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 DIARY] 서재식 카피의 우아를 위한 시간
INNOCEAN Worldwide 기사입력 2016.04.27 11:48 조회 3568

'찾는다'는 우아함

TEXT. 서재식 차장 (카피라이터, 박건호CD팀)



FIND A COMBINATION OF HAPPINESS

소개팅 주선 성공률 0%
지난 10년간의 내 성적이다.

남들은 소개한 커플이
결혼까지 성공해
선물도 받고
맛있는 것도 얻어먹었다는데
나는 욕만 먹었다.

욕만 먹은 게 아니라
밥도 샀다.

점점 어두워지는
당사자들의 표정을 보자니
그냥 나오기 미안했다.

유구함을 자랑하는
'소개팅 역사'에서
주선자가 밥을 사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지만
나의 경우엔 종종 그랬다.

어려웠다.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을
찾아주는 일이.

일러스트레이터 장석원은
자신의 책 <비정규 아티스트의 홀로그림>에서
'짝의 소중함'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에릭 사티에게는 쉬잔 발라둥이
마르그리트 뒤라스에게는 얀 안드레아가
프리다 칼로에게는 디에고 리베라가
오드리 헵번에게는 로버트 월더스가
로맹가리에게는 진 세버그가
모딜리아니에게는 진
나혜석에게는 최린
존 레논에게는 오노 요코가
휠덜린에게는 주제테 부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일본의 한 카피라이터는
이것을 더욱 심플하게
다음과 같은 카피로 정리했다.

"인생을 세 단어로 말하자면
Boy. Meets. Girl"

!!!

처음 이 카피를 보았을 때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맙소사 인생이 이런 거였어?"
뭔가 대단한 비밀을 알아버린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자신과 잘 맞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가는 일

그리고 이것은 비단
남녀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흰 쌀밥과 스팸의 조합에
우리가 행복해하고
비 오는 날의 파전에
온몸이 해방되듯

모든 것에는
저마다 어울리는 것이 있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최대한 많이 찾아낼수록
삶이 더 우아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오직 나만 만족하면 되는
그런 '궁극의 조합' 말이다.

그리하여
언제부턴가
생각보다
성실하게

나는 이것을 찾아 나섰다.

찾아서 적고
폴더를 만들어 분류했다.

분류된 것에
새로운 것을 더해갔다.

오레오쿠키와 남양 흰 우유
기네스 한 잔과 명란구이
'신부입장'과 엘비스 코스텔로의 'She'
유재석과 박명수
풍선껌과 초미녀
제주감귤과 만화책 말고
(겨울철, 온돌 바닥에 배를 깔고
만화책을 보는 것은 가히 아름답다)

내가 찾아낸 '궁극의 조합'은
음악과 책에 관한 기억이다.

2005년 강원도 화천.
축구와 위병소 근무만이
반복되던 시절이었고

책과 음악과 PX의 냉동식품만이
낙이던 시절이었다.

당시 우리 부대에는
행정실 한켠에 작은 독서실을 만들어놓았는데
난 그곳을 자주 찾았다.

책도 CD도 마음껏 듣고 읽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도

낙엽을 쓸고
근무를 서고
축구를 하고
샤워를 한 후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 어제 읽다 만 책을 펼쳤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
'일주일'이나 붙들고 있던 책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

행정반 TV에는 아이돌 여가수의 뮤직비디오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으므로

이어폰을 꼈다.
CD를 바꿔 끼우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휴가복귀 때 사 온, 10여 장의 CD 중 하나였고
하필이면 Miles Davis의 'Kind of Blue'였다.

그날, 그때, 그 책과 함께
다행히도 그 CD를 골랐다.

그리고
.
.
문득 행복해졌다.

책장을 채 '열 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나는 그만 행복해져버렸다.

글과 음악과
책에 실린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서로에게 너무도 완벽했고

사실, 그것을 표현하기엔
완벽이라는 단어도 완벽하지 않았다.

분명 일주일간 읽은 책이었는데
처음 읽는 책이었고

같은 책이었는데
다른 책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모든 것엔 함께했을 때
더 좋아지는 것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단지 그것만으로도
하나이자 전부일 수 있다는 것을.

그 후로,
꽤 많은 리스트가 쌓였다.

그 리스트엔

비 오는 날 가면, 촉촉해지는 이자카야도 있고
차분한 카피를 쓸 때, 딱 좋은 노래도 있으며
우울할 때 읽으면 좋은 시도
술 마시며 들으면 더 깊어지는 음악도
목요일과 잘 어울리는 캠핑장도 있다.

소재도 장르도 꽤 다양하다.

언젠가
'행복의 정도'는 '감동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그리고 감동의 감도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처럼
서로에게 잘 맞는 짝을 찾았을 때
더 높아질 수 있다.

모든 것이
많고 모호하고 복잡한 시대에

모든 것에
작고 분명하고 단순한 짝을
찾아가는 일은

그래서 꽤 흥미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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