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Insight 1] 나이키 축구화를 신었다고 모두 호날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광고계동향 기사입력 2014.10.10 11:44 조회 14568


요즘 정말 광고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TV광고, 신문광고, 옥외광고, 온라인광고 등을 익히는 것도 바빴는데, 최근에는 브랜디드 콘텐츠, 앰비언트 미디어, 바이럴, 유튜브, 모바일, 사물간 인터넷 등 새로 생겨나는 마케팅 기법과 좋아요, 공유, 팔로우 등 소비자의 미디어 이용 트렌드를 알아야 합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소비자의 트렌드를 힘들게 따라잡아 캠페인이란 타이틀을 걸고 소비자에게 손을 내밀어 보지만 결과는 기대 이상의 실망감뿐입니다.

과거 A씨는 3년 간의 클라이언트 설득을 통해 목표고객이 좋아하는 모델을 주인공으로 브랜디드 드라마라는 광고물과 SNS 확산채널을 연계한 캠페인을 론칭했고, 광고 집행기간 동안 수치 상으로 100만 명 이상이 보고, 40만 번 넘게 SNS 미디어 상에 공유되었습니다. 그러나 기대했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상에 폭발적인 반응과 확산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문제의 원인은 없어서가 아니라 있어서다

‘많은 오해는 무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완고한 지식에서 오곤 한다. 상상력이라는 출입구를 잃어버린 지식은 그래서 완고한 이들의 게으른 도피처에 불과할 때가 많다.’

최근 업계 선배 격인 분의 페이스북에서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입니다. 아직도 완고한 지식과 경험이 광고환경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전통미디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무엇을 말할지를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주요한 역할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한 리치 중심의 주입식 캠페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현재 우리 모두가 광고를 단순히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해석하고 실행하는 관행에 온갖 방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이키 축구화만 신으면 당장이라도 필드에서 화려한 플레이가 펼쳐질 것을 기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미디어의 변화, 그 핵심에는 소비자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그리고 깊게는 사고와 가치관의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체 맥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곧 필드에서 뛰기 위한 트레이닝의 과정이며 호날두처럼 멋진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하는 경기력입니다.

소비자가 참여해야 완성되는 것

귀와 눈의 차이는 눈은 열고 닫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더 큰 목소리를 내는 브랜드가 시장의 승리자가 되었습니다. 광고가 여러 사람의 귀를 향해 있는 시대였죠. 사람들은 들리는 소리를 듣고 각자의 의사결정 과정에 따라 브랜드 광고를 평가했습니다. 이렇게 What to say의 시대에서는 단지 ‘무엇을 말해야 하나’라는 메시지에 집중하면 되었습니다.

21세기, 그리고 오늘에 있어서 사람들은 일방적인 브랜드의 목소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습니다. 귀를 닫고 눈으로 보기 위해 고개를 움직이는 오늘날의 소비자에게는 가까이 다가가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이 더욱 적합합니다. 물론 현재 대부분이 소비자에게 직접 반응을 이끌어내는 인터렉티브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닙니다. 본질적으로 디지털 시대에서는 ‘제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하고, 이러한 상호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화젯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광고를 즐기게 하고,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해 언급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전까지는 완성된 메시지를 대중에게 주입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참여해야만 광고가 완성되는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소비자가 참여해야만 완성되는 광고란 무엇일까요? 레스터 분더만이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에게 주목 받는 광고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은 광고란 어떤 독자에게도 이것이 다른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오직 나를 위한 광고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시대의 광고란 브랜드의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것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눈으로 본 아름다운 광경을, 재미있는 장면을, 의미 있는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함께 나누는 것. 그러한 광고들은 ‘What to share’에 대해 고민합니다.


▲ 아이스버킷챌린지 Ice Bucket Challenge


▲ 버거킹(BurgerKing)의 ‘와퍼의 희생양 Whopper Sacrifice’

브랜드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

자, 알기 쉬운 사례를 몇 가지 들여다봅시다.

최근 미국에서 시작해 전 세계적으로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확산된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다들 아실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캠페인의 성공요인은 ‘좋은 의도’가 아닙니다. 어렸을 적에 동네 친구들과 하던 장난스런 내기를, SNS환경으로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내기는 나와 친구의 심각하지 않은 대결입니다. 그 대결이 주는 재미는 5년 전 2009년 칸에서 티타늄을 차지한 수상한 버거킹(BurgerKing)의 캠페인에서 이미 입증되었습니다. ‘와퍼의 희생양 Whopper Sacrifice’ 캠페인에서 전체 캠페인의 중심에 있는 것은 와퍼가 아닙니다. 소비자에게 이 캠페인은 나와 친구의 대결이거나, 나와 햄버거의 대결일 뿐입니다. 햄버거에게 져서 친구를 잃은 ‘나’는 똑같이 다른 친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친구를 버리고 와퍼를 택한 나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정말 그들이 친구보다 와퍼를 원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저는 재미를 위한 하나의 참신한 놀이였다고 확신합니다. 버거킹의 What to share는 우스꽝스러운 ‘나의 이야기’입니다.


▲ 인텔(Intel)의 ‘나의 박물관 Museum of Me’

이번엔 조금 진지하게 다른 캠페인을 보겠습니다. 2012년 칸 국제광고제에서 수상한 인텔(Intel)의 ‘나의 박물관 Museum of Me’ 캠페인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큼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습니다. 2011년 4월 1일 론칭되어, 단 5일 만에 1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한 이 캠페인에서 사용된 기술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단지 처음과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텔의 로고를 제외하면 사람들이 이 광고에서 만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뿐이죠. 자신의 영상에 감동한 개개인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면서 캠페인 속에 녹아 든 인텔의 가치와 성능은 TV가 넘볼 수 없을 만큼 멀리까지 퍼져나갔습니다. 인텔의 ‘Museum of Me’가 추구했던 ‘What to share’는 바로 보여주고 싶은 ‘나의 이야기’였습니다.


▲ SK텔레콤 T멤버십 글로벌의 ‘Travel Diary’

“뭐야? 너 정말 박민영이랑 여행갔어?”

최근에 진행했던 국내 사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초 통신사 멤버십 서비스를 만든 SKT가 2014년 7월 론칭한 ‘T멤버십 글로벌’.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물론,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마치 여행을 떠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프로모션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었을 때 기존의 오프라인 프로모션이나 해외 현지의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TV광고만을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메시지에만 집중한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단지 하나의 광고로 머물고 말겠지요. 해외여행을 떠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더군다나 유명인과 함께 떠났다고 하면 내 친구들의 반응은 어떠할까요?

나는 물론 친구에게 자랑하고픈 ‘Travel Diary’ 캠페인은 이렇게 기획되었습니다. 캠페인 초기 URL이나 이벤트 메인페이지에서 직접적으로 광고적인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고 ‘유명인과의 가상 해외여행’이라는 스토리에 집중했습니다. SNS 상의 정보를 이용하여 나와 친구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주고 그러면서 서비스가 가진 혜택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광고 같지 않은 광고.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은 박민영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온 ‘나의 이야기’이지만 그 이야기를 타고서 ‘T멤버십 글로벌’의 혜택은 멀리멀리 퍼져갑니다.



우리는 인터넷, 모바일 등의 대중화와 함께 일어난 미디어 급변기에서 과거 소비자에게 다가서던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접근 방법에 대해 다시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새로운 미디어를 시도해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What to share의 가치를 찾아내고, 소비자를 통해 광고가 완성된다는 믿음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미디어 ·  캠페인 ·  설득 ·  참여 ·  소비자 ·  브랜드 ·  메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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