체 동향 보고에서 언급하게 되는 것이 “지상파가 전년 대비 시청률이 몇% 감소했다”는 말이다. 시청률로 대표되는 통계적 수치만이 아니다. 최근 이슈가 되거나 회자되는 프로그램의 많은 수가 tvN 혹은 JTBC를 통해 만들어지다 보니 실제로 지상파가 만들어내는 프로그램 이슈성도 예전만 못하다고 여겨진다. 그 말은 모두 맞다. 지상파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있으며, 과거 영광의 시대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지상파의 파업이 시작되며, 지상파 영향력 하락에 대한 우려는 더 깊어 지는 분위기다. 실제 MBC의 9월 시청률 감소는 주단위로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그러면서 당장 많은 광고주들이 앞다투어 지상파를 대체할 다른 매체나 마케팅 방식들을 찾는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최근 이슈가 된 케이블 프로그램은 주요 위치가 너무 한정되어 마땅한 자리를 충분히 확보할 수 없고, 대세가 된 매체라는 디지털은 그만한 물량을 소화시키 기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기존에 집행하던 지상파를 대체 하는 개념으로서 합리적인 선택에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최근 지상파 파업으로 야기된 지상파의 역할 문제다.
지상파의 고유한 역할에 대하여
지상파의 역할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지상파는 기본적으로 매체 특성상 공공재를 지향한다. 따라서 UI(User Interface)라는 말이 생기기 이전부터 모든 사람
들의 보편적인 접근성을 위해 최단 시간, 최소 노력이 소요되게끔 만들었다. 즉, TV를 사고, 별도의 요금 부담없이 안테나만 꽂으면 전파가 닿는, 언제 어디서라도 만날 수있는 것이 지상파의 근간이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케이블이나 IPTV 사업자를 통해 제공된 안정적인 셋톱박스로 TV를 시청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메울 수 없는 ‘3.6%의 Only 지상파 시청 가구’는 여전히 지상파를 전파 매체 중 가장 높은 도달율로 만들어 주는 핵심이다.
또한 6, 7, 9, 11번으로 대표되는 지상파 채널의 단 자리 번호도 TV를 켰다 하면 제일 먼저 만나게 만드는 요소 다. “9번 좀 틀어봐라” 식의 익숙한 아버지 목소리는, TV 를 켰을 때 으레 지상파를 가장 먼저 찾게 만드는 오랜 습관 중 하나다. 이를 증명하는 것이 TV를 보는 시간에 맞춰 지상파의 요일/시간대별 시청하는 패턴이 상대적으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주중에는 아침 출근, 등교 시간대부터 저녁 시간, 그리고 프라임 시간까지, 주말에는 전 시간대에 나타나는 안정적인 시청률 패턴은 지상파가 단순히 한두 개의 프로 그램에 의해 좌우되기보다 그 존재 자체로서 TV를 대표 하게 만든다.
케이블의 위상 변화, 그러나
이에 반해서 몇몇 이슈가 되는 케이블 채널은 확실한 매력을 갖고 프로그램을 찾아 보게 만든다. 과거 케이블은 그저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과정에서 얻어 걸리는 시청률이라는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체 제작 프로 그램을 강화하고 그런 프로그램들이 시장에서 계속 퀄리 티를 인정받으며 점차 시청자들의 안정적인 시청 시간대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대표적인 것이 ‘tvN의 금요일 나영석PD 시간대, JTBC의 뉴스룸 시간대’ 등이다.
이 시간대를 중심으로 점차 지상파와 같은 안정적인 시청 시간대를 갖춰가는 ‘과도기’라는 정의가 최근 케이블 상황에 가장 적확해 보인다. 다만 여기에서 양날의 칼은 케이블의 이슈 프로그램은 대부분 찾아보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취향과 특성이 반영되어 호응과 반응이 크다는 장점과 그런 개인화된 특성이 반대로 Mass Media 로서의 역할에 부합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함께 있다는 점이다. 쉽게 풀이하자면 다양한 음식이 다양한 사람에게 맞춰진 ‘뷔페’가 지상파의 역할이라면, 케이블은 단일 고객의 취향에 맞춰진 ‘해산물 요리 전문점’과 같다는 것이다. 지상파는 오랜 기간 동안 공공재로서 역할에 충실하게, 아침 이면 아침에 맞게, 저녁이면 저녁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구비하고 자기만의 영역을 형성해 왔다. 시청 효율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주로 그 시간대에 TV를 즐기는 사람에 맞춘 프로그램을 구성해 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케이블은 이제 겨우 돈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경제인구에 집중한 프로그 램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을 뿐이다. 맛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한정적이라는 게 문제다.
