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이 깜짝 발표를 했다. ‘바로결제’의 수수료를 8월 1일부터 제로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전체 매출 비중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바로결제 수수료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인지 추측하는 글들도 많이 나온 듯하다. 그중 그럴싸하게 와 닿은 글은 쿠팡의 사례를 예로 들며, 신규 사용자를 얻기 위해 사용해오던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기 확보된 사용자를 통한 레버리지와 배달이라는 신규 채널을 통해 부족해지는 수익 부분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 하는 글이었다.
배달의 민족은 전형적인 투사이드 비지니스다. 배달 음식 업체와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로, 흔히 ‘찌라시’라고 불리던 전단지의 비효율성을 스마트폰과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거하겠다는 비전으로 출발했다. 회사 대표의 디자인적인 감성과 발품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거대한 투자도 유치했다. 투자 유치 이후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바로결제 수수료 제로’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대표적인 O2O(Offline to Online) 비즈니스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5년 만에 페이스북 7년 차 시절의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는 우버 역시, 전 세계 300여 개의 도시에 진출한 대표적 O2O 비즈니스 주자다. 이런 벤처들이 지향하고 있는 업태와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큰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2014년 말 기준으로 배달의 민족은 ‘1,500만 다운로드, 월간 주문 수 430만, 월 리뷰 수 22만 건, 월간 순 이용자 수 300만’ 등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출처 : 닐슨코리아). 필자는 1,500만 다운로드, 주문 수 430만, 순 이용자 300만 등과 같은 ‘데이터’에 주목하고 싶다. 대한민국 인구수 5,100만 명 가운데 30% 이상이 설치했으며, 매달 3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430만 건이라는 주문을 하고 있고, 22만 건이라는 리뷰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러한 수치들이 무얼 의미할까? 이 앱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생각해보자. 회원가입(자기가 누구인지를 일정하게 알리는 역할), 필요하다면 결제정보(전화번호, 신용카드, 계좌정보 등)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배달을 위해서는 정확한 집 주소도 제공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정보는 커머스 사이트라면 기본으로 요구하는 정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본다면, 어떤 사용자가 어느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음식을 주문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앱을 통해서 생성되고 저장된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반영하며 반복성을 가지게 된다. 이게 어찌 배달의 민족뿐이겠는가? 어쩌면 스마트폰을 24시간 끼고 살아야 하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배달의 민족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주문하는지에 대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구의 30% 정도를 커버하고 있으니, 소비 행태에 대한 각 지역별 데이터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운송 서비스 우버는 300여 도시에 진출해 있으니, 어떤 사람들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장소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가장 글로벌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생뚱맞을 것 같지만 여기서 토정비결 얘기를 잠시 하고 가자.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건강, 재물, 길흉화복 등을 점쳐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본다.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3개의 숫자를 통해 한 해의 길흉화복을 나타내는 은유의 세계로 들어간다. 계산적으로 연월일시가 같으면 하나의 운명을 가지게 된다.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은유의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정비결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1년 열두 달의 신수를 판단하는 술서(術書)다. 조선 후기부터 수백 년간 정월 초승이면 으레 ‘토정비결’로 그해 신수를 알아보는 일은, 조선 민간의 세시 풍경이다.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주역의 괘로써 풀이한 것이지만 주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토정비결)”고 나온다. 토정비결의 출발점이 <주역>이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주역’을 검색해보면 “<주역>은 8괘(八卦)와 64괘, 그리고 괘사(卦辭)·효사(爻辭)·십익(十翼)으로 되어 있다. 작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왕필(王弼)은 복희씨(伏羲氏)가 황허강(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있는 도형(圖形)을 보고 계시(啓示)를 얻어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처음 8괘를 만든 뒤 이를 더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고 하였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주역)”고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주역은 그 이전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서의 형태로 기록되기 이전에는 구전으로, 문서가 기록되면서 하나의 축적된 정보로서의 의미가 더해지고, 이를 뛰어난 누군가가 체계화해 정리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경험의 축적은 기억에 의존하고, 책으로 기록되며 지식으로 전수됐다. 지식이 누적되고, 추가적인 노력으로 일정한 흐름을 알게 되면서, 이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사용하려던 노력이 토정비결과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한다.
토정비결은 생년월일시를 이용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일관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며, 경험과 관찰에 기반하여 분류된 예측정보에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수많은 은유와 비유로 접근한 정보의 해석이 애매모호한 점은 적잖이 아쉬운 점이긴 하다. 토정비결이 예측서가 아니라, 단순한 길흉화복을 점치는 술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최종 결과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개인의 삶을 모두 기록하고 이를 검증해낼 수 있다면, 단순한 술서가 아니라 과학적 예측서로서도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점의 영역에 머물던 예측을 축적한 데이터와 패턴화, 과학적 이론 등의 접목으로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이끌어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혜성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밤하늘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혜성들은 질병, 가뭄, 전쟁 등을 암시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이를 이용하여 혹세무민하는 위정가, 점술가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러한 혜성의 나타남은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에 의해 혜성의 나타남이 신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다.
