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한민국에는 인기를 끈 ‘희귀템’이 많았다. 꿀 트렌드의 원조 ‘허니버터칩’을 비롯해 과일소주 ‘순하리 처음처럼’…. 그리고 주류계에 또 하나의 희귀템 열풍이 불었다. 난생처음 보는 새로운 술, ‘부라더#소다’를 만나보자.
#주류 춘추전국 시대
술자리 공식이 깨졌다. 이제 누구도 “소주? 맥주?”라고 묻지 않는다. ‘순하리 처음처럼’으로 시작된 과일소주 열풍은 소주의 여름 비수기를 삼켜버렸다. 너도나도 출시한 과일소주는 무려 19종에 이르렀다. 주점 냉장고는 골라먹는 아이스크림처럼 형형색색 컬러 라벨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과일향 섞인 소주잔들이 가득 올라왔다. 하지만 보해양조는 과일소주 천하를 그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새로운 카테고리
시원하게 탄산음료 한 모금 넘기고 싶은 뜨거운 여름날, 우리는 보해양조 마케팅 담당자들과 긴 대화를 시작했다.
제일기획: 과일소주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실 건가요?
제일기획: 과일소주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실 건가요?
보해양조: 미투(me too) 제품 말고 우리만의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일기획: 설마 오래 전부터 고민하셨던 그 술 말인가요?
보해양조: 예. 탄산을 담은 3% 술을 만들 예정입니다.
제일기획: 아, 고민이 많아지네요.
대화는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됐다. 새로운 술에 대해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누가 마실까? 언제 마실까? 어떻게 마실까? 어디에서 마실까? 약한 술맛을 소비자가 좋아할지, 소주를 마시는 상황을 대신할지 아니면 맥주를 마시는 상황을 대신할지, 작은 잔에 마실지 큰 잔에 마실지…. 그 모든 것이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미투 제품’이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은 모두 같았다.
#국내 최초 탄산주
신제품의 이름은 올해 초 출시한 소주 ‘잎새주 부라더’의 ‘부라더’를 활용하기로 했다. “술자리에서 우리는 모두 형제다. 그리고 잔 높이에 무관하게 평등하다”라는 의미가 특별했고, 무엇보다 과감한 시도를 즐기는 보해양조다운 네이밍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뒤쪽 라벨에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해시태그(#)를 이용한 문구를 넣자고 제안했다. 보해양조는 과감하게 해시태그를 이름 자체에 옮기고, 탄산이 느껴지도록 ‘소다’라는 이름을 붙였다. 라벨은 ‘부라더’의 그래픽 로고에 탄산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해 제안됐다. 그리고 ‘아홉시반’ 소주와 마찬가지로 알코올 도수가 낮으니, 소비자에게 많은 용량으로 보답하자는 취지에 따라 750ml 용량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 탄산주 ‘부라더#소다’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9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소량의 제품이 먼저 출시됐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공장의 생산물량이 구매자를 따라잡지 못했다. 올해 또 하나의 희귀템으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과일소주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유행이 지나간 것이다. 스쳐가는 유행이 아니라 주류 시장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라더#소다를 제대로 알리는 캠페인이 필요했다.
#나는 소다
술은 당연히 ‘잘 마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 왔다. 술자리는 언제나 흥건히 취해야만 했고, 쓴맛을 삼키고 취기를 버텨내는 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중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리고 쓴맛이 싫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모두 잊고 있었다. 술자리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신의 주량을 넘나드는 술자리보다 내가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는 술자리가 선호되고 있었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를 맞아 주점의 주류 판매량이 줄고 가정용 주류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이제 젊은 세대는 학교 선배, 직장 상사와 함께하는 ‘강요의 술자리’가 아닌, 나를 위한 ‘즐김의 술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광고? 콘텐츠? 움짤?
첫 번째로, 소비자의 인사이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SNS의 이미지, 댓글,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이것이 모이면 바로 빅데이터가 된다. 우리가 할 일은 댓글의 양, 즉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가 할 일이다. 우리가 그 짧은 이미지와 글을 보면서, 왜 그들은 그런 표현을 남겼는지 해석하는 일이다.
#나는 소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캠페인 준비는 쉽지 않았다. 왜 신제품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무엇을 얘기해야 ‘탄산주’라는 주류가 확실히 자리 잡게 될까? 그러던 중 한 가지 실마리를 발견했다.
보해양조: 부라더#소다 인증샷이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라와요.
제일기획: 예. 젊은 여성들이 특히 많이 올리더군요.
보해양조: 재미있는 키워드를 발견했어요. ‘#알쓰’라는 키워드예요.
제일기획: 아, ‘알코올 쓰레기’, 술 잘 못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요?
보해양조: 네, 새로운 타깃을 알게 된 거죠. 술 잘 마시는 사람 말고, 술 잘 못 마시는 사람.
술은 당연히 ‘잘 마시는 사람’을 위해 존재해 왔다. 술자리는 언제나 흥건히 취해야만 했고, 쓴맛을 삼키고 취기를 버텨내는 데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중에는 술을 못 마시는 사람, 취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리고 쓴맛이 싫은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모두 잊고 있었다. 술자리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신의 주량을 넘나드는 술자리보다 내가 마시고 싶은 만큼 마시는 술자리가 선호되고 있었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를 맞아 주점의 주류 판매량이 줄고 가정용 주류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이제 젊은 세대는 학교 선배, 직장 상사와 함께하는 ‘강요의 술자리’가 아닌, 나를 위한 ‘즐김의 술자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진지한 대화를 안주 삼아 소주잔을 부딪치고, 흥겨움을 맥주잔에 담아 건배했다. 하지만 부라더#소다는 내가 마시고 싶을 때, 때와 장소에 상관없이, 쓴맛 없이, ‘므흣’하게 기분 좋을 만큼 마시는 술이다. ‘타인과의 술자리’가 아닌 오롯이 ‘나를 위한 술’인 것이다.