대세 매체로서의 디지털, 그러나
그렇다면 또 다른 매체인 디지털에서 혹시 지상파의 Mass Media로서의 역할을 대신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 까?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률 등으로 매체력을 판단해 본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브랜 드의 목소리가 담긴 15초에서 30초 사이의 시청각 광고물을 눈에 차게 디테일한 영상과 음향으로 전달하기에 디지털 매체의 한계는 크다. 물론 SNS나 포털 매체들은 TV의 메시지 전달 방식을 자기 매체에 구현하는데 기술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최근 디지털 매체의 움직임은 TV를 보조하는 수준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난 몇 년간 많은 공을 들였던 디지털 자체 제작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절감한 사실은, 수없이 만들어진 프로그램만큼 파편화되는 시청자들로 인해 Mass Media로서의 결집력을 갖기에 역부족이란 것이다. 1인 미디어를 뜻하는 MCN의 대다수는 그 시청자의 취향적 특성이 매우 협소하게 발전되었으며, 특히 지난 몇 년간 보편적 시청을 염두에 두고 포털이나 기획사에서 적극적으로 뛰어든 웹드라마, 웹예능은 최초 등장 사례 중심으로 이슈와 시청량이 집중되었을 뿐 이후에는 제작 사례도 급감하고 오히려 다시 TV 매체를 통해 소화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
또한 디지털 매체의 근본적인 특성은 ‘개인화’ 매체라는 점이 중요하다. 지상파나 케이블이 갖는 역할과는 그 출발점이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앞서 지상파는 뷔페로, 케이 블을 해산물 전문점 정도로 봤다면 디지털은 거기에 한술더 떠서 시청자가 ‘직접 주문한 개인 요리사’에 가깝다고 보는게 맞다. 거기에 광고라는 레시피는 시청자에 의해 제거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선호가 디지털 매체가 높다고 해서 기존 TV광고 방식의 레시피로 접근한다면 백이면 백 거부당한다는 점을 꼭 상기해야 한다.
지상파 매체 위기의 실체
그럼에도 지상파의 위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근본적인 문제는 시대의 변화다. 앞서 디지털이 대안 MassMedia로서 역할은 어렵다고 했으나 디지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요한 점은 디지털이 시청자들에게 Mass Media에서 떠날 것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기존 TV 매체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력을 통해 시청자에게 반복적인 이념 형태의 메시지를 주로 전달해 왔다. 따라서 “좋다” 와 “나쁘다”의 사이에 존재할 수 있는 담론이 거의 없기 때문에 메시지의 반복과 점유율 경쟁이 유효한 광고 전개 방식이었다. 그러나 디지털은 그 이념적 이분법 사이에 무수한 변수를 투여한다. 가령 최근에 벌어진 다양한 기업 불매 운동들은 메시지의 영향력과는 상관없이 SNS 에 올린 관계자의 말 한마디, 단순한 태도에서 촉발한 사례가 많다. 혹은 어느 기업에 대한 지지 운동도 역시 광고 메시지와는 무관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지상파의 광고효과 제고의 측면에서 최근 논의가 활발한 중간광고나 PPL만으로의 매체 전략은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중간광고에 대한 효과는 최근 PCM 등의 유사한 형태로 충분히 경험했다. 그나마 시청 흐름을 크게 저해하지 않는 1, 2부 프로그램 방식이 고, 또 전후 CM지정의 시청률 유효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혜택으로서 중간광고가 유용했던 것이지, 만약 케이블과 동일하게 중간광고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방식이 일반화된다면 중간광고를 제외한 나머지는 보너스로 제공받는 영역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이를 반대로 얘기한다면 협소해지는 유효 광고영역으로 인해 역으로 지상파가 케이블과 같은 모양새로 변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지상파 효과 제고를 위한 전략 방향에 대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매체 전략은 매체의 기본적인 속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상파는 Mass Media로서의 넓은 도달 범위와, 공공성을 전제로 한 높은 신뢰도라는 매체 속성을 지닌다. 이런 속성을 무시하고 나만 튀어 보겠다고 광고주 중심으로 만들어진 억지로 들어간 PPL 이나 중간광고는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시청자의 다양한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공공성 있는 프로그램이 존중 받고, 이슈성 있는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시청자의 관습을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중간광고나
PPL의 방식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도움을 줄수 있는 방식은 오히려 지상파의 위기를 초래한 디지털이될 수 있다. 광고가 노출되는 시간에 찾아볼 수 있는 컨텐 츠를 구비하고, 모바일을 통해 허용한 한에서 시청자들에게 인터렉션을 불러일으키는 방식들이 최근 가시적으로 조금씩 적용되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미 TV를 보다가 모바일을 통해 검색을 하고, 정보를 찾고, 때로 구매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벌써 몇 년간이나 자리 잡은 습관 중에 하나다. 조금만 더기술적 편의성을 찾아내어 제안하기만 하면 된다.
매체는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변화해 오지 않았다. 물론 사업성이 나빠지며 위기라는 얘기들이 나오 지만 그것은 과거 영광의 시기만을 그리워해서 나온 얘기일 뿐, 시대의 흐름에서 생겨난 변화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교과서적인 얘기지만 시청자의 관점에서 어떤 것이 매체의 본질이었던가를 살펴보면 최근 고민이 깊은 매체 전략은 오히려 더 수월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기반으로 반복과 점유를 통해 경쟁했던 과거 시대에서 벗어 나야 한다. 반복과 점유를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어떠한 툴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는다. 메시지의 전달방식은 유지하되, 좀 더 편리하게 정보 공유와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최근의 매체 전략에서 생각해 볼 부분이다.
[위기의 지상파 생존 전략과 미디어 활용 방안②] 지상파 광고효과 제고를 위한 미디어 전략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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