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석민
SP투데이 편집국장
· 前 월간 사인문화 편집장
· 前 머니투데이 기자
2014년 옥외광고 시장이 경기 불황과 세월호 사건 등의 여파로 인한 최악의 한 해였다고 한다면 2015년은 광고매체 사용료의 거품이 해소되고, 매체력 회복의 싹이 핀 한 해라고 할 수 있겠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상반기 동안 발목 잡히긴 했으나, 옥외광고 시장의 경기 회복세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희망적인 체감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무엇보다 주택건설 분양 시장의 활황이 옥외광고 시장의 숨통을 틔우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고 2014년의 극심했던 침체는 자연스럽게 반등의 사이클로 이어지는 한편 그동안 켜켜이 쌓여오기만 했던 매체사용료 거품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계기로도 작용했다.
특히 2015년 한 해는 롤러코스터와 같이 많은 이슈가 있었던 시기였다. 시내버스 돌출형 번호판광고 불법 논란, 3차 기금광고 사업자 선정 대거 유찰 사태, CJ그룹 계열 광고회사들의 알짜배기 옥외광고매체 싹쓸이 등등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주목받은 이슈를 진단해보고, 향후 옥외광고시장의 발전을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지 짚어본다.
▲ 서울버스의 경우 매체사용료 금액이 직전의 대당 평균 51만2,000원에서 36만2,000원으로 크게 낮아져 가격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도 등 수도권과 부산·대구·대전 등 지방 시장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서울과 남양주시를 오가는 경기도 광역버스.
2014년에 서울 시내버스 광고사업자의 사업권 반납 사태로 이어지며 옥외광고 대행 사업자들의 무덤으로까지 불렸던 버스 외부광고는 올 들어 서울에서 반전을 보여주며 나름대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발주처인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에 납입해야 할 매체사용료 금액이 직전의 대당 평균 51만2,000원에서 36만2,000원으로 크게 낮아지면서 가격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평가다. 이는 향후 경기도 등 수도권과 부산·대구·대전 등 지방 시장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이고 일부 지방은 이미 그러한 기미를 보여 한때 인기 옥외매체로 명성을 누렸던 버스광고의 전성기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버스 쉘터 광고 시장도 가로변 쉘터, 공항리무진버스 쉘터 등이 사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기반이 잡혀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는 시내버스 후면에도 광고가 도입돼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일부 개정으로 버스 후면에도 광고를 게첨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 시내버스 후면광고 사업권 입찰 시 낙찰자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의 낙찰가가 대당 3만4,200원으로 발표됐을 때 고가 낙찰에 따른 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측면광고와의 철저한 연계 판매 등 일관성 있는 관리 위주 판매 전략으로 조기에 안정시켰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과 옥외광고 업계가 버스 돌출형 번호판 광고를 놓고 충돌한 사건은 논란이 컸다. 옥외광고 업무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가 서울버스조합이 주관해 운영하던 시내버스 돌출형 번호판 광고가 불법이라는 견해를 밝힌 데 따른 것. 결국 논란 끝에 입찰을 통해 선정한 사업자의 요구로 발주처와 사업자 간 계약이 해지되고 게첨됐던 광고가 일시에 모두 강제 철거되는 것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공공 부문 광고사에 일대 오점을 남겼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3차 기금조성용 야립광고 사업자 선정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결과로 이어졌다. 입찰 결과 대량 유찰 사태가 발생됐고 낙찰된 권역도 낙찰금액이 대폭 하락하는 결과가 발생한 것.
지난 11월 12일 개봉된 제3차 기금조성용 옥외광고사업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결과 8개 권역 중 1, 2, 3, 7, 8권역 등 모두 5개 권역에서 낙찰자가 나왔다. 5개 권역 모두에서 기존 사업자가 단독 응찰하여 낙찰을 받았고 투찰 금액은 거의 예가 수준에서 결정됐다. 낙찰된 5개 권역의 낙찰가를 단순히 합산할 경우 총 491억 2,700여만 원으로 이는 2차 때 낙찰금액 합계 649억 9,500여만 원보다 158억 6,800여만 원(24.4%)가량 감소한 수치다. 유찰된 3개 권역의 경우는 바로 직후에 실시된 재입찰에서도 낙찰자가 전혀 없어 유찰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이 때문에 낙찰가가 예가보다 얼마나 하락한 선에서 형성될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3차 사업의 기금 조성 금액 규모는 이전 사업 때보다 크게 격감하게 된 반면 광고 사업자들의 광고 유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옥외광고 업계에서는 야립광고가 올해 3차 사업기간 입찰을 계기로 위기와 기회의 양 갈래 기로에 선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이 많다.