#광고? 콘텐츠? 움짤?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카테고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신뢰도 높은 TV 미디어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메시지를 노출시키는 것이 유효하다.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바이럴 콘텐츠는 강한 임팩트를 갖고 있으나 일시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 특히 20대 여성의 TV 시청률은 TV 시청 타깃 중에서도 가장 낮다. 게다가 TV 광고는 짧은 시간 내에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유리할 뿐, 젊은 타깃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TV도 온라인도 답이 아니라니…. 그렇다면?
TV 광고이면서도 온라인 콘텐츠와 같으면 된다. 우리는 광고에 흥미를 느낀 뒤 온라인으로 확산될 수 있는, 화제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움짤’과 같은 광고 말이다. 15초 광고는 여백의 미가 느껴질 만큼 최소한의 배경과 소품으로 꾸며졌다. 모델은 20대에게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팬덤을 만들고 있는 배우 하연수와 함께했다.
하연수는 젊은 타깃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들을 최소한의 대사와 몸짓으로 표현해줬다. 이 광고 영상들을 인스타그램에 옮겨놓으면 한 편의 움짤처럼 되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만날 수 있는 SNS 커뮤니케이션도 함께 진행됐다. 부라더#소다 인스타그램에는 광고 영상 외에 하연수와 2개월 된 고양이의 다양한 움짤, 그리고 하연수의 서른 가지 감정이 담긴 이모티콘, 일명 ‘연수티콘’을 만나볼 수 있다.
#바이럴 되는 광고
티저 광고가 처음 방송된 뒤 온라인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디지털 세대는 이 광고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일주일 후 7편의 본편 광고가 시작된 뒤 광고는 SNS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바이럴 콘텐츠가 아닌 TV 광고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영상을 퍼간 SNS마다 1000~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좋아요’를 클릭했고, 여성 카페 회원들은 자발적으로 광고 영상을 움짤로 제작해 확산시켰다. 또한 카카오톡과 네이트온 등 모바일, PC 메신저에는 ‘연수티콘’ 시리즈가 돌아다니고 있다. 모델 하연수는 자신의 SNS에 보해양조가 제품과 함께 보낸 편지를 찍어 올려 화제를 만들기도 했다. 광고 속 소품인 안경 빨대 판매처를 묻는 문의 역시 여러 번 있었다(안경 빨대는 곧 부라더#소다와 함께 직접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더운 계절에 잘 팔릴 것 같은 탄산주이지만 부라더#소다는 여전히 SNS에 분 단위로 인증샷이 게재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인증샷에는 자신이 마시고 싶어 선택한 ‘나를 위한 술’이라는 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출시 3개월이 지난 지금, 부라더#소다는 단순히 트렌디한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주류 카테고리로 정착하고 있다.
#‘부라더’는 계속된다
완제품 광고 캠페인 요청이 아닌, 신제품의 탄생 시점부터 광고회사가 함께하는 경험은 흔하지 않은 일이다. 특히 부라더#소다의 성공적인 제품 론칭과 캠페인 진행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됐다. 그리고 결국, 제품의 성공과 캠페인의 성공은 너무나 당연한 공통적인 이유를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됐다.
첫 번째로, 소비자의 인사이트이다. 이제 소비자들은 조사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SNS의 이미지, 댓글, 해시태그를 통해 자신을 표현한다. 이것이 모이면 바로 빅데이터가 된다. 우리가 할 일은 댓글의 양, 즉 데이터의 양을 늘리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계가 할 일이다. 우리가 그 짧은 이미지와 글을 보면서, 왜 그들은 그런 표현을 남겼는지 해석하는 일이다.
두 번째로, 크리에이티브다. 제품이든 광고이든 소비자의 마음속에 완전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존에 없었던 창조가 필요하다. 발견한 인사이트를 통해 현재 존재하는 형식을 재해석해야 한다. 유행을 따르는 미투 제품, 미투 콘텐츠는 트렌드의 흐름과 함께 사라져버릴 뿐이다. 세 번째로,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먹는 제품이라면 당연히 맛있어야 한다. 무슨 좋은 이유를 붙이더라도 맛이 없다면 외면당하게 된다.
광고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에게 ‘이것을 가지면 행복하다’라는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해양조의 부라더#소다는 제품과 캠페인 양면에서 모두 훌륭한 결과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 가을, 제일기획은 또 하나의 ‘부라더’ 네이밍을 제안했다. 바로 보해 복분자의 대중화 버전인 ‘복분자의 은혜, 복받은 부라더’이다.
복받은 부라더는 기존의 과일소주들과 달리 복분자의 특성을 지닌 기능성 소주로서, 맛과 재미를 인정받아 점차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듯 앞으로 ‘부라더 시리즈’는 계속 탄생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는 점. 소비자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쓰고, 새로운 카테고리 만들기를 시도하며, 무엇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