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지속적 역성장 흐름 속 콘텐츠 강화와 차별화로 활로 모색해야
2014년도 저문다. 이런 송년 분위기, 왠지 낯설지 않다. 작년에도 또 그 전, 그 전에 전 해에도 여러 차례 맛보았던 그 떫고 쌉싸름한, 딱 절반씩의 성패감. 그래도 시작은 대통령 취임 축하광고가 있었던 전년 수준엔 미치지 못하겠지만, 나름 민간소비 증가율의 소폭 증가 전망을 골자로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 등을 전제한 낙관적 긴장모드가 이어졌다. 인쇄미디어라 크게 기대는 안했지만, 그래도 소치동계올림픽이라는 기압골의 간접적 영향으로 가문 들녘에 바람을 동반한 약간의 비 정도는 있어줄 줄 알았다.
그러나... 1분기의 실적은 암담했다. 모두들 희망의 2분기를 고대했다. 1분기의 적자를 깔끔히 메우고, 어서 전년비 플러스 지표로 돌아가야 한다며 후보자들보다 먼저 6.4 지방선거를 들먹였고, FIFA 위원들보다 간절히 월드컵 마케팅의 시작을 독려했던 것이다.
나까지 뭘 또 보태랴 했건만 결국 쓰고 있다. 올해의 화두인 ‘세월호’. 만약 세월호 사태가 없었더라면, 선거와 월드컵을 통한 기업마케팅의 활성화로 업계에서 기원한 1분기의 실적 회복이 2분기에 가능했을까. 세월호가 아니었다면 2, 3분기를 관통하는 내내 광고마케팅의 실크로드가 이어졌을까. 좀처럼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내수는 유가족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마음처럼 꽁꽁 얼어붙었고,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없었다. 세월호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치러졌고, 월드컵은 열렸으며, 자연스레 휴가철로 이어졌고, 추석을 보내고 나니 인천아시안게임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세월호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단지 세월호가 거기 있었을 뿐인 게 아니었을까 싶은 게다. 지난 5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저성장의 늪이 다시 슬며시 손을 뻗어 잡아들이는 형국. 세월호가 아니었다면 다른 그 무언가가 지금 이 난망한 연말정국의 주된 용의자 혐의를 받고 있을 것이다.
9.1 부동산대책 효과는 부동산 시장의 활황보다는 전세난을 부추기며 경기부양의 왜곡된 양상을 초래했고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는 다시 하향 조정되었다. 엔저의 우려가 거의 공포수준으로 떨어지며 수출경쟁력을 약화시킨 가운데 내수와 수출 모든 부문에서의 불확실성은 지난 한 해를 자욱하게 물들였다.
지하철과 버스에서 모바일에 완패한 무료신문은 상징적으로 <메트로>를 남기고 연쇄 폐간이 이어졌고, 스포츠지 역시 유례없는 실적 부진에 대폭적인 감량경영이 불가피해졌다. 경제지와 기타 중앙일간지도 대략 전년 대비 -6%를 넘는 실적 부진과 성장 모멘텀의 부재로 장기적인 신문 쇠락을 예고하는 듯 보인다.
결론적으로 예상한 바, 스포츠 3대 이벤트는 신문광고 시장의 긍정성을 잉태해내지 못했고, 하반기까지 지속된 소비위축과 경제성장률 하락조정 등의 경제지표 하방경직성은 여지없이 올 한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업종별 리뷰
신문이 이 사회에 크게 저널리즘(언론)과 미디어(매체)라는 두 가지 기능으로 자리 잡은 후 산업화 시대에 등장한 대개의 업종은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인큐베이팅 되었고, 신문광고를 PR과 마케팅의 주요 툴로 활용했다. 하지만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플랫폼의 혁명적 변화는, ‘낡고 늦으며 고리타분한 것’으로 근거 없이 폄훼당하는 신문으로부터 ‘생생하고 빠르고 흥미로운 것’이라는, 역시 일부분만 과대포장된 온라인과 모바일로 전이되면서, 신문은 이미 미디어라기보다는 저널리즘과 콘텐츠 생산의 전초기지로만 축소, 재해석 되는 분위기다.
올해 업계에서 광고비가 눈에 띄게 늘어난 업종으로는 아웃도어, 골프용품과 맥주 등을 뽑는다. 하지만 이 중 아웃도어는 종합 3개지(조선, 중앙, 동아) 기준으로 전년비 70%대에 머물렀으며, 골프용품과 맥주는 신문을 미디어로 활용한 지 이미 오래된 제품군이다. 아웃도어 제품이 신문광고에 정점을 찍은 것은 3년 전인 2011년이었으며, 그 후 말 그대로 하방경직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곡선을 그린다.
이 와중에 부동산과 대형유통할인점 그리고 패션, 뷰티, 식음료 등의 업종에서는 전년대비 상승곡선을 보여주며 그나마 신문광고를 주도했다. 이 밖에 제약, 병원, 대학, 관광 업종의 경우도 상승세나 하락세의 폭이 크지 않은 가운데 현상유지 수준의 광고집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의 광고비지출 리딩 업종이 반드시 신문과 일치하지 않음은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을 주요한 광고마케팅 또는 PR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업종과 업체도 여전히 다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업계 리뷰
2014년 신문은 전년비 △6%의 마이너스성장(1조 5,447억 원 → 1조 4,520억 원 : 출처 HSAD)이 예상된다. 제일기획 광고연감에서도 다소 차이는 있으나 총 신문광고비가 1조 5천억 원 미만이라는 데서 추정의 골격은 유사하다. 이 숫자는 1998년 IMF때를 제외하고 1990년 이후 역대 최저금액으로 기록된다. 총 광고비 중 신문광고 비중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1998년에 기록한 1조 3천 4백억 원대는 총 광고비의 38.6%를 점했던 반면, 올해의 그것은 약 15%에 불과한 것이다. <표1>
△6%의 마이너스성장에 가리어진 불편한 진실들은 굳이 지금 곱씹을 필요는 없겠다. 다만 몇 가지 특징만 언급해 보기로 하자.
