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하고 톡톡 튀는 감성으로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마트한 광고
매번 원고 마감이 코앞에 닥쳐서야 하게 되는 고민. 이번 호의 키워드는 뭐가 좋을까? 최신 트렌드 키워드도 찾아보고,여기저기 둘러봐도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없다. 그러다 떠오른 생각. IT 기술이 발달해 ‘Smart’와 ‘Fast’가 시대의 키워드가 된 지금. 그래! ‘Smart’로 정하는 거야.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키워드. 이 얼마나 멋진 키워드란 말인가! 응? 아니라고? 스마트가 키워드로 뜬 게 언제인데, 이제야 스마트 타령이냐고? 뭐 어쨌든 키워드 선정은 필자 마음대로니까. 당신이 생각하는 스마트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한번 짚어보길 바라며, 거두절미하고 스마트하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01 Be Stupid
선정한 키워드는 ‘Smart’지만 먼저 소개할 광고는 바보가 되자는 광고다. 이유를 알고 싶다면 끝까지 읽어보길.
청바지 브랜드 디젤(Diesel)의 ‘Be Stupid’ 옥외광고 캠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비주얼은 사람들이 정말 바보짓을 하는 모습, 또는 엉뚱하게 행동하는 모습이다.
디젤의 Be Stupid 캠페인
CCTV 앞에서 상의를 들춰 가슴을 보여주는 여자의 모습. 담장 위에 올라가 오토바이 타는 흉내를 내는 모습. 목에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를 목걸이 모양으로 뿌려놓은 모습 등. 그리고 그 위에 쓰인 철학적 카피들. ‘똑똑한 사람들에겐 머리가 있다. 그러나 바보들에겐 배짱이 있다.’ ‘똑똑한 사람들은 현실을 본다. 바보들은 가능성을 본다.’ ‘똑똑한 사람들은 머리가 하는 말을 듣고, 바보들은 가슴이 하는 말을 듣는다.’ ‘똑똑한 사람들은 비평한다. 바보들은 창조한다.’
스마트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놓고, 그 틀에 박힌 비슷비슷한 삶을 미덕으로 여기는 세상. 디젤은 광고를 통해 고리타분하고 틀에 박힌 삶을 살지 말고, 속된 말로 사고 좀 쳐보라고 한다.
스마트 시대라 불리는 요즘, 청바지라는 제품이 가진 감성을 멋지게 표현한 좋은 광고 캠페인이다. 2014년이 3개월 정도 남은 지금. ‘올 한 해 멋지게 사고 한 번 쳤지’라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이 광고를 먼저 소개한다.
02 Sharpens You Up
이제 이번 호의 키워드 ‘Smart’와 관련한 광고를 소개한다. 광고는 소비자를 스마트하게 해준다는 사탕 브랜드, 프리스크(Frisk)의 ‘Alertness Test’ 캠페인이다.
프리스크의 실험실 편
프리스크를 먹은 실험남이 연구원에 의해 한 실험실로 이끌려 간다. 실험실엔 말 한 마리와 말로 분장한 사람 넷이 있다. 신중한 모습으로 이 중 어떤 게 진짜 말인지 살펴보는 실험남은 진짜 말을 정확히 골라내고, 연구원은 이 결과를 진지하게 차트에 적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피. ‘Frisk sharpens you up.’
프리스크는 민트 향이 입안도, 머릿속도 상쾌하게 해준다는 메시지를 ‘Frisk sharpens you up’.이라는 한 줄의 카피에 담아 다양한 광고와 함께 커뮤니케이션해온 제품이다. 가짜 말과 진짜 말 정도는 구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광고 속 유머.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까지 한 것을 보면, 심사위원들에게도 프리스크가 친근하게 다가간 모양이다.
03 Hello
다음에 소개할 광고로 뭐가 좋을까? 1차원적 접근이지만 스마트폰 광고를 소개해볼까? 스마트폰의 시대를 열어준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티저 광고야말로 이번 호의 광고로 딱이지 않을까? 실제 제품이 출시되기 약 4개월 전인 2007년 2월. 오스카 시상식 중간에 온에어된 아이폰의 티저 광고를 소개한다.
애플 아이폰2G의 헬로 편
옛날 흑백 영화의 한 장면, 검은색 다이얼 전화기가 울리고 전화기로 뛰어와서 ‘헬로?’라며 전화를 받는 여자. 이어서 다양한 사람의 전화 받는 모습이 보인다. 약 30초 동안 수많은 사람의 ‘헬로?’ 멘트.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보이는 아이폰의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자막. ‘Hello. Coming in June.’ 그리고 애플 로고로 마무리되며 광고는 끝을 맺는다.