“영국의 천문학자 E.핼리는 1705년에 당시 I.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의 이론에 따라서 기록에 있는 혜성 24개의 궤도를 계산해서,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한 바 있는 세 개의 혜성이 같은 궤도를 돌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의 같은 간격으로 나타나는 점에서, 이것들은 동일한 이 태양의 주위를 76년의 주기로 돌고 있다고 결론짓고, 이 혜성은 다음에는 1758년에 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재출현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그의 이 예언은 정확히 적중하여, 1758년의 크리스마스 밤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며 접근해 왔다. 핼리의 이 공적에 의해서 혜성 중에 주기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핼리혜성)
데이터의 분석과 과학적인 알고리즘의 적용이 가져온 쾌거였다. 이로서 혜성은 신이 노해서 보내는 검은 운명의 메시지가 아니라, 우주를 일정한 주기로 떠도는 별임을 알게 되었고, 혜성의 주기를 과학적으로 예측함으로써, 과학을 이용한 예측이 가능함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레코벨이라는 회사가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리타깃팅이라는 디지털마케팅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쇼핑몰·앱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함께 일한다. 웹 또는 앱의 공통점은 사용자들이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이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분석될 수 있다. 레코벨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앱의 실행에서부터 거쳐 간 화면, 체류시간, 앱을 종료하는 순간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기록하고 분석한다.
보통 앱의 실행에서 실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용자의 3%에 불과하고, 97%의 사용자는 앱의 실행과 구매라는 과정 중 어디에선가 포기한다. 개인별로 만들어내는 정보가 방대하다 해도 이들을 분석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재접속 시 어떠한 메시지를 줄 것인지를 결정해서 사용자를 구매로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레코벨이라는 회사의 핵심역량이다. 1% 아니 0.5%만 실구매로 더 끌고 갈 수 있다 해도 쇼핑몰이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이 힘의 원천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이들에게 최적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닐까?
왜 지금 빅데이터인가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앱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실시간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그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는 거대한 클라우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정비결이 술서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비과학화의 영역(경험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지식과 이를 연결해주는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존)이 과학화의 영역(클라우드에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쌓이는 방대한 정보, 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여 패턴화시켜 줄 수 있는 지능)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발생 시점, 발생하는 곳과 분석·분류되는 곳과의 연결이 수만 분의 일 초로 가능해진 지금의 빠른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내가 아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마케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 될까? 마케터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원하는 대상에 전달하여 행위를 유도한다. 이 커뮤니케이션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의 도움을 받아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 패턴을 적용하는 예측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마케터는 메시지를 내보낼 미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받을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이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미디어 플래닝의 시대에서 오디언스 플래닝의 시대로 그 중심이 변하고 있다. 사용자가 있을 법한 미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있을 법한 상황을 예측하고 그 사용자를 정확히 정의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광고시장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대한 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소셜로 연결되어 있는 15억 사용자의 데이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인에 가까운 계정정보, 지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연결관계,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좋아요’, 주기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포스팅 등 페이스북에는 사용자 개개인 및 이들의 친구관계, 행동패턴 다양한 정보들이 존재하고 페이스북은 이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광고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앱과의 연계,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 서비스까지 확대하며 사용자의 스마트폰상에서의 거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구글이 검색을 사용자의 계정과 연결하려 노력하는 이면에도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점들을 연결하고 이것들을 이용하여 그다음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우버 같은 서비스의 미래는 어쩌면 이들의 미디어화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방대한 정보(빅데이터)와 광고주의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오디언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서로 연결해줄 수 있는 광고플랫폼, 오디언스 플랫폼으로의 진화 가능성에 그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마케터는 이러한 오디언스 플랫폼의 진화방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구환 옐로모바일 마케팅연구소 소장
