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차 광고인의 위기극복 추천 리스트
광고인의 시선, 세 번째
광고인의 시선, 세 번째
광고인의 남다른 시선을 엿볼 수 있는 특별한 문화 콘텐츠만 모았다. 이번 호는 광고회사 위기의 3년 차에게 물었다. 회사를 뛰쳐나가고 싶은 순간을 난 이렇게 극복하고 있다. 업무에 치이고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는 광고인에게 위안과 자극이 되어줄 아이템이다.
INTRODUCER.
김경현 대리 (아트디렉터, 박준호CD팀)
김성태 사원 (카피라이터, 양승규CD팀)
박우현 사원 (아트디렉터, 조현정CD팀)
원세희 사원 (카피라이터, 이나영CD팀)
정유원 사원 (카피라이터, 이성규CD팀)
문어발 취미도 괜찮잖아?
SELF INTRODUCE. 진득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성격이라 할 줄 아는 것, 좋아하는 것은 많아도 잘하는 것은 거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반만 한 개인 프로젝트들도 외장하드에 무덤처럼 쌓여 있고... 그래서 문어발 취미냐는 핀잔도 듣지만, 삶의 목표 중 하나가 넓고 얕은 지식 쌓기라 이런 것도 괜찮잖아?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INTRODUCER. 김경현 대리 (아트디렉터, 박준호CD팀)
WORKS
그 남자의 직업 (Occupations)
x 감독: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만든 3분짜리 단편영화를 모아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으로 제작, 33편의 에피소드 중 하나
정말정말 화가 치밀어서 주체할 수 없을 때 찾아보는 3분이 조금 넘는 단편 영화다.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주변 분들에게 추천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노 푸는 데는 정말 좋은 단편이다. (심약한 분들께는 권하지 않는다.)
MUSIC
Bjork - All is full of Love (MV)
x 비요크: 아이슬란드 출신 아티스트로 영상감독 크리스 커닝햄과 의기투합해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 | 비요크를 닮은 두 여자 안드로이드가 조립되는 과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모노톤의 공간에 모노톤의 로봇. 작은 빨간색 로고. 차가운 이미지가 그린 가장 뜨거운 장면. 원래는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에 반해서 비요크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다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여성의 몸의 형태를 따르긴 했지만) 없는 두 로봇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All is full of Love'라는 곡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비요크의 앨범인 <Biophilia>, '생명애'라는 뜻의 타이틀처럼 그녀는 언제나 파격적인 방법과 이미지를 통해서 생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고 그래서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애정하는 아티스트다.
MUSIC
P!nk - Try
x 매력적인 여성 팝 로커 핑크의 정규 6집 <The Truth About Love> 두 번째 싱글 곡 | 사랑에는 그에 따르는 위험이 존재하고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 노래의 라이브와 퍼포먼스에 대한 극찬이 끊이지 않음
음악도 좋지만 5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의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영상을 좋아한다. 1년 차 때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밤을 새우고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 영상을 찾아서 틀어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힘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녀는 스스로 몇 번이나 'you gotta get up and try, try, try'를 되뇌었을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게 된다.
WORKS
최우람 작가의 기계생물체들
x 최우람: 1970년 서울 출생.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키네틱 조각 형태의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
최우람 작가는 동시대 한국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이다. 하나하나의 작품도 좋지만 기계생물체라고 부르는 작품들을 모아 사이비 생물학처럼 전시했던 그 방식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운이 좋아 한 번 만나뵐 기회가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 가고자 하는 궁극적 지향점에 관해 물으니 "신이 되고 싶다"는 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BOOK
정확한 사랑의 실험
x 신형철(문학평론가) 지음 | 마음산책 출판 | 2014.10.01 | 27편 영화에서 읽어낸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
영화를 좋아하고 나름 꽤 열심히 보는 편인데,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서 감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지금은 끝난 문학동네의 팟캐스트에서 듣고 팬이 되었는데, 꿋꿋하게 근사한 그의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반했다. 어떠한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한 형태인지 보여주고, 때로는 작품보다 감상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대체로 모법적이지만
가끔은 제대로 모험적입니다
SELF INTRODUCE. 여행지에선 자유로울 권리가 허락된다. 마음껏 상상하고 힘껏 걸어 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터널 같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동화 같은 세계로 들어가는 일. 나는 여행을 사랑하는 종족이다. 직장인 3년 차에 다녀온 스페인. 그곳에서 느낀 뜨거운 감정들이 삼십대를 살아갈 힘이 될 것 같다.
