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ical Thrills by Sports
스포츠 공감(共感)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5-16시즌에 레스터 시티가 우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레스터 시티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괴물이 생존했을 확률과 비슷한데 레스터 시티가 0.02%의 확률을 뚫어냈다"고 격앙된 논평을 내놓았다. 흥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견한 것과 같다"고도 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TEXT. 문개성 (원광대학교 스포츠산업·복지학과 교수)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Jamie Richard Vardy)는 요즘 말로 흙수저다. 주급 5만 원의 공장 노동자였던 그는 축구선수의 꿈을 위해 일을 마친 후 연습을 했고, 그 결과 8부 리그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 그는 "자리가 정해진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전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우승 주역으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7월에 레스터 시티에 부임할 때만 해도 팬과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백전노장이지만 1부 리그 우승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실험가(tinkerman)를 데려왔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통해 소통을 이뤘다. 언론 인터뷰에서 전술을 언급하는 대신 선수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선수와 대중과의 공감의식은 결국 언론의 사과를 끌어냈다. 바로 '실험가에서 슈퍼맨(tinkerman to superman)'으로 말이다.
사 상 유 례 가 없 는 공 감 을 표 출 하 는 방 식
'공감(empathy)'이라는 단어는 19세기 말 독일의 철학자 로베르트 피셔(Robert Vischer)가 미학에서 사용한 감정이입(Einfuhlung)에서 유래했다. 비슷한 단어로 '동정'이 있다. 나에게서 출발하는 '동정'과 남으로부터 유발하는 '공감'의 표현을 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작년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우린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억한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세계적 열풍으로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농구선수 및 코치 출신인 박승일 씨를 돕기 위해 각계각층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많은 사람은 승일희망재단을 통해 기부를 펼쳤다.
전 세계인들은 프랑스 파리 테러의 슬픔을 딛고 일상을 찾아가는 'Pray for France'라는 구호를 전파함으로써 공감을 표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삼색기(프랑스 국기)를 본인의 계정을 나타내는 화면에 표시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감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기술발달이 가져온 생활양식의 변화는 전 세계의 이슈를 인지하며 일상을 살아가게 한다. 창단 132년 만에 일군 레스터 시티의 기적은 남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스포츠가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이기에 우리 마음을 동요시키는가.
스 포 츠 가 주 는 공 감 과 판 타 지 의 세 계
레스터 시티는 1928-29년 시즌에 준우승을 한 것 말고는 대중들이 각인할 만한 전적이 없었다. 현대 스포츠의 상업논리에 따라 이번 우승을 통해 선수와 감독은 물론 구단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스포츠 비즈니스의 시작은 제이미 바디와 같은 영국 노동자 계층의 스포츠 활동이 클럽으로 발전하면서부터다. 금전적 대가가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하지만 근대 스포츠의 출발지였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절제와 매너를 중시했던 아마추어리즘이 성행했고, 오늘날엔 당연시되고 있는 상업논리와 프로페셔널리즘을 경멸했다. 당시엔 하얀색 유니폼 착용을 고수하면서 상류층 문화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지금, '각본 없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우리와 비슷한 삶 속에서 어려움을 딛고 성공할 때 대중들은 격한 공감을 표출한다. 스포츠를 바라보고 즐기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스포츠는 '인성논리(character logic)'라는 문화 이데올로기가 있다. 스포츠 활동의 매너, 에티켓, 페어플레이 정신을 기본으로 한 가치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스포츠 문화에서 승자가 패자보다 조명을 받는 것은 당연시됐지만 패자가 더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국 러시아의 텃세 및 심판판정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소트니코바 선수와 올림픽에 출전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김연아 선수가 비교되곤 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방식의 승리는 오히려 유망주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떳떳한 과정을 통해 이룬 성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문화인류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제시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놀이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한다. 게임은 놀이의 발전된 형태로 인간은 가장 본능적인 활동을 선망한다. 스포츠는 경쟁적인 신체활동을 제도화한 형태가 됐다.
이러한 스포츠를 우린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경기장에서 관람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매체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거나 콘텐츠를 구매한다. 최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360도 카메라 등의 혁신적 기술을 통해 스포츠 소비활동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관람문화가 성립될 수 있다. 생산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볼 수도 있다. 즉 스포츠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스포츠 콘텐츠는 기술발달을 통해 격하게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고 판타지를 극대화할 것이 분명해졌다.
스 포 츠 스 토 리 두 잉 ( S t o r y D o i n g ) 시 대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 시대가 왔다.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갖고 행동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나이키는 급부상하는 스포츠 소비시장인 중국을 겨냥했다. '모든 선수가 영웅이고 모든 선수가 승패와 관련 없이 위대하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런던올림픽 17일 동안 모든 중국 선수 경기를 실시간 영상으로 공유했다. 중국인들은 취지에 부합하는 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면서 이 공감 캠페인을 대단한 열기로 이어갔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남의 마음을 읽고 함께하는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과 상업주의 방식의 다변화, 스포츠를 통한 원초적 열망과 최첨단 기술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변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곳은 스포츠 공감 의식을 함께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이 곧 또 다른 스포츠 세계의 출발점이다.