우선 대표적인 옥외광고 간판매체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자들에게 있어 매력도가 많이 떨어졌고 기금 조성의 규모도 크게 줄어 사업의 명분이 약화됐다.
게다가 입찰 이후 광고물 귀속 문제 등을 둘러싸고 많은 잡음과 분쟁이 우려되고 있어 향후 사업의 장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얼비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옥외광고 사업자단체인 한국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입찰의 조건과 방법 등에 대해 상당한 우려와 함께 반발한 바 있고 사업자 선정 이후에도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있다.
협회는 입찰 직전 발주처인 한국지방재정공제회와 옥외광고센터, 행자부에 각기 공문을 보내 “입찰 공고문과 계약서에 불법 부당한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면서 “사업자 소유의 광고시설물 공제회로 귀속하는 조항, 사업자의 토지사용승낙서 권리가 공제회로 귀속되도록 한 조항 등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낙찰 이후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입찰 결과는 야립광고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오히려 향후 야립광고의 입지 및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내버스 광고의 경우 과도한 매체사용료 거품이 꺼지면서 회복 국면으로 전환한 것처럼 야립광고도 과도한 매체사용료 부담이 경감됨으로써 매체경쟁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옥외광고 대행 시장의 영역을 두고 기존 토종 옥외광고 대행업체들과 대기업, 특히 CJ그룹 계열 광고회사 간의 공방이 격화된 한 해였다.
CJ그룹 계열회사인 재산커뮤니케이션즈(이하 JS컴)는 지난해 말 서울 시내버스 외부광고 사업권을 따낸 데 이어 올해 버스 후면 광고사업권과 서울역 맞이방 광고사업권을 잇달아 최고가 투찰로 따냈다. 한 달 전인 4월에는 CJ그룹의 다른 계열회사인 CJ파워캐스트가 강남역 지하도상가 광고사업권을 역시 최고가 투찰로 따가는 등 CJ그룹 계열사가 2015년 들어 옥외광고 시장에 입찰로 나온 씨알 굵은 매체 물량들을 대거 수중에 넣었다.
매체 확보를 위한 CJ그룹 측의 적극적인 입찰 참여도 그렇지만 낙찰금액을 놓고 업계는 입을 다물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옥외광고업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조직적·법적 대응에 나서는 등 기존 시장을 지키려는 영세 중소업체들과 시장을 파고들려는 대기업 간에는 생존권을 전제로 한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옥외광고미디어협회는 2015년 6월 동반성장위원회에 옥외광고 매체 대행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 보호해 달라며 정식으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 신청은 12월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 2015년은 옥외광고 매체가 시위·농성용 매체로 시달림을 받은 한 해이기도 했다.
2015년은 옥외광고 매체가 시위·농성용 매체로 변질되고 그에 따라 사업자가 감당 불능의 피해를 겪게 되었지만, 이렇다 할 해결책이 없음을 드러낸 옥외광고 매체 수난의 시대로도 기록될 만하다.
옥외광고 매체의 시위·농성 수단화는 서울의 한복판인 중구 무교동 금세기빌딩에서 시작됐다. 서울시청 광장에 접해 있어 노출효과가 크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주해 있어 상징성이 큰 이 건물의 옥상 전광판에서 올 6월부터 최근까지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화성지부 사내하청분회 소속 직원 2명이 장기 점거농성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세밑과 혹한이 다가옴에도 농성을 풀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전광판을 통해 표출되던 약 15개의 광고방송이 모두 중단됐고 광고를 진행하기로 예정했던 광고주들도 모두 계약을 파기해 전광판 매체 보유 회사는 지금까지 피해액만 1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맞은편 올림픽대로 옆에 있는 야립광고탑도 농성자들에게 점거를 당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서울교의 야립광고물도 농성자들이 무단으로 점거, 농성시위를 벌이다가 철수한 바 있다. 시위와 농성을 목적으로 광고물을 무단 점거하는 사태는 지방으로도 이어져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 전광판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2인에게 점거되기도 했다.