INTRODUCER. 김성태 사원 (카피라이터, 양승규CD팀)
Iglesia de la Vera Cruz
x Segovia, Spain | 13세기 템플 기사단에 의해 지어진 베라크루즈 성당은 12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소박하고 독특한 건축 양식을 자랑함 | 세고비아 알카사르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때론 길을 잃는 여행이 멋진 법이다. 우리의 인생처럼. 뜻밖의 길이었다.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놓고 와서, 구글 지도를 볼 수 없었다. 예정하지 않은 길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은 지도가 없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훗날 알았다. 관광지를 벗어난 그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다시 스페인을 찾는다면 이 길을 끝까지 걸어야겠다고.
Bunkers del Carmel
x Barcelona, Spain | 바르셀로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 | 스페인 내전 당시 벙커로 쓰이던 곳이라 보통 벙커로 불리는 벙커스 델 카르멜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
자유가 있었다. 절벽 끝에 앉아서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벙커에서 마시는 맥주 앞에서 비싼 양주는 명함도 못 내밀 거다. 벼랑에서 멍하니 3시간을 앉아 있었다. 새벽 한 시였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심야 버스에서 썼던 글귀다. 인생은 단순했다. 내 머리가 복잡할 뿐이었다.
Catedral de Toledo
x Toledo, Spain | 톨레도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성당으로 스페인에 있는 대성당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함
어떤 도시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대성당 맞은편 계단에서 만난 소년.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성당을 그리고 있었다. 곧장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것 봐, 그림 그리는 네 모습, 정말 아름다워." 그렇게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소년과 헤어지면서 나는 결심했다. 3년 전 이맘때 썼던 시를 다시 써야겠다고.
Parroquia de Sant Bartomeu i Santa Tecla
x Sitges, Spain | 스페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지중해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 | 시체스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 산트 바르토메우 성당은 시체스 해변을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함
내가 햇빛을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팔뚝이 타들어가는 36℃ 공기였지만 그늘을 찾지는 않았다. 선글라스도 벗어둔 채 뜨거운 해변을 하염없이 걸었다. 젖은 빨래처럼 눅눅했던 마음이 세탁소에서 갓 찾은 빨래처럼 팽팽해진 느낌이었다. 권태의 가장 좋은 치료는 햇빛이 아닐까 싶다. 지중해의 햇빛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Puente de Isabel Ⅱ
x Sevilla, Spain | 이사벨 2세 다리는 세비야 한가운데를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에 놓인 다리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세비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 세비야 야경 중에 손꼽히는 곳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총 30개. 본래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인데, 언제부턴가 목숨을 끊는 곳이 되었다. 세비야의 다리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림자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것을 향해야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자진모리장단 칠 수 있겠지
SELF INTRODUCE. 멀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이면 우현 씨라는 명칭도 박 대리로 바뀔 것이다. 그게 아직 익숙하진 않고 나는 아직 풍월을 읊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풍월을 넘어 자진모리장단을 칠 수 있겠지 하며 살아가는 3년 차 사원.
INTRODUCER. 박우현 사원 (아트디렉터, 조현정CD팀)
BOOK
FANTASTIC MAN
x 네덜란드에서 발행되는 남성 패션지 | 패션 매거진 편집의 모던 클래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 때 이 매거진을 보면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타이포와 편집 그 자체가 너무나도 멋져서 분기마다 나오는, 한국에서만 비싼 이 매거진을 다시 사 모으고 있다.
PLACE
카페 코발드 (KAFE KOBALT)
x 가로수길 외곽에 있는 카페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0길 35-5 | 문의: 02-3443-1513 | 이용시간: 12:00~22:00 (일요일은 21시까지)
언제나 이곳에 오면 특유의 향과 좋은 분위기가 있다. 심란하고 복잡할 때 그냥 가면 조용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끄러운 가로수길에서 가장 조용한 카페인 것 같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인테리어가 항상 편안하다.\
BOOK
ALLA CARTA
x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푸드 매거진 | 1년에 두 번 발행하며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특징
시각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마다 배울 점이 넘쳐나는 매거진. 음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예를 들면 음식의 향이라는 주제라면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가 나오겠거니 하지만, 곱창 잠발라야의 향에서 향수로 그 향수가 패션가지 연결된다. 또 이런 조합을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닌 한 장의 멋진 비주얼로 표현한다.