스포츠 공감(共感)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15-16시즌에 레스터 시티가 우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레스터 시티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스코틀랜드 네스호에 괴물이 생존했을 확률과 비슷한데 레스터 시티가 0.02%의 확률을 뚫어냈다"고 격앙된 논평을 내놓았다. 흥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살아 있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발견한 것과 같다"고도 했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TEXT. 문개성 (원광대학교 스포츠산업·복지학과 교수)
스트라이커 제이미 바디(Jamie Richard Vardy)는 요즘 말로 흙수저다. 주급 5만 원의 공장 노동자였던 그는 축구선수의 꿈을 위해 일을 마친 후 연습을 했고, 그 결과 8부 리그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여기까지 왔다. 그는 "자리가 정해진 사람은 없다.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렸다"고 말했다.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전은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다른 우승 주역으로 클라우디오 라니에리(Claudio Ranieri) 감독을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7월에 레스터 시티에 부임할 때만 해도 팬과 언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백전노장이지만 1부 리그 우승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실험가(tinkerman)를 데려왔다고 비아냥거렸다. 그는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믿음을 통해 소통을 이뤘다. 언론 인터뷰에서 전술을 언급하는 대신 선수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가 보여준 선수와 대중과의 공감의식은 결국 언론의 사과를 끌어냈다. 바로 '실험가에서 슈퍼맨(tinkerman to superman)'으로 말이다.
사 상 유 례 가 없 는 공 감 을 표 출 하 는 방 식
'공감(empathy)'이라는 단어는 19세기 말 독일의 철학자 로베르트 피셔(Robert Vischer)가 미학에서 사용한 감정이입(Einfuhlung)에서 유래했다. 비슷한 단어로 '동정'이 있다. 나에게서 출발하는 '동정'과 남으로부터 유발하는 '공감'의 표현을 윈 어떻게 하고 있는가?
작년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우린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억한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돕기 위한 캠페인으로 세계적 열풍으로 이어갔다. 국내에서도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농구선수 및 코치 출신인 박승일 씨를 돕기 위해 각계각층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또한 많은 사람은 승일희망재단을 통해 기부를 펼쳤다.
전 세계인들은 프랑스 파리 테러의 슬픔을 딛고 일상을 찾아가는 'Pray for France'라는 구호를 전파함으로써 공감을 표출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삼색기(프랑스 국기)를 본인의 계정을 나타내는 화면에 표시했다.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공감을 표출하는 방식이다.
기술발달이 가져온 생활양식의 변화는 전 세계의 이슈를 인지하며 일상을 살아가게 한다. 창단 132년 만에 일군 레스터 시티의 기적은 남의 나라에서 펼쳐지는 스포츠 비즈니스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스포츠가 가진 보이지 않는 힘은 무엇이기에 우리 마음을 동요시키는가.
스 포 츠 가 주 는 공 감 과 판 타 지 의 세 계
레스터 시티는 1928-29년 시즌에 준우승을 한 것 말고는 대중들이 각인할 만한 전적이 없었다. 현대 스포츠의 상업논리에 따라 이번 우승을 통해 선수와 감독은 물론 구단 가치가 높아질 것이다. 스포츠 비즈니스의 시작은 제이미 바디와 같은 영국 노동자 계층의 스포츠 활동이 클럽으로 발전하면서부터다. 금전적 대가가 있는 프로페셔널리즘이다.
하지만 근대 스포츠의 출발지였던 19세기 영국에서는 절제와 매너를 중시했던 아마추어리즘이 성행했고, 오늘날엔 당연시되고 있는 상업논리와 프로페셔널리즘을 경멸했다. 당시엔 하얀색 유니폼 착용을 고수하면서 상류층 문화로만 인식했다. 그러나 지금, '각본 없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우리와 비슷한 삶 속에서 어려움을 딛고 성공할 때 대중들은 격한 공감을 표출한다. 스포츠를 바라보고 즐기는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스포츠는 '인성논리(character logic)'라는 문화 이데올로기가 있다. 스포츠 활동의 매너, 에티켓, 페어플레이 정신을 기본으로 한 가치다. 프로페셔널리즘의 스포츠 문화에서 승자가 패자보다 조명을 받는 것은 당연시됐지만 패자가 더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소치 동계올림픽 개최국 러시아의 텃세 및 심판판정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소트니코바 선수와 올림픽에 출전한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김연아 선수가 비교되곤 한다. 공감하기 어려운 방식의 승리는 오히려 유망주의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떳떳한 과정을 통해 이룬 성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네덜란드의 대표적 문화인류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가 제시한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놀이의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한다. 게임은 놀이의 발전된 형태로 인간은 가장 본능적인 활동을 선망한다. 스포츠는 경쟁적인 신체활동을 제도화한 형태가 됐다.
이러한 스포츠를 우린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가? 경기장에서 관람하고, 직접 참여하기도 하고, 매체를 통해 정보를 탐색하거나 콘텐츠를 구매한다. 최근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360도 카메라 등의 혁신적 기술을 통해 스포츠 소비활동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 경기장에 직접 가지 않아도 관람문화가 성립될 수 있다. 생산자가 제공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골라 볼 수도 있다. 즉 스포츠 소비자의 구분이 모호해졌다. 스포츠 콘텐츠는 기술발달을 통해 격하게 공감을 끌어내기도 하고 판타지를 극대화할 것이 분명해졌다.
스 포 츠 스 토 리 두 잉 ( S t o r y D o i n g ) 시 대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두잉 시대가 왔다. 소비자가 직접 콘텐츠를 갖고 행동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나이키는 급부상하는 스포츠 소비시장인 중국을 겨냥했다. '모든 선수가 영웅이고 모든 선수가 승패와 관련 없이 위대하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런던올림픽 17일 동안 모든 중국 선수 경기를 실시간 영상으로 공유했다. 중국인들은 취지에 부합하는 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면서 이 공감 캠페인을 대단한 열기로 이어갔다.
공감이란 무엇인가? 남의 마음을 읽고 함께하는 것이다. 스포츠의 본질과 상업주의 방식의 다변화, 스포츠를 통한 원초적 열망과 최첨단 기술을 통한 스포츠 마케팅 시장의 변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것 같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곳은 스포츠 공감 의식을 함께하는 지점이다. 이 지점이 곧 또 다른 스포츠 세계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