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낭만이 있는 곳, 다시 서점
독서 대신 인터넷이 여가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춘 분야는 무엇일까. 아마도 시와 독립 출판물일 것이다. 자기 계발서와 각종 수험서가 대형 서점의 서가를 점령한 요즘 시집과 에세이, 독립 출판물을 다루는 ‘다시 서점’이 애서가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다시 서점을 운영하는 이는 김경현 시인이다. 김 시인은 작은 외삼촌이 10여 년간 운영했던 서점의 정서가 마음에 남아 ‘서점이 사라지는 지금, 다시 서점을 시작하자!’라는 뜻에서 다시 서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설명했다. 주인장은 다르지만 다시 서점은 밤이면 다이닝 바 ‘초능력’으로 변신한다. 책과 음주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주독야주’를 즐길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인 셈이다. 담담하게 살아가는 건조한 일상에서 불현듯 시와 낭만이 그리워졌다면 다시 서점에 찾아갈 때다.
불특정 소수를 위한 유어마인드
개성 넘치는 읽을거리를 찾고 있다면? 홍대에 자리한 ‘유어마인드?의 서가를 뒤져보자. 시간이 지나 찾아보기 어려워진 1990년대 잡지와 단행본을 비롯해 소규모로 인쇄하는 책을 소개하는 유어마인드는 반짝반짝 빛나는 독립 출판물이 즐비한 숨겨진 보물 상자 같은 서점이다. 유어마인드를 방문하는 길도 ‘득템’을 찾아 떠난 원정대의 기분을 더한다. 서교동 외곽 지역, 산울림 소극장과 옛 기찻길 사이에 놓인 5층짜리 건물 계단을 꼬불꼬불 걸어 올라가야 유어마인드를 마주할 수 있다. 문을 열면 높다란 천장에 닿을 정도로 가득 채워진 책과 환한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는 고양이가 다락방 서점의 로망을 구현한 듯 한가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유어마인드가 2009년부터 주최하고 있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올 11월에도 어김없이 열릴 예정이다. 광활한 책의 바다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아트 북과 독립 출판물을 한자리에 모은 이 행사를 놓친다면 분명 후회할 터. 분명 당신의 마음과 공명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 인생의 소울 북, 라 카페 갤러리
고즈넉한 산책로 사이에 자리한 ‘라 카페 갤러리’는 아는 이들만 찾는 책방이다. 서점이자 갤러리이며 카페인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오직 열다섯 권의 책만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넘치는 책들 사이에서 어떤 것을 읽어야 할지 머리 아프게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야생화와 들풀이 어우러진 건물 2층으로 들어서면 상시 전시하는 박노해 시인의 글로벌 평화나눔 활동 사진을 볼 수 있다. 비영리 사회 단체 ‘나눔문화’가 운영하는 라 카페 갤러리의 모든 관람은 무료다.
라 카페 갤러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훑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담한 갤러리 내부를 산책하듯 관람했다면 바로 이어지는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메뉴를 골라보자.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뒀다면 비로소 책을 고를 차례다. 라 카페 갤러리가 엄선한 고전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바로 이 순간, 나를 기다리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 카페 갤러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훑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아담한 갤러리 내부를 산책하듯 관람했다면 바로 이어지는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메뉴를 골라보자. 따뜻한 차 한 잔을 앞에 뒀다면 비로소 책을 고를 차례다. 라 카페 갤러리가 엄선한 고전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바로 이 순간, 나를 기다리는 단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유쾌한 책 놀이터 라이킷
전국구를 넘어 글로벌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제주도에 온갖 좋은 것이 많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일 터. 그러나 서점까지 이렇게 깜찍할 줄이야. 제주도 칠성통 골목에 둥지를 튼 ‘라이킷’은 ‘즐거운 상상 공작소’라는 간판 글귀처럼 유쾌한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다. 라이킷의 책장은 예술 서적,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대신 라이킷의 주인장 안주희 씨가 엄선한 목록들로 채워졌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책을 모아둔 ‘예쁘고 고운 책모임’, 특별히 좋아하는 책을 모은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싶어’, 그리고 귀엽고 야한 내용의 성인을 위한 ‘19금’ 코너까지 책을 분류한 기준만 봐도 어떤 책이 있는지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지만 라이킷의 안쪽에는 작은 공간이 하나 더 마련돼 있다. 인문 서적 위주로 꾸민 ‘트멍’이다. 트멍에서는 매달 다른 주제로 책을 묶어 소개한다. 책뿐만 아니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유니크한 팬시 상품도 라이킷의 유쾌 지수를 올려주는 일등 공신이다.
앙증맞은 사이즈의 책을 모아둔 ‘예쁘고 고운 책모임’, 특별히 좋아하는 책을 모은 ‘아껴주고 보듬어 주고 싶어’, 그리고 귀엽고 야한 내용의 성인을 위한 ‘19금’ 코너까지 책을 분류한 기준만 봐도 어떤 책이 있는지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다지 크지 않은 규모지만 라이킷의 안쪽에는 작은 공간이 하나 더 마련돼 있다. 인문 서적 위주로 꾸민 ‘트멍’이다. 트멍에서는 매달 다른 주제로 책을 묶어 소개한다. 책뿐만 아니라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유니크한 팬시 상품도 라이킷의 유쾌 지수를 올려주는 일등 공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