BOOK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x 존 버거 지음 | 최민 옮김 | 열화당 출판 | 2012.08.01 | 존 버거의 대표적 미술비평서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내가 하는 일의 가치관을 바궈준 책.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각하고 아웃풋을 만들기까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BOOK
SUITED
x 미국에서 발행되는 포토 매거진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은 딱딱하고 정돈돼 있고 지루해 보이는데 그걸 매일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매거진도 이름처럼 흑백에 지루할 정도로 정돈된 이미지의 나열인데 그게 너무나 강렬하게 시각적으로 들어온다.
언제쯤 '저 쫌 써요~' 할 수 있을까
SELF INTRODUCE. 1년 차엔 광고회사 시스템을 정말 몰라서. 2년 차 땐 15초, 길어봤자 1분 안 되는 거랑 친해지지 못해서. 이제 3년 차. 광고랑 조금 친해지나 싶었는데 카피 쓰는 게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려워서 팀원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매너리즘이라기보단 계속 좌절ing인...
INTRODUCER. 원세희 사원 (카피라이터, 이나영CD팀)
Michael Jackson - You are not Alone
x 1995년 발표된 마이클 잭슨의 명곡 |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며 팝의 황제라는 칭송에 걸맞은 음악세계를 보여줌
초등학생 때 'You are not alone'을 처음 듣고 'Your burdens, I will bear'라는 가사를 'You're a bird, I will bear'로 듣고 곰돌이랑 작은 참새가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듣고 또 들었다. 미국 유학 당시 마이클 잭슨과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끝내 직접 못 봤다. 영국 콘서트 표도 끊어놨었는데...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나를 이렇게 위로해준다. 'You are not alone, I'm here with you.'
Jay Z - BBC
x 미국 힙합 뮤지션 제이지의 12번째 정규 앨범 <Magna Carta... Holy Grail> 타이틀곡 | BBC는 'Billionaire Boys Club(백만장자 소년들의 모임)'을 뜻함
엄청난 힙합 팬인데 힙합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 보이고, 있어 보여서다. 폼 안 나는 현재의 내 모습 말고, 막 진짜 금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돌리면서 에르메스 정도는 유니클로 취급해버리는 비현실적인 가사. 스왜거 쩌는 가사. 까리한 비트감. 마지막에 한국어가 나오는 구성까지... BBC는 '빌리어내어 보이즈 클럽'이란 뜻인데 어떻게 딱 저렇게 잘 맞췄는지... 그런데 엄청난 Jay Z는 진짜 비욘세 동생한테 왜 그렇게 맞은 걸까?
MUSIC
Luis Miguel - Un Te Amo
x 강렬한 눈빛으로 부르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멕시코의 태양이라 불리는 라틴팝의 황제 루이스 미겔의 2003년 앨범 <33>에 수록된 로맨틱 발라드곡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데 매너리즘(!?)의 상황엔 그냥 루이스 미겔의 노래 아무거나를 듣곤 한다. 뭘 들어도 힘이 되지만 요즘엔 이 노래가 가장 와 닿아서 추천한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Un Te Amo'(사랑한다는 말)를 속삭여주면 그나마 좀 괜찮아진 것 같고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고 그렇더라. 김동률이 영감 받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인 만큼 김동률 st 좋아하면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휴식이 될 거다.
MUSIC
김동률 - Replay
x 2011년 발매한 앨범 <KimdongrYULE>의 타이틀곡 | 진한 감성, 정교한 편곡과 연주, 화려하면서 복잡한 구성에 절규하는 김동률표의 웅장한 발라드
지금은 '기억의 습작'으로 유명하지만, 100년이 지나고 그의 노래 중 한 곡이 남는다면 그건 'Replay'이지 않을까 한다. 들을 때마다 심쿵하는 노래가 드문데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아릿(?)해진다. 특히 가을이 되면 더 빛을 발하는데 곧 이 노래를 계속 'Replay'할 것 같다. 3분 30초의 '와르르 무너질까'의 '화르르'와 4분 35초의 '어리석은 내가 있지'의 '허리 썩은~'하고 외치는 부분이 심쿵 포인트!
Stevie Wonder - You and I
x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사회운동가인 스티비 원더가 1972년 10월 발표한 앨범 [Talking Book]에 수록된 아름다운 사랑 노래
스티비 원더는 고음의 노래가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You and I'는 담담히 사랑을 이야기해서 더 맘에 와 닿는다. 'Here we are, on earth together'라고 속삭이는 첫 소절부터 인간이기에 지구에 발붙이고 살면서 경험하는 동질감, 사랑, 애정, 다짐 등이 느껴진다. 특히 퇴근길 버스 타고 창밖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래, 이런 감동적인 노래를 오늘도 들을 수 있었어!' 하고 나를 토닥토닥한다.