이처럼 전광판 및 야립광고물이 시위를 위한 무단점거에 사용된 것에 대해 옥외광고업계는 전광판과 야립광고물 등의 매체경쟁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쓴웃음을 짓기도 했지만, 아무런 해결방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업계에 중차대한 당면 현안으로 부각됐다.
해당 대행업체는 항의와 하소연을 해보고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에도 나서봤지만, 결국 정부당국과 해당 근로자들이 속한 노사 어느 쪽에서도 아무런 해결책을 구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을 감내하는 처지에 놓였다. 2015년은 광고매체 불법 점유에 따른 항구적인 대책 마련의 숙제를 당국과 업계 모두에 남겼다.
▲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바람직한 광고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단체 공동 캠페인’을 벌였다. 불법 현수막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외광고 업무 정부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시민단체와 주민이 참여하는 ‘바람직한 광고문화 정착을 위한 시민단체 공동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시와 옥외광고 업계, 시민단체 등 많은 옥외광고 관계기관 및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행자부는 이번 캠페인을 계기로 매달 불법 광고물 정비 실적을 공개하고 합동토론회를 여는 등 옥외광고 환경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행자부의 옥외광고 환경 개선에 대한 기본 방침은 지난 11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전국 옥외광고 관계공무원 250여 명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그 골격이 밝혀졌다. 다름 아닌 현수막에 대한 집중 단속이다. 행자부는 이 행사에서 불법 현수막 근절을 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행정 처분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언급하면서 “불법 현수막의 뿌리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시범적인 본보기로 정당과 공공기관의 불법 현수막 근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불법 현수막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서울시는 이미 특단의 조치를 내렸고 이날 사례 발표를 통해 정비 실적을 소개했다. 서울시는 최근 현수막 1장을 수거해올 때마다 2,000원을 주는 보상금제를 도입한 상태고 행자부는 이를 비롯한 전국 각 지자체의 성공적인 불법 광고물 근절 사례를 전국으로 확대 실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와 광역시도, 시군구의 이 같은 입체적인 현수막 정비 정책이 가시화될 경우 옥외광고 환경은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는 제작 설치가 간편하고 비용이 저렴한 데 비해 광고효과가 큰 거리의 현수막 때문에 다른 상업광고 매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온 것이 사실. 이 때문에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불법 현수막이 거리에서 사라지게 될 경우 옥외광고매체 시장의 건전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기대 섞인 시선으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따라서 2015년은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의 옥외광고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 정비가 착수된 원년으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
옥외광고업계는 2015년을 광고매체 사용료의 거품이 일부 제거되기 시작한 해라고 말하고 있다. 버스광고와 야립광고 등의 납입금이 기존의 금액보다 큰 폭으로 낮아졌기에, 광고 대행 사업자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화됐고 이는 매체 운용의 탄력성 강화로 이어져 옥외광고 시장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수 있는 귀중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시장의 상황과 사업자들의 경쟁 여건에 의해 일시적으로 조성된 매체사용료 현실화 현상으로는 부족하고 옥외광고 시장의 후진적인 입찰구조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옥외광고 시장의 입찰 시스템은 단기 사업기간, 최고가 입찰에 의한 사업자 선정 방식으로 그에 따른 후유증과 부작용의 순환고리를 반복해 왔다. ‘고가 낙찰 → 매체사용료 상승 → 광고비 상승 → 광고주 이탈 → 매체 경쟁력 저하 → 사업권 반납 및 유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업계의 자생력이 크게 악화돼 왔던 것.
이에 따라 옥외광고 대행업계는 발주처(매체주)들이 시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사업자들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 스스로도 옥외광고의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합리적인 매체 사용료 책정, 매체사의 경영 안정화 기반 조성을 위한 사업기간의 장기화, 유연하고 발 빠른 인·허가 조치 등 매체주들의 지원과 관심이 뒤따른다면 시장이 보다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론은 올해에 이어 2016년에도 변함없는 업계의 희망적인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