올해엔 전년도의 연장선상에서 무료신문이 <메트로>를 제외하고는 모두 폐간되었다. 일부에선 신문이 마케팅페이퍼로서의 성장동력에 제동이 걸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한다. 물론 무료신문이 신문업계라고 일컫는 고유명사의 함의에 어느 정도의 비율을 점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또한 최근 언론계 안팎에서 다수의 ‘경제지 창간설’이 퍼지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
9월 <브릿지경제신문>이 창간되었고, <메트로> 역시 경제지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지는 망하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밖에도
<스포츠조선>의 경제콘텐츠 강화 역시 향후 경제지 창간을 염두해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추세는 종이신문의 마케팅광고 축소와 기업의 협찬성 광고 확대라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신문사들은 지난 해 유료 온라인 콘텐츠 시행에 이어 올 한해 역시 뉴스 콘텐츠의 강화에 지대한 공을 들였다.
각 사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강화하는 팀과 TF들이 즐비하게 생겼고, 꽤 진척된 양상으로 결과물들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제 콘텐츠의 질적 강화와 차별화만이 유일한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이 밖에도 신문 본연의 의제설정 기능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신문이 단순 콘텐츠만 공급하는 기능적 제조업자가 아니란 뜻이다. 아직도 강력한 의제설정자로서의 자기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만이 신문의 생명력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뒤 종이신문을 포함한 콘텐츠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새 주인 ‘제프 베조스’나 대부분의 투자가들이 경제적으로 초토화된 산업이라 규정한 미국의 지방신문사 63곳을 1억 4,200만 달러에 인수하고, 추가로 28개 일간신문에 3억 4,400만 달러를 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예처럼, 되돌릴 수 없는 디지털 미디어 지형에서 이제는 한물 간 것으로 평가받는 인쇄매체를 위해 지속가능한 모델을 찾는 실험과 노력들은 국내외에서 의미있게 진행되고 있다.
잡지 시장
2014년 잡지광고 시장은 신문과 비슷한, 또는 그 보다 소폭의 마이너스 성장(4,650억 원 → 4,450억 원, △4.5%: 출처 제일기획 광고연감 2013)이 예상된다. 특히 잡지광고 업종과 매체 간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특징도 보인다. 무가(無價) 멤버쉽지와 라이선스 패션지, 패션남성지가 ‘초강세’에서 한 단계 하락하여 ‘비교적 강세’의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그 외의 대다수를 점하는 종합여성지, 리빙지, 전문지, 시사지 등 이른 바 일반 대중 타깃 잡지군은 저성장세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기업들의 마케팅비용 축소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이른 바 ‘비교적 강세’라 규정한 명품과 럭셔리 잡지 시장 역시 2013년 최초로 역성장을 기록한 이래 올해에도 뚜렷한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소폭’의 마이너스성장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대중 타깃 잡지군과 달리 대안의 매체가 아직 없는 고가브랜드 광고주의 특성상 소위 명품 패션지의 지속가능성은 당분간은 유효해 보인다.
2015년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이는 잡지 시장에도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온라인-모바일 통합패키지 광고상품 개발 바람이 거세다. 디지털 미디어와 프린트 매거진이 제로섬의 관계가 아닌 시너지 관계로 윈-윈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동력이다. 자칫 이 절박함이 때로는 콘텐츠의 정체성을 흐트러뜨리는 무리한 결합으로 파행되는 모습도 있었다. 최근 2,3년의 학습효과가 잡지 시장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길 기대해 본다.
신문과 잡지는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미디어다. 오래된 것이 좋은 것은 ‘장맛’과 ‘친구’만이 아니다. 아직도 여전히 견고한 콘텐츠 공급자이자 의제설정자로서의 신문과 잡지 역시 변함없는 거리에서 때로는 큰소리로, 때로는 소곤대며 다수의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신문과 잡지 독자들의 가장 큰 특징은 타 플랫폼의 이용자에 비해 본인이 구독하는 매체에 대한 충성도가 절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아직도 많은 업종과 업체에서 신문과 잡지를 주요한 매체로 활용하는 이유다.
광고영업의 틀거리 변화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신문과 잡지 구성원 모두 광고수주의 패러다임 변화를 내부적으로 장착, 즉 광고는 받는 것이 아니라 제안하는 방식으로의 인식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제안방식은 크게 공동사업의 구상, 프로젝트나 이벤트의 협업, 유통망이나 체계의 공동구축 등 실제 파트너로서의 공동책임과 수익쉐어의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신규, 신생 기업의 초기접근에서 뿐만 아니라 기존 대기업부터 중견기업까지 모두를 대상으로 하여 논의구조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이는 대형 프로모션을 통한 대규모 협찬 유치 루트의 다양성을 가능하게 하는 부가기능도 수반한다.
2015년 신문과 잡지 시장이 올해보다 나아질 수 있다고 판단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다만 이 어수선한 업계와 시장 틈새에서도 의제설정자로서의 뚜렷한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보다 다양한 틀거리의 영업방법과 광고상품을 특화, 계발시킨다면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할 근거 역시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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