시간이 나를 쫓지 않게
SELF INTRODUCE. 갖고 싶고 먹고 싶은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3년 차 회사원이 됐지만 취향의 경계는 오히려 뚜렷해져 갖게 되는 것만 갖고 먹는 것만 먹는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극장에서의 암전 상태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샀을 때 작가의 말이나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설렌다.
INTRODUCER. 정유원 사원 (카피라이터, 이성규CD팀)
BOOK
안녕 주정뱅이
x 권여선(소설가) 지음 | 창비 출판 | 2016.05.16 | 비극적 기품이 담긴 일곱 편의 단편
휴가 기간에 읽은 권여선의 최신 소설집. "나는 내 가난에 익숙하고 그게 싫지 않다. 우리 서로 만나는 동안만은 공평하고 정직해지도록 하자"라는 구절이 오랫동안 마음에 맴돌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공평하고 정직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을 할 수 있을 때쯤이면 나는 지금보다 용감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다.
WORKS
장기하와 얼굴들 MV
x 2008년 3월 결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은 5월 싱글 <싸구려 커피>를 발표하며 데뷔 | 현재 장기하, 정중엽, 이민기, 이종민,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으로 멤버 구성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댓글을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만큼이나 기분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주는 건 그들의 뮤직비디오다. 실험적인데 파괴적이지 않고 멋있는데 재미까지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좋다 말았네', 'TV를 봤네'의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GOODS
하이힐
눈길도 주지 않던 하이힐에 부쩍 눈이 간다. '운동화보다 구두를 신는 게 예쁘다'는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때문일지도 모르고 곧 진입하게 될 30대의 문턱 앞에서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은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마음에 드는 하이힐 한 켤레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30대의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할 튼튼하고 예쁜 것으로.
MUSIC
재규어 중사
x 기린이 이끄는 레이블 8BallTown 소속 아티스트이며 본명과 나이는 알려지지 않음 | 2014년 '안 될 것 같은'으로 데뷔
예쁘고 서정적인 가사보다 날것 그대로의 투박한 가사에 마음이 간다. 올해 초 알게 된 재규어중사의 노래들은 그런 이유로 하나하나 특별하다. '자연재해'라는 곡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거대한 천재지변'이라고 표현하거나 '안 될 것 같은'이라는 노래 제목이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이라는 가사로 이어지는 걸 듣고 있으면 진지한 사랑 노래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PLACE
오륙도
x 뱅뱅사거리에 있는 점심 맛집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소문난 생선구이집 |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6-25 | 문의: 02-562-6358 | 영업시간: 11:30~
든든한 한 끼가 먹고 싶은 점심엔 팀 선배들과 '오륙도'에 간다. 생선구이와 생선조림, 몇 개의 찌개를 시키면 밑반찬과 함께 식탁이 빈틈없이 찬다. 먹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흡족해져 탑뷰로 꼭 사진을 찍어둔다. 저녁이면 술집으로 변신하는 가게에서 사장님이 광어회 묵은지 쌈을 손수 입에 넣어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쌈을 입에 욱여넣고 사장님을 향해 물개박수를 쳤다.
INTRODUCER.
김경현 대리 (아트디렉터, 박준호CD팀)
김성태 사원 (카피라이터, 양승규CD팀)
박우현 사원 (아트디렉터, 조현정CD팀)
원세희 사원 (카피라이터, 이나영CD팀)
정유원 사원 (카피라이터, 이성규CD팀)
문어발 취미도 괜찮잖아?
SELF INTRODUCE. 진득하기 보다는 이것저것 기웃거리는 성격이라 할 줄 아는 것, 좋아하는 것은 많아도 잘하는 것은 거의 없다. 시작이 반이라고 반만 한 개인 프로젝트들도 외장하드에 무덤처럼 쌓여 있고... 그래서 문어발 취미냐는 핀잔도 듣지만, 삶의 목표 중 하나가 넓고 얕은 지식 쌓기라 이런 것도 괜찮잖아? 하고 생각하는 중이다.
