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CASE] Everyday Special, Daily Moment 어디까지 혼자 놀아봤니?
어디까지 혼자 놀아봤니?
혼자 놀기, 어렵지 않아요! 혼자서도 충분히, 알차게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당신을 진정한 ‘혼자 놀기 전문가’로 인정합니다. 자, 이제 당신의 눈으로 포착한 감성적인 일상을 우리와 공유해주세요. 혼자 노는 걸 혼자 보는 건, 아까운 일이니까요.
TEXT. Life is Orange 편집팀
이윤지
월간 <Queen> 취재기자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서른한 살. 즐거운 기분으로 살고 있다. 요즘 관심사는 축구, 여행, 맛있는 안주. 이 인터뷰를 잘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자기소개부터 이렇게 힘들다니. 최근 거주지를 체부동으로 옮겨 걷기 좋은 길을 많이 알게 됐다. 경복궁 근처나 부암동-혼자 걸어도 같이 걸어도 좋은 길인 건 마찬가지. 취재하고 글 쓰는 일을 한다. 가끔 시각 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대본을 쓰기도 한다. 봄엔 봄밤, 여름엔 여름밤이 좋다. 여기까지!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혼자 있을 때 혼자임을 자꾸 상기할 필요 없다. 나 혼자인 거 누가 보나 두리번거리지 말고, 멋쩍은 자세로 스마트폰에만 눈 두고 있지 말고. 혼자인 자신이 외롭고 쓸쓸하고 바보 같은 표정은 아닐까, 의심하는 그 순간 얼굴은 이미 엉망이다. 비결이랄 게 있을까. ‘제발 나 좀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정말 필요할 때는 반드시 올 텐데. 그럴 땐 내 마음만 들여다봐야 한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있다면 그야말로 참 ‘있어 보이는’ 광경일 거다.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올해 초 제주도. 일주도로를 달리는 버스 안과 산책길이 모두 다 인상적이었다. 금능, 표선, 협재… 물빛도 모래도 다른 바닷가 걷던 길도. 5일간 혼자였고 리프레시가 필요했던 만큼 이른 새벽에 일어나보자는 것이 목표였는데 웬만큼은 그렇게 됐다. 특히 법환포구 근처 바다와 하늘이 모두 잘 보이는 전망 좋은 숙소에서 아침을 맞았을 때, 30분 간격으로 햇빛에 눈이 부딪히던 순간. 그리고 달이 예쁘게 뜨고 내려다보던 저녁.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혼자 외출일 땐 일단 충전기! 음악 듣고 사진 찍으면서 불편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잘 아는 얘기다. 전자기기 없이도 혼자 잘 노는 고수라면 우스운 얘기겠지만. 또, 집 앞 카페나 공원이라면 못다 읽은 얇은 문고본 한 권 데리고 나가기. 집을 나설 땐 가벼워야 한다. 혼자 집일 때 내가 시도했던 것은 ‘파스타 마스터’. <파스타 에 바스타>를 한 페이지씩 도전하는 프로젝트였다. 나를 위한 원테이블이 주는 특별함을 여느 식사에 비할까.
A Bold-Faced Girl 혼자인 게 뭐, 좀 뻔뻔하면 안 돼?
Yoren Geromin
그래픽 디자이너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안녕, 친구들! 나는 Yoren,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다. 10년 전, 한국어를 배우고자 머물렀던 대구를 잊을 수 없다. 막연히 ‘아시아에서 살아야겠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고. 그 결심은 결국 현실이 되었다. 지금 스위스와 일본을 오가며 살고 있으니까. 3년 전, ‘Kissing Kourami’라는 이름으로 제네바와 도쿄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오픈한 덕분이다. 도쿄 거리를 탐험하는 일은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준다. 귀여운 가게,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 작지만 정감 어린 카페와 레스토랑….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디자이너에게 혼자 고민하는 시간은 절대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종종 츠타야에 간다. 디자인 관련 서적을 뒤적이기도 하고, 새로 문 연 가게나 괜찮은 커피를 파는 카페를 탐색하기 위해서다. 근래엔 ‘마스코트’를 찾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캐릭터화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사진을 찍는 것. 오래된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능하다. 벌써 꽤 근사한 컬렉션이 되었는데, 이걸 갖고 뭘 해야 할진 아직 모르겠다.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즉흥적인 여행을 즐기는 편이다. 이런 여행은 전혀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마련이니까. 최근 다녀온 여행 중 노르웨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렌터카로 홀로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는데, 매일 밤마다 다음날 향할 곳을 지도에서 랜덤으로 찍은 것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덕분에 토 나올 만큼 운전해야 했지만, 노르웨이의 길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거대한 다리와 깊은 터널, 수많은 배가 내 눈앞을 오가는 광경이라니! 피오르드 트레킹은,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우선 음악이 필요하다. 트립합(trip-hop), 록, 얼터너티브와 일렉트로 장르를 선호한다. 나는 ‘geek’이다. 온갖 종류의 전자기기를 휴대해야 직성이 풀린다. 카메라와 태블릿 PC는 기본, 일본에서 찾을 수 있는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제품을 거의 다 갖고 있다. 재미있는 건, 그럼에도 메모장만큼은 반드시 챙긴다는 것. 스케치와 아이디어 필기를 위한 펜도 세트다. 만약 혼자 여행할 기회가 온다면 무지 노트를 꼭 챙겨갈 것. 보고 들은 모든 걸 기록하는 거다. 몇 년 지나고 보면 정말 재밌거든. 사진보다 몇 배는 더 재밌을거다. 보장한다.
떠나세요, 즉흥적으로 Unexpected Holidays
박윤주
웹 디자이너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캘리포니아 플레젠튼(Pleasanton)에 사는 30대 초반의 주부(?). 한국에선 정부부처 웹 프로젝트의 메인 디자인을 담당했고, 미국에서도 다양한 기업의 웹 디자인을 맡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대한민국의 세 배 정도 되는 면적이라, 날씨도 각양각색이다. 플레젠튼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로 40분 거리인데, 1년 내내 따뜻하다. 춥고 비 오는 날에 몸이 아픈 편인데 어찌나 다행인지.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단지 하루 종일 바쁘게, 즐겁게, 놀고 먹을 뿐! 평일 낮엔 디자인 회사에 출근하고, 저녁마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저녁에는 주부답게 요리! 주말에는 더 바쁘다. 맞벌이 부부라 밀린 집안일을 해치워야 하므로. 그래도 남편