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2016년 1/4 기업보도 트렌드 분석
KAA저널 기사입력 2016.06.23 12:00 조회 3611
[기획연재] 유사언론행위 이대로는 안 된다 ②

2016년 1/4 기업보도 트렌드 분석
과거기사 재탕부터 선정적 단어 사용까지... 기업보도행태 A to Z





‘경제지는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유력지들조차 인쇄매체를 중단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 경제지는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스포츠지들도 기업관련 기사는 필수다. 최근에는 CEO 100인 관련 기사만 한곳에 모아놓고 이를 메인 메뉴로 설정해놓은 언론사도 생겨났다.

기업 홍보담당자들은 “한쪽 주장만을 전달해 기업활동을 왜곡하는 편향적 기사나 최근 CEO 관련 이슈에 과거 사건을 다 끄집어내 재탕하는 기사들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언론사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는 ‘기업기사.’ 반론보도닷컴이 자체 모니터링 중인 32개 인터넷매체의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기업보도 트렌드를 분석해봤다.


난 한 놈만 패! ‘특정기업 시리즈성(반복) 기사’

올해 1/4 동안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보도행태는 특정 기업을 겨냥한 시리즈성 기사였다. 대표적인 예가 이투데이다.

A경제지는 지난 2월 말 <흔들리는 국민기업 포스코>라는 시리즈를 기획하고, 3월까지 무려 25건 이상의 기사를 다뤘다. 하루에도 2~3건씩 거의 동일한 내용의 제목으로 보도하는 경우도 포착됐다. 기사들도 역대 회장들 관련 사건을 다시금 끄집어내는 등 전형적인 과거 부정기사 재탕의 유형을 띄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업에 대해 수십 건의 시리즈성 기사를 연이어 내보내는 것은 언론보도 관행상 매우 드문 경우다. 이에 반론보도닷컴이 기획의도 문의 차 A경제지 기자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A경제지는 2012년에도 포스코와 관련한 부정 기사들을 2주간 10여 건 연속 보도한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에 대한 A경제지의 지나친 보도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우연의 일치일진 모르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A경제지는 포스코에 대한 애정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반론보도닷컴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A경제지는 포스코와 관련해 특별취재팀까지 따로 꾸려가며 기획기사를 보도하고 있었다.





반기업적 성향 인사 대거 포진 ‘편향적 시각의 기사’

‘재벌닷컴,’ ‘CEO스코어,’ ‘SECRET OF KOREA’ 앞서 언급된 3곳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반기업적 성향을 띄는 곳이라는 점이다. 기업지배구조·보유주식 현황 등을 주요 콘텐츠로 정하고 부정적인 시각의 보도자료를 다른 언론사들에게 배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제개혁연대에서 발표하는 자료도 단골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매체 모니터링 결과, 실제로 올해 보도된 기업기사들 중 상당수는 재벌닷컴이나 경제개혁연대에서 발표한 자료를 인용 보도한 기사였으며, SECRET OF KOREA를 운영 중인 재미블로거 안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기사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이러한 보도의 대부분은 경영의 효율성에 따른 합법적이고 자율적인 기업 활동이라 할지라도 마치 법망을 피하려는 행위인 양 왜곡 보도하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기사 말미에는 재벌닷컴이나 경제개혁연대 소속인사의 코멘트를 통해 보도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다. 때문에 한쪽에 치우친 주장만 보도된다 할지라도 국민들은 보이는 데로 보도내용을 받아들일 우려가 높다.

물론 대부분의 매체들이 취재과정에서 사실여부를 확인하거나 글의 균형을 위해 반론기회를 제공하고 있겠지만, 이 또한 이미 짜여놓은 틀에 기업 코멘트를 갖다 붙이는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반론의 기능을 취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업들은 이러한 취재에는 그저 무대응하는 것이 났다고 얘기한다.





금수저, 갑질, 족벌경영... ‘기업 CEO 일가 건드리기’

기업기사 패턴 중 가장 전형적이면서,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괴로워하는 행태가 바로 기업 CEO 및 일가를 겨냥한 기사들이다. 올해도 역시 기업기사 중 대부분이 CEO일가의 경영권 승계나 배당금, 연봉 관련 내용이다. 가계도, 기업 조직도 등을 첨부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다.

대문짝만한 CEO 사진도 기사에 빠지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그 패턴에는 큰 변화가 없다. 기사내용에 관계없이 자료사진은 대부분 CEO사진이다.

기사 제목들은 보기 민망한 수준이다. ‘금수저.’ ‘족벌경영.’ ‘세습.’ ‘부당거래.’ ‘탈세.’ ‘일감몰아주기.’ ‘갑질.’ ‘배당잔치.’ 최근 보도된 기업 CEO 관련기사 제목을 보면 부정적이고 반감을 일으키는 단어 일색이다. 더구나 과장, 왜곡, 추측성 보도를 통해 마치 사실인 듯 아닌 듯, “독자가 판단하시라”는 식으로 교묘하게 엮어놔 ‘허위’라고 고발하기도 어정쩡한 기사들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프지만, 마땅한 대응책도 없다.





유사언론행위 경험한 홍보 담당자 76%

매체들은 왜 이렇게까지 자극적으로 기업기사를 생산하는 것일까?

소비자의 미디어이용행태가 모바일로 급변함에 따라 언론사들은 포털을 통한 클릭수 늘리기에 여념이 없다. 자극적인 제목을 통해 소비자의 클릭을 유도하고, 어뷰징 행위를 일삼고 있다. 클릭율이 곧 광고단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사를 빌미로 기업들에게 광고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업계에서는 “기업을 어르고 달래면 당장 수천만원에서 수억씩 떨어지고, 컨퍼런스이나 심포지엄 두 번 정도 열면 많으면 100억원 넘게 끌어올 수 있다(미디어오늘 ‘신문의 위기? 진짜 위기는 ‘삥 뜯기’ 밖에 못하는 언론에 있다‘ 中에서)”는 말까지 나온다. 기업기사가 광고비를 얻어내기 위한 ‘미끼’이자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광고주협회 곽혁 상무는 “올해 실시된 유사언론행위 피해실태 설문조사에서도 유사언론행위를 경험한 홍보담당자는 76%에 달한다”며 “신고매체 수도 69개로 전년 대비 18개 늘어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협회는 중복 신고된 32개 매체에 대해 매주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있으며, 선정적·편향적 기사에 대해서는 인터넷신문위원회에 기사심의를 요청한 상태”라며 “앞으로도 기사를 빌미로 광고와 협찬을 강요한 매체에 대해서는 기사비판, 공개·고발 등을 통해 강경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유재형 기자 yoojh1999@ka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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