INTRODUCER. 김경현 대리 (아트디렉터, 박준호CD팀)
WORKS
그 남자의 직업 (Occupations)
x 감독: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 칸 영화제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35명의 거장 감독들이 만든 3분짜리 단편영화를 모아 옴니버스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으로 제작, 33편의 에피소드 중 하나
정말정말 화가 치밀어서 주체할 수 없을 때 찾아보는 3분이 조금 넘는 단편 영화다.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다고 할까. 주변 분들에게 추천했다가 이상한 사람 취급받기는 했지만, 그래도 분노 푸는 데는 정말 좋은 단편이다. (심약한 분들께는 권하지 않는다.)
MUSIC
Bjork - All is full of Love (MV)
x 비요크: 아이슬란드 출신 아티스트로 영상감독 크리스 커닝햄과 의기투합해 이 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 | 비요크를 닮은 두 여자 안드로이드가 조립되는 과정에서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모노톤의 공간에 모노톤의 로봇. 작은 빨간색 로고. 차가운 이미지가 그린 가장 뜨거운 장면. 원래는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에 반해서 비요크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되었지만 영상을 여러 번 돌려보다 보면 더 많은 것이 보인다. 나이도, 인종도, 성별도 (여성의 몸의 형태를 따르긴 했지만) 없는 두 로봇이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All is full of Love'라는 곡에 정말 잘 어울리는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좋아하는 비요크의 앨범인 <Biophilia>, '생명애'라는 뜻의 타이틀처럼 그녀는 언제나 파격적인 방법과 이미지를 통해서 생명에 대한 사랑을 노래하고 있고 그래서 언제나 기대하게 되는, 애정하는 아티스트다.
MUSIC
P!nk - Try
x 매력적인 여성 팝 로커 핑크의 정규 6집 <The Truth About Love> 두 번째 싱글 곡 | 사랑에는 그에 따르는 위험이 존재하고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이 노래의 라이브와 퍼포먼스에 대한 극찬이 끊이지 않음
음악도 좋지만 56회 그래미 어워즈에서의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영상을 좋아한다. 1년 차 때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밤을 새우고 있으면 너무 힘들어서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 영상을 찾아서 틀어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했었다. "힘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이렇게 공연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그녀는 스스로 몇 번이나 'you gotta get up and try, try, try'를 되뇌었을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게 된다.
WORKS
최우람 작가의 기계생물체들
x 최우람: 1970년 서울 출생. 중앙대 조소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키네틱 조각 형태의 기계생명체(Anima-Machine)를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설치미술 작가
최우람 작가는 동시대 한국 작가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이다. 하나하나의 작품도 좋지만 기계생물체라고 부르는 작품들을 모아 사이비 생물학처럼 전시했던 그 방식 자체를 정말 좋아한다. 운이 좋아 한 번 만나뵐 기회가 있었는데, 작품을 통해 가고자 하는 궁극적 지향점에 관해 물으니 "신이 되고 싶다"는 답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BOOK
정확한 사랑의 실험
x 신형철(문학평론가) 지음 | 마음산책 출판 | 2014.10.01 | 27편 영화에서 읽어낸 사랑, 욕망, 윤리, 성장의 이야기
영화를 좋아하고 나름 꽤 열심히 보는 편인데,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서 감상하게 된 계기 중 하나가 이 책이다. 신형철 평론가는 지금은 끝난 문학동네의 팟캐스트에서 듣고 팬이 되었는데, 꿋꿋하게 근사한 그의 글을 보고 다시 한 번 반했다. 어떠한 대상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의 한 형태인지 보여주고, 때로는 작품보다 감상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대체로 모법적이지만
가끔은 제대로 모험적입니다
SELF INTRODUCE. 여행지에선 자유로울 권리가 허락된다. 마음껏 상상하고 힘껏 걸어 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이 없다. 터널 같은 일상에서 빠져나와 동화 같은 세계로 들어가는 일. 나는 여행을 사랑하는 종족이다. 직장인 3년 차에 다녀온 스페인. 그곳에서 느낀 뜨거운 감정들이 삼십대를 살아갈 힘이 될 것 같다.
INTRODUCER. 김성태 사원 (카피라이터, 양승규CD팀)
Iglesia de la Vera Cruz
x Segovia, Spain | 13세기 템플 기사단에 의해 지어진 베라크루즈 성당은 12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소박하고 독특한 건축 양식을 자랑함 | 세고비아 알카사르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
때론 길을 잃는 여행이 멋진 법이다. 우리의 인생처럼. 뜻밖의 길이었다. 휴대폰 보조배터리를 놓고 와서, 구글 지도를 볼 수 없었다. 예정하지 않은 길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날은 지도가 없는 여행을 하기로 했다. 훗날 알았다. 관광지를 벗어난 그곳이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는 것을. 생각했다. 다시 스페인을 찾는다면 이 길을 끝까지 걸어야겠다고.
