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현웅 TBWA KOREA DAN 2팀 팀장
2016년 현재, 사람들은 디지털 디바이스와 기술에 둘러싸여 살고 있으며, 이를 활용하려는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분야도 기술의 발전과 함께 근 10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 성장의 흐름에서 알 수 있는 특징은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다른 마케팅 분야와는 다르게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 여부가 마케팅의 형태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대략 3개 세대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는데,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디지털 마케팅 1세대라 칭할 수 있는 2000년대 초반은 인터넷 범용화 및 웹 기술의 발전에 따라야후, 라이코스, 다음 등 인터넷 미디어를 중심으로 마케팅이활성화된 시기다. 기업들은 홈페이지 유입을 위한 도구로 인터넷 배너(Display AD)를 주로 활용하였고, 유입 후 다양한 브랜드 및 프로모션 정보를 디지털로 공급하는 형태였다. 디지털마케팅 2세대는 2000년대 중반, 인터넷 미디어를 활용하는 소비자들의 이용 행태가 보다 적극적으로 변화함으로써 발생되었다. 포털 검색이 큰 화두로 떠오르고 여기에 웹 2.0의 개념까지 등장하자 이러한 이슈에 대응할 수 있는 검색광고, 바이럴마케팅이 주요 마케팅 도구로 부상하였고, 이를 다루는 에이전시가 우후죽순 출현하게 되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모바일 기술이 크게 발전하여 모바일 디바이스가 보편화됨에 따라 SNS, 모바일 앱과 같은 모바일 특화 서비스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읽은 많은 기업과 에이전시들은 이제 디지털 마케팅을 커뮤니케이션미디어의 확장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 아예 새로운 도구로인식하여 활용하고 있는데, 이것이 디지털 마케팅 3세대다. 현재는 1~3세대의 모든 기능이 공존하고 있는데, 부각되는 특징이라면 전 세대보다 고도화된 기술의 개발이 이루어지고, 이를활용한 마케팅 도구들 또한 지속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Big Data, Programmatic Buying, Micro Targeting, DSP, DMP등의 키워드들은 모두 2010년 이후 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나오면서 발생된 디지털 마케팅 관련 개념들이다. 이 개념들이 현재 디지털 마케팅 필드에서 뜨거운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도 Re-Targeting이라든지, Audience Tracking이라든지, ADNetwork와 같은 유사한 개념의 마케팅 키워드가 존재하였고,충분히 활용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이의 연장선으로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 역할 중 하나인 퍼포먼스 마케팅을고도화하는 측면에서 이 개념들이 유의미한 것일까? 필자는 그보다는 근원적으로 소비자 통찰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싶다. 현재는 콘텐츠와 채널의 과잉 공급 시대,즉 과유불급의 시대가 아닌가 싶다. 너무 많은 정보와 채널이 존재함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는 필요한 콘텐츠를 취득하고 수용하는 데 방해를 받고 있으며, 나아가그렇게 제공받는 콘텐츠들에 대해 그다지 큰 가치를 부여하지도 않고 가볍게 소비하고 버리는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는 SNS의 휘발적인 미디어 이용 행태와스낵컬쳐라 명명되는 것들의 인기로 증명될 수 있다. 이러한 콘텐츠와 채널의 포화 상태에서는 기업이 캠페인 콘텐츠를 만들어 노출해봤자, 그 콘텐츠는 제대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하고 다른 콘텐츠들에 묻히거나, 일회성 킬링타임 콘텐츠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수년 전, 몇몇 기업들이 큐레이팅 개념을 적극 도입하여 서비스한 사실은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큐레이팅이라는 방법론이 그리 큰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이 방법론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팅을 위한 고객의 정보가 고객의 니즈와 일치되어야 하는데, 이 단계에서 이미 오류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기본 큐레이팅 마케팅을 위한 정보는 연령, 성별, 지역 등의 데모그래픽 정보에서부터 구매 이력, 관심사항 등의 확장 정보까지 다양하게 확보되어 활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 즉 표면적인 정보들만으로는 실제적 소비자 니즈를 파악하는 데에 아쉬움이 있다. 어떠한 근거에서 이 정보 신뢰성이 의심받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기본적인 소비자의 구매 동기이론 또는 사회심리학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소비자 심리학에서는 “소비자의 말을 믿지 말라”는 이야기가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정직하게 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사회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진짜 동기는 이 사회성에 의해 억압되어 있다. 다소 익명적 성격이 강한 디지털상에서 이 논리는 희석되는 게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디지털의 핵심 채널인 소셜 미디어만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Mass Media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대면적으로 상호작용하는 Personal Communication 속성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성이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에 사진과 소식을 올리는 것은 단지 개인적 아카이빙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페이스북에 연결된 친구들에게 말을 거는 소통 행위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만한 내용으로 올리게 된다. 또한 페이스북의 회원 정보에 A라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체크해 놓더라도 실제 A라는 제품과 브랜드의 메시지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전혀 반대되는 것에 반응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사회성에 의한 억압 또는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이론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소셜마케팅의 KPI로 관계 지수(좋아요, 팬 맺기, 댓글 등의 수)를 활용하는 상황인데, 가면을 쓰고 SNS를 이용하는 소비자의 이러한 맥락을 이해한다면 보다 유의미한 목표 설정과 관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위에 키워드로 언급한 디지털 마케팅 개념들은 디지털 미디어 및 디바이스의 이용 행태에 근거하여 소비자 니즈 해석의 오류를 최대한 줄여 주며, 새로운 잠재 고객을 발굴하는 기능이 있어 현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이제까지 표면적 타깃팅 기술로는 발견하기 어려웠던 숨겨진 소비자 니즈를 발견하여 정확한 오디언스에게 정확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데 큰 의미가 있겠다. 또한 단지 기업들의 Official Platform, Owned Media에서 얻은 정보가 아닌 3rd Party Media에서도 유사한 정보를 확보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 오디언스의 확장성도 크다. 디지털 플랫폼의 선두주자인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도 이러한 마이크로 타깃팅 기능을 내세워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한 시류임은 의심할 바 없는 것 같다. 구태여 뇌파를 활용하는 뉴로마케팅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의 표면적 타깃팅 도구로는 얻을 수 없었던 정보를 통해 소비자 니즈를 유효하게 발견할 수 있는 도구가 마련된 상황이다. 조사와 경험 그리고 직관이라는 기존의 인사이트 도출 방법론에 이를 추가하여 캠페인을 만들어 가는 것도, 디지털 시대 소비자를 상대하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Consumer Insight] 사회적 소비자에 대응하는 디지털 마케팅
박현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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