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박석철
SBS 기획실 전문위원
· 現 한국방송학회 연구이사
· 前 한국언론학회 연구이사
· 前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 前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 前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선임연구원
· 前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정책 자문위원
올해도 방송시장에서 지상파 방송과 유료 방송 채널 간의 성장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매출이 집계된 2015년 상반기 실적만 보면 방송광고 시장은 전년 동기 대비 5.5% 성장했는데, 이는 연초 대형 광고기획사에서 예측했던 3.5%보다 높은 수치로 침체 일변도의 방송광고 시장에 일말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지상파 방송의 부진이 고착화되고 있고 유료방송인 케이블과 종편의 매출 증대가 방송광고 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상파 광고는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고, CJ E&M은 13.9%, 종합편성채널 4사는 44.4% 성장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시청행태의 변화가 광고주의 관심을 변화시켰기 때문인지 아니면 비대칭 규제의 수혜로 유료방송이 광고 수주에 유리하기 때문인지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찌 되었건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이 상승하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광고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콘텐츠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어 시청 관습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게 되고 광고 수익 또한 늘어나 단순한 콘텐츠 집적(Aggregate)보다는 직접 제작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모범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스폰서 기업별로 보면 모바일 플랫폼 기반의 광고주 업종이 상반기 지상파 광고 시장을 주도했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광고 시간을 구매하는 분야는 게임업종이다. 전년 100억 원에 불과했던 광고비를 705억 원으로 증액했다. 게임업종은 광고비 증액 상위 10개 광고주 중 5개가 포함될 정도로 광고업계의 신규 광고주로 등극했다.
광고비 투자금액이 2번째로 많은 사업자는 KT다. 2014년 18억 원에서 2015년 117억 원으로 증액했다. IPTV 가입자 증가세에 따라 가입자 확보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광고비를 증액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10위권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수입 자동차 광고의 증가도 눈여겨볼 만 하다. 2014년 동기 대비 2015년 상반기에는 2배가 넘는 비용(44억 원→111억 원)을 집행했는데 수입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광고비 투자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광고비를 감액한 분야는 주로 제조업 업종들이었다. 2014년 거대 스포츠 이벤트 특수 때 광고비 집행이 많았던 제조업 업종들의 광고비 집행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전년 동기 대비 180억 원을 감액했고, 현대차, 기아차 등 전년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때 기업 PR을 위해 광고비 집행이 많았던 자동차 회사들이 내수 부진과 경기 침체 등의 상황 악화로 광고비 투자를 대폭 축소했다.
2015년은 방송광고 규제 완화로 방송광고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한 해이기도 했다. 규제 완화가 적용되는 시기가 2015년 하반기부터라는 점을 감안하면 2015년 방송광고 실적은 전년 대비 크게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방송광고 규제 완화가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실제 시장에서 규제 완화 취지에 맞게 작동되어야 하나, 실제 시장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방송광고 심의 규정이 까다로워 광고주가 집행을 꺼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가상광고가 가능한 방송프로그램 분야 및 시간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한 세부 기준을 정하기 위해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대한 고시」를 제정하였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개정 작업도 10월 초 완료했으며 10월 29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심의위원회 주최로 방송광고 모니터링 세부기준 설명회를 개최해 가상광고 집행 시의 주의사항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규제 개선에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 전 가상광고는 스포츠 중계 프로그램에서만 가능했으나 개정 후 오락 프로그램 및 스포츠 분야 보도 프로그램도 가상광고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비록 유료방송 채널에 한정되긴 하나 가상광고의 시간도 100분의 5에서 100분의 7로 확대되는 등 가상광고가 활성화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규제 개선이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가상광고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2015년 9월 21일 시행」에서 정한 ‘가상광고의 방법(제7조)’만 보면 가상광고를 어떻게 집행해야 법에 저촉되지 않는지 파악할 수 없게 만든다. 제7조 1항의 항목에는 “방송사업자는 가상광고 노출을 위해 화면을 인위적으로 정지, 중단하거나 분할, 축소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문만 보면 시청자의 시청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경우에는 화면을 인위적으로 정지, 중단하거나 분할, 축소해도 된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화면을 인위적으로 정지, 중단하거나 분할, 축소하는 편집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가상광고 관련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가상광고의 노출로 인한 시청흐름 방해 등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된다. 방송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가상광고에 대한 심의기준이 신설된 것인데 업계에서는 이 심의기준 또한 모호한 해석 여지를 둠으로써 광고 집행을 꺼리는 규제요소로 작동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48조에 보면 어떤 경우에 시청흐름을 방해하는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시청흐름의 판단 기준은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 전개 또는 구성과 무관하게 노출하여 시청흐름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내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예외 경우는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 등으로 진행이 정지되거나,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장면의 경우’로 정했는데 이 규정만으로는 가상광고를 어떻게 집행해야 심의규정 위반이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다. 결국 심의 기준을 적용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시청흐름에 ‘현저하게’ 방해가 되는지 방해가 되지 않는지가 결정된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또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8조 2항에는 광고효과의 표현 정도에 대해서도 정의하고 있는데, 광고효과를 드러내지 말라는 것인지 불가피하면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인지도 모호하게 만들었다. 광고는 광고 효과를 주어 소비자에게 구매욕을 불러일으키거나 제품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주목적인데, 이 규정에 따르면 가상광고는 광고지만 광고효과를 내지 말고 표현하라는 것으로 해석해야 맞다.
광고주들은 가상광고와 간접광고에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과 분리된 전후광고, 시청흐름에 방해된다고 꺼리는 중간광고에 비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가상광고나 간접광고가 제품에 대한 구매의욕이나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에 대한 심의 규정이 표현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경우 광고주는 투자를 꺼리게 되고 광고 산업의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광고경기예측지수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년 4분기뿐만 아니라 2016년 상반기 전망도 밝지 않다고 예상했다. 경제 여건이 장기간에 걸쳐 호전되지 않고 전반적인 국내 경제 환경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경영활동 위축이 광고비 집행을 줄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때 정부가 할 수 있는 경기 부양책 중 하나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활발한 마케팅 활동 유도다. 그러나 규제 완화의 속도가 경제 환경을 못 따라가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경제 성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모바일 광고가 성장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그렇더라도 온라인·모바일 광고가 텔레비전 광고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주요국 텔레비전 광고는 비록 온라인·모바일 광고만큼은 아니지만 소폭이라도 꾸준히 성장하며 커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텔레비전 광고가 축소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텔레비전 광고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만 줄여도 광고산업 전반이 성장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내수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2016년에는 방송광고가 광고 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내수 활성화에 기여해 우리 경제도 쑥쑥 커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