Bunkers del Carmel
x Barcelona, Spain | 바르셀로나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곳 | 스페인 내전 당시 벙커로 쓰이던 곳이라 보통 벙커로 불리는 벙커스 델 카르멜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현지인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
자유가 있었다. 절벽 끝에 앉아서 해지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숨이 멎는 기분이었다. 벙커에서 마시는 맥주 앞에서 비싼 양주는 명함도 못 내밀 거다. 벼랑에서 멍하니 3시간을 앉아 있었다. 새벽 한 시였을까. 숙소로 돌아가는 심야 버스에서 썼던 글귀다. 인생은 단순했다. 내 머리가 복잡할 뿐이었다.
Catedral de Toledo
x Toledo, Spain | 톨레도 대성당은 프랑스 고딕 양식의 대성당으로 스페인에 있는 대성당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함
어떤 도시는 사람으로 기억된다. 대성당 맞은편 계단에서 만난 소년. 스케치북을 펼쳐놓고 성당을 그리고 있었다. 곧장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눌렀다. 내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것 봐, 그림 그리는 네 모습, 정말 아름다워." 그렇게 우리는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소년과 헤어지면서 나는 결심했다. 3년 전 이맘때 썼던 시를 다시 써야겠다고.
Parroquia de Sant Bartomeu i Santa Tecla
x Sitges, Spain | 스페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지중해의 대표적인 해변 휴양지 | 시체스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 산트 바르토메우 성당은 시체스 해변을 바라보는 최고의 전망을 제공함
내가 햇빛을 이토록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팔뚝이 타들어가는 36℃ 공기였지만 그늘을 찾지는 않았다. 선글라스도 벗어둔 채 뜨거운 해변을 하염없이 걸었다. 젖은 빨래처럼 눅눅했던 마음이 세탁소에서 갓 찾은 빨래처럼 팽팽해진 느낌이었다. 권태의 가장 좋은 치료는 햇빛이 아닐까 싶다. 지중해의 햇빛을 오래도록 잊지 못할 거다.
Puente de Isabel Ⅱ
x Sevilla, Spain | 이사벨 2세 다리는 세비야 한가운데를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에 놓인 다리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세비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 세비야 야경 중에 손꼽히는 곳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는 총 30개. 본래 다리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곳인데, 언제부턴가 목숨을 끊는 곳이 되었다. 세비야의 다리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림자 없는 인생은 없다. 우리의 인생이 빛나는 것을 향해야만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자진모리장단 칠 수 있겠지
SELF INTRODUCE. 멀게만 느껴지던 것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이면 우현 씨라는 명칭도 박 대리로 바뀔 것이다. 그게 아직 익숙하진 않고 나는 아직 풍월을 읊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풍월을 넘어 자진모리장단을 칠 수 있겠지 하며 살아가는 3년 차 사원.
INTRODUCER. 박우현 사원 (아트디렉터, 조현정CD팀)
BOOK
FANTASTIC MAN
x 네덜란드에서 발행되는 남성 패션지 | 패션 매거진 편집의 모던 클래식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할 때 이 매거진을 보면 약간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타이포와 편집 그 자체가 너무나도 멋져서 분기마다 나오는, 한국에서만 비싼 이 매거진을 다시 사 모으고 있다.
PLACE
카페 코발드 (KAFE KOBALT)
x 가로수길 외곽에 있는 카페 |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160길 35-5 | 문의: 02-3443-1513 | 이용시간: 12:00~22:00 (일요일은 21시까지)
언제나 이곳에 오면 특유의 향과 좋은 분위기가 있다. 심란하고 복잡할 때 그냥 가면 조용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끄러운 가로수길에서 가장 조용한 카페인 것 같고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인테리어가 항상 편안하다.\
BOOK
ALLA CARTA
x 이탈리아에서 발행되는 푸드 매거진 | 1년에 두 번 발행하며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가 특징
시각의 표현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마다 배울 점이 넘쳐나는 매거진. 음식이라는 것이 이렇게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예를 들면 음식의 향이라는 주제라면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가 나오겠거니 하지만, 곱창 잠발라야의 향에서 향수로 그 향수가 패션가지 연결된다. 또 이런 조합을 구구절절한 설명이 아닌 한 장의 멋진 비주얼로 표현한다.