배달의 민족은 전형적인 투사이드 비지니스다. 배달 음식 업체와 배달을 시키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비즈니스로, 흔히 ‘찌라시’라고 불리던 전단지의 비효율성을 스마트폰과 플랫폼을 이용하여 제거하겠다는 비전으로 출발했다. 회사 대표의 디자인적인 감성과 발품 마케팅으로 초기 사용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거대한 투자도 유치했다. 투자 유치 이후 다음 행보를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바로결제 수수료 제로’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배달의 민족은 대표적인 O2O(Offline to Online) 비즈니스로 꼽히기도 한다. 최근 5년 만에 페이스북 7년 차 시절의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는 우버 역시, 전 세계 300여 개의 도시에 진출한 대표적 O2O 비즈니스 주자다. 이런 벤처들이 지향하고 있는 업태와 향후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큰 가치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2014년 말 기준으로 배달의 민족은 ‘1,500만 다운로드, 월간 주문 수 430만, 월 리뷰 수 22만 건, 월간 순 이용자 수 300만’ 등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고 한다(출처 : 닐슨코리아). 필자는 1,500만 다운로드, 주문 수 430만, 순 이용자 300만 등과 같은 ‘데이터’에 주목하고 싶다. 대한민국 인구수 5,100만 명 가운데 30% 이상이 설치했으며, 매달 3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430만 건이라는 주문을 하고 있고, 22만 건이라는 리뷰를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러한 수치들이 무얼 의미할까? 이 앱을 사용하면서 사용자들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무엇인지 간략하게 생각해보자. 회원가입(자기가 누구인지를 일정하게 알리는 역할), 필요하다면 결제정보(전화번호, 신용카드, 계좌정보 등)도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배달을 위해서는 정확한 집 주소도 제공해야 한다. 어쩌면 이런 정보는 커머스 사이트라면 기본으로 요구하는 정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 걸음만 더 들어가 본다면, 어떤 사용자가 어느 시간대에 어떤 종류의 음식을 주문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앱을 통해서 생성되고 저장된다. 그리고 그러한 행위는 사용자의 생활패턴을 반영하며 반복성을 가지게 된다. 이게 어찌 배달의 민족뿐이겠는가? 어쩌면 스마트폰을 24시간 끼고 살아야 하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적어도 배달의 민족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음식을 주문하는지에 대한 가장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구의 30% 정도를 커버하고 있으니, 소비 행태에 대한 각 지역별 데이터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운송 서비스 우버는 300여 도시에 진출해 있으니, 어떤 사람들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장소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가장 글로벌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가고 있을 것이다.
생뚱맞을 것 같지만 여기서 토정비결 얘기를 잠시 하고 가자. 새해가 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건강, 재물, 길흉화복 등을 점쳐보기 위해 토정비결을 본다. 생년월일시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3개의 숫자를 통해 한 해의 길흉화복을 나타내는 은유의 세계로 들어간다. 계산적으로 연월일시가 같으면 하나의 운명을 가지게 된다. 맞느냐, 맞지 않느냐는 은유의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토정비결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면, “1년 열두 달의 신수를 판단하는 술서(術書)다. 조선 후기부터 수백 년간 정월 초승이면 으레 ‘토정비결’로 그해 신수를 알아보는 일은, 조선 민간의 세시 풍경이다.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주역의 괘로써 풀이한 것이지만 주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토정비결)”고 나온다. 토정비결의 출발점이 <주역>이라는 얘기이다.
그래서 ‘주역’을 검색해보면 “<주역>은 8괘(八卦)와 64괘, 그리고 괘사(卦辭)·효사(爻辭)·십익(十翼)으로 되어 있다. 작자에 관하여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왕필(王弼)은 복희씨(伏羲氏)가 황허강(黃河)에서 나온 용마(龍馬)의 등에 있는 도형(圖形)을 보고 계시(啓示)를 얻어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처음 8괘를 만든 뒤 이를 더 발전시켜 64괘를 만들었다고 하였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주역)”고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토정비결은 주역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주역은 그 이전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일들과 천문지리를 살피고 만물의 변화를 고찰하여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문서의 형태로 기록되기 이전에는 구전으로, 문서가 기록되면서 하나의 축적된 정보로서의 의미가 더해지고, 이를 뛰어난 누군가가 체계화해 정리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경험의 축적은 기억에 의존하고, 책으로 기록되며 지식으로 전수됐다. 지식이 누적되고, 추가적인 노력으로 일정한 흐름을 알게 되면서, 이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예측으로 사용하려던 노력이 토정비결과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한다.
토정비결은 생년월일시를 이용하여 정보에 접근하는 일관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으며, 경험과 관찰에 기반하여 분류된 예측정보에 접근하도록 하고 있다. 수많은 은유와 비유로 접근한 정보의 해석이 애매모호한 점은 적잖이 아쉬운 점이긴 하다. 토정비결이 예측서가 아니라, 단순한 길흉화복을 점치는 술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최종 결과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해서가 아닐까 한다. 어쩌면 개인의 삶을 모두 기록하고 이를 검증해낼 수 있다면, 단순한 술서가 아니라 과학적 예측서로서도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점의 영역에 머물던 예측을 축적한 데이터와 패턴화, 과학적 이론 등의 접목으로 신의 영역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이끌어낸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자. 혜성은 유럽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밤하늘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혜성들은 질병, 가뭄, 전쟁 등을 암시하는 불길한 징조였다. 이를 이용하여 혹세무민하는 위정가, 점술가들도 많았다. 그래서 이러한 혜성의 나타남은 신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한 천문학자에 의해 혜성의 나타남이 신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게 된다.