아이폰을 처음 알리는 티저 광고로서 이 외에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특히 재미있는 것은 광고에 나온 컷이 모두 유명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광고 속 모델은 모두 할리우드 톱스타들이었던 것. 맨 처음 전화를 받는 여자인 루실 볼을 비롯해, 험프리 보가트, 메릴린 먼로, 클라크 게이블 등 흑백 영화 시대의 스타부터 사라 제시카 파커, 새뮤얼 L. 잭슨, 벤 스틸러, 캐머런 디아즈 등 1990년대 인기 스타들까지 총 31명이 출연했다.
이 광고는 광고적 재미와 크리에이티브도 훌륭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의 서막을 알린 광고라는 면에서도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광고라 할 수 있다.
04 Smart Text Book
이어서 소개할 광고는 필리핀의 이동 통신 회사,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Smart Communications)의 텍스트북 캠페인이다. 너무 1차원적으로 선정한 것 아니냐는 물음도 날아올 법하지만, 이 캠페인은 2013년 칸 국제광고제 모바일 부문 그랑프리에 빛나는 캠페인이니 시치미 뚝 떼고 소개하겠다.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의 텍스트북 캠페인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초등학생일지라도 책가방에 많은 책을 넣어 다닐 수밖에 없다. 그리고 책가방의 무게는 특히 어린 학생의 어깨를 짓누르는데, 이는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IT 기술이 발달하고 태블릿 PC의 보급률이 높은 나라는 종이책을 줄이고 다양한 IT 기기를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필리핀은 이런 IT 강국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나라다. 스마트폰 보급률도 매우 낮아 사람들 대부분이 피처폰을 사용할 정도니 말이다.
이에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는 정말 스마트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스마트폰이 없다면, 교과서를 피처폰에 넣기로 한 것. 그래서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는 교과서 출판사들과 6개월간 연구 개발한 끝에 교과서를 SIM 카드에 압축해 넣는 작업을 했다. 피처폰에도 들어가는 SIM 카드. 이 SIM 카드를 피처폰에 꽂으면 피처폰에서도 교과서의 텍스트를 읽을 수 있게 한 것. ‘과연 이게 효과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 것이다. 그러나 이 캠페인을 통해 필리핀 초등학생의 책가방 무게가 50%나 줄었다니, 이만하면 성공이라 하기에 손색없으리라.
물론 이 캠페인이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의 단기 매출에 직접적 도움을 주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가 제공한 피처폰 교과서로 공부한 아이들, 그리고 이 아이들의 부모들의 브랜드 호감도는 엄청나게 상승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이동 통신사로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스를 선택할 것임을 짐작하면, 이 캠페인이야말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하는 매우 스마트한 캠페인이다.
모바일 기술이 세상을 더 편리하게 바꾸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꾸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람의 마음일 것이다. 그렇기에 칸 국제광고제 심사위원들도 혁신적 모바일 기술이 적용된 다른 모바일 광고 대신, 피처폰을 활용한 이 캠페인에 그랑프리를 안겼으리라.
05 I am Smart
1차원적 광고 선정을 이어서 해볼까 한다. 말 그대로 스마트 광고다. (이건 1차원도 안 되는 0차원적인 선정인가?)
스마트 포투의 오프로드 편
스마트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도심형 경차 브랜드다. 광고는 2인승 스마트가 산길을 달리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갑자기 경사가 더 심한 언덕 앞에 멈추더니 호기롭게 오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웬걸, 이내 헛바퀴를 돌리면서 뒤로 미끄러지는 것이 아닌가. 컷이 바뀌고 바위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는 모습, 개울에 빠져 침수되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 저건 무리지’라고 생각될 때 화면 속 장소는 어느새 도심의 도로로 바뀐다. 그리고 차 사이에 비어 있는 아주 작은 공간. 덩치 큰 SUV가 주차해볼까 하다 포기하고 지나갈 때, 잽싸게 등장하는 스마트.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 여유 있게 쏘옥! 주차하는 모습까지. 이때 뜨는 자막. ‘The smart for two. The ultimate city car.’
자신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오히려 장점을 극대화하는 크리에이티브. 스마트의 스마트한 광고다.
Word by 황태준(크리에이티브솔루션1팀 J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