BOOK
다른 방식으로 보기 (WAYS OF SEEING)
x 존 버거 지음 | 최민 옮김 | 열화당 출판 | 2012.08.01 | 존 버거의 대표적 미술비평서
사람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데 내가 하는 일의 가치관을 바궈준 책. 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각하고 아웃풋을 만들기까지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BOOK
SUITED
x 미국에서 발행되는 포토 매거진
정장을 차려입은 사람은 딱딱하고 정돈돼 있고 지루해 보이는데 그걸 매일 입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매거진도 이름처럼 흑백에 지루할 정도로 정돈된 이미지의 나열인데 그게 너무나 강렬하게 시각적으로 들어온다.
언제쯤 '저 쫌 써요~' 할 수 있을까
SELF INTRODUCE. 1년 차엔 광고회사 시스템을 정말 몰라서. 2년 차 땐 15초, 길어봤자 1분 안 되는 거랑 친해지지 못해서. 이제 3년 차. 광고랑 조금 친해지나 싶었는데 카피 쓰는 게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려워서 팀원들에게 민폐만 끼치는 것 같아 매너리즘이라기보단 계속 좌절ing인...
INTRODUCER. 원세희 사원 (카피라이터, 이나영CD팀)
Michael Jackson - You are not Alone
x 1995년 발표된 마이클 잭슨의 명곡 | 발매 첫 주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며 팝의 황제라는 칭송에 걸맞은 음악세계를 보여줌
초등학생 때 'You are not alone'을 처음 듣고 'Your burdens, I will bear'라는 가사를 'You're a bird, I will bear'로 듣고 곰돌이랑 작은 참새가 친구가 되는 상상을 하면서 위로받고 싶을 때마다 듣고 또 들었다. 미국 유학 당시 마이클 잭슨과 같은 동네에 살았지만 끝내 직접 못 봤다. 영국 콘서트 표도 끊어놨었는데... 지금도 그는 여전히 나를 이렇게 위로해준다. 'You are not alone, I'm here with you.'
Jay Z - BBC
x 미국 힙합 뮤지션 제이지의 12번째 정규 앨범 <Magna Carta... Holy Grail> 타이틀곡 | BBC는 'Billionaire Boys Club(백만장자 소년들의 모임)'을 뜻함
엄청난 힙합 팬인데 힙합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세 보이고, 있어 보여서다. 폼 안 나는 현재의 내 모습 말고, 막 진짜 금목걸이를 손가락으로 돌리면서 에르메스 정도는 유니클로 취급해버리는 비현실적인 가사. 스왜거 쩌는 가사. 까리한 비트감. 마지막에 한국어가 나오는 구성까지... BBC는 '빌리어내어 보이즈 클럽'이란 뜻인데 어떻게 딱 저렇게 잘 맞췄는지... 그런데 엄청난 Jay Z는 진짜 비욘세 동생한테 왜 그렇게 맞은 걸까?
MUSIC
Luis Miguel - Un Te Amo
x 강렬한 눈빛으로 부르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멕시코의 태양이라 불리는 라틴팝의 황제 루이스 미겔의 2003년 앨범 <33>에 수록된 로맨틱 발라드곡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데 매너리즘(!?)의 상황엔 그냥 루이스 미겔의 노래 아무거나를 듣곤 한다. 뭘 들어도 힘이 되지만 요즘엔 이 노래가 가장 와 닿아서 추천한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Un Te Amo'(사랑한다는 말)를 속삭여주면 그나마 좀 괜찮아진 것 같고 영화 주인공이 된 것 같고 그렇더라. 김동률이 영감 받는 몇 안 되는 뮤지션인 만큼 김동률 st 좋아하면 듣는 것만으로도 좋은 휴식이 될 거다.
MUSIC
김동률 - Replay
x 2011년 발매한 앨범 <KimdongrYULE>의 타이틀곡 | 진한 감성, 정교한 편곡과 연주, 화려하면서 복잡한 구성에 절규하는 김동률표의 웅장한 발라드
지금은 '기억의 습작'으로 유명하지만, 100년이 지나고 그의 노래 중 한 곡이 남는다면 그건 'Replay'이지 않을까 한다. 들을 때마다 심쿵하는 노래가 드문데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들을 때마다 심장이 아릿(?)해진다. 특히 가을이 되면 더 빛을 발하는데 곧 이 노래를 계속 'Replay'할 것 같다. 3분 30초의 '와르르 무너질까'의 '화르르'와 4분 35초의 '어리석은 내가 있지'의 '허리 썩은~'하고 외치는 부분이 심쿵 포인트!