“영국의 천문학자 E.핼리는 1705년에 당시 I.뉴턴이 발표한 만유인력의 이론에 따라서 기록에 있는 혜성 24개의 궤도를 계산해서, 1531년, 1607년, 1682년에 출현한 바 있는 세 개의 혜성이 같은 궤도를 돌고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거의 같은 간격으로 나타나는 점에서, 이것들은 동일한 이 태양의 주위를 76년의 주기로 돌고 있다고 결론짓고, 이 혜성은 다음에는 1758년에 또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 재출현을 보지 못하고 사망했으나, 그의 이 예언은 정확히 적중하여, 1758년의 크리스마스 밤에 그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내며 접근해 왔다. 핼리의 이 공적에 의해서 혜성 중에 주기적인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 핼리혜성)
데이터의 분석과 과학적인 알고리즘의 적용이 가져온 쾌거였다. 이로서 혜성은 신이 노해서 보내는 검은 운명의 메시지가 아니라, 우주를 일정한 주기로 떠도는 별임을 알게 되었고, 혜성의 주기를 과학적으로 예측함으로써, 과학을 이용한 예측이 가능함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레코벨이라는 회사가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리타깃팅이라는 디지털마케팅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는 쇼핑몰·앱을 운영하는 업체들과 함께 일한다. 웹 또는 앱의 공통점은 사용자들이 한 발짝 움직일 때마다 이들을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분석될 수 있다. 레코벨은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추적하고 분석한다. 앱의 실행에서부터 거쳐 간 화면, 체류시간, 앱을 종료하는 순간이 어디인지를 정확히 기록하고 분석한다.
보통 앱의 실행에서 실구매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용자의 3%에 불과하고, 97%의 사용자는 앱의 실행과 구매라는 과정 중 어디에선가 포기한다. 개인별로 만들어내는 정보가 방대하다 해도 이들을 분석하고 패턴을 발견하여 재접속 시 어떠한 메시지를 줄 것인지를 결정해서 사용자를 구매로까지 끌고 갈 수 있는 능력, 이것이 바로 레코벨이라는 회사의 핵심역량이다. 1% 아니 0.5%만 실구매로 더 끌고 갈 수 있다 해도 쇼핑몰이 얻는 혜택은 엄청나다. 이 힘의 원천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와 이들에게 최적화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아닐까?
왜 지금 빅데이터인가를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과 앱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실시간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그 데이터를 저장·분석할 수 있는 거대한 클라우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토정비결이 술서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비과학화의 영역(경험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지식과 이를 연결해주는 뛰어난 예지력을 가진 누군가에 의존)이 과학화의 영역(클라우드에 빅데이터라는 이름으로 쌓이는 방대한 정보, 이 방대한 정보를 분석하고 분류하여 패턴화시켜 줄 수 있는 지능)으로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정보의 발생 시점, 발생하는 곳과 분석·분류되는 곳과의 연결이 수만 분의 일 초로 가능해진 지금의 빠른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클라우드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내가 아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세상에서 마케터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 될까? 마케터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원하는 대상에 전달하여 행위를 유도한다. 이 커뮤니케이션이 빅데이터와 클라우드의 도움을 받아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고, 그 예측 패턴을 적용하는 예측 커뮤니케이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제 마케터는 메시지를 내보낼 미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받을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정의하고 이를 찾아 나서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미디어 플래닝의 시대에서 오디언스 플래닝의 시대로 그 중심이 변하고 있다. 사용자가 있을 법한 미디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 있을 법한 상황을 예측하고 그 사용자를 정확히 정의하는 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페이스북이 모바일 광고시장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대한 답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가치는 소셜로 연결되어 있는 15억 사용자의 데이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인에 가까운 계정정보, 지인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연결관계,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를 나타내는 ‘좋아요’, 주기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포스팅 등 페이스북에는 사용자 개개인 및 이들의 친구관계, 행동패턴 다양한 정보들이 존재하고 페이스북은 이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광고플랫폼으로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앱과의 연계,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 서비스까지 확대하며 사용자의 스마트폰상에서의 거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구글이 검색을 사용자의 계정과 연결하려 노력하는 이면에도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점들을 연결하고 이것들을 이용하여 그다음을 예측하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배달의 민족, 우버 같은 서비스의 미래는 어쩌면 이들의 미디어화에 달려 있을 수도 있다. 서비스 사용자에 대한 방대한 정보(빅데이터)와 광고주의 메시지에 가장 적합한 오디언스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를 서로 연결해줄 수 있는 광고플랫폼, 오디언스 플랫폼으로의 진화 가능성에 그 절대적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한다.
마케터는 이러한 오디언스 플랫폼의 진화방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이구환 옐로모바일 마케팅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