Stevie Wonder - You and I
x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 사회운동가인 스티비 원더가 1972년 10월 발표한 앨범 [Talking Book]에 수록된 아름다운 사랑 노래
스티비 원더는 고음의 노래가 참 많은데 그중에서도 'You and I'는 담담히 사랑을 이야기해서 더 맘에 와 닿는다. 'Here we are, on earth together'라고 속삭이는 첫 소절부터 인간이기에 지구에 발붙이고 살면서 경험하는 동질감, 사랑, 애정, 다짐 등이 느껴진다. 특히 퇴근길 버스 타고 창밖 보면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래, 이런 감동적인 노래를 오늘도 들을 수 있었어!' 하고 나를 토닥토닥한다.
시간이 나를 쫓지 않게
SELF INTRODUCE. 갖고 싶고 먹고 싶은 웬만한 것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3년 차 회사원이 됐지만 취향의 경계는 오히려 뚜렷해져 갖게 되는 것만 갖고 먹는 것만 먹는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 극장에서의 암전 상태와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을 샀을 때 작가의 말이나 목차를 확인하는 순간이 가장 설렌다.
INTRODUCER. 정유원 사원 (카피라이터, 이성규CD팀)
BOOK
안녕 주정뱅이
x 권여선(소설가) 지음 | 창비 출판 | 2016.05.16 | 비극적 기품이 담긴 일곱 편의 단편
휴가 기간에 읽은 권여선의 최신 소설집. "나는 내 가난에 익숙하고 그게 싫지 않다. 우리 서로 만나는 동안만은 공평하고 정직해지도록 하자"라는 구절이 오랫동안 마음에 맴돌았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공평하고 정직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답을 할 수 있을 때쯤이면 나는 지금보다 용감한 어른이 되어 있을 것 같다.
WORKS
장기하와 얼굴들 MV
x 2008년 3월 결성된 장기하와 얼굴들은 5월 싱글 <싸구려 커피>를 발표하며 데뷔 | 현재 장기하, 정중엽, 이민기, 이종민, 하세가와 요헤이, 전일준으로 멤버 구성
'주류와 비주류를 떠나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댓글을 읽고 무릎을 친 적이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만큼이나 기분좋은 에너지와 영감을 주는 건 그들의 뮤직비디오다. 실험적인데 파괴적이지 않고 멋있는데 재미까지 있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좋다 말았네', 'TV를 봤네'의 뮤직비디오를 추천한다.
GOODS
하이힐
눈길도 주지 않던 하이힐에 부쩍 눈이 간다. '운동화보다 구두를 신는 게 예쁘다'는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 때문일지도 모르고 곧 진입하게 될 30대의 문턱 앞에서 더 큰 사람이 되고 싶은 심리인지도 모르겠다. 올해가 가기 전에 마음에 드는 하이힐 한 켤레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30대의 특별한 순간들을 함께할 튼튼하고 예쁜 것으로.
MUSIC
재규어 중사
x 기린이 이끄는 레이블 8BallTown 소속 아티스트이며 본명과 나이는 알려지지 않음 | 2014년 '안 될 것 같은'으로 데뷔
예쁘고 서정적인 가사보다 날것 그대로의 투박한 가사에 마음이 간다. 올해 초 알게 된 재규어중사의 노래들은 그런 이유로 하나하나 특별하다. '자연재해'라는 곡에서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마음을 '거대한 천재지변'이라고 표현하거나 '안 될 것 같은'이라는 노래 제목이 '네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이라는 가사로 이어지는 걸 듣고 있으면 진지한 사랑 노래에서도 웃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PLACE
오륙도
x 뱅뱅사거리에 있는 점심 맛집으로 인근 주민들에게 소문난 생선구이집 |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동 836-25 | 문의: 02-562-6358 | 영업시간: 11:30~
든든한 한 끼가 먹고 싶은 점심엔 팀 선배들과 '오륙도'에 간다. 생선구이와 생선조림, 몇 개의 찌개를 시키면 밑반찬과 함께 식탁이 빈틈없이 찬다. 먹기 전부터 몸과 마음이 흡족해져 탑뷰로 꼭 사진을 찍어둔다. 저녁이면 술집으로 변신하는 가게에서 사장님이 광어회 묵은지 쌈을 손수 입에 넣어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쌈을 입에 욱여넣고 사장님을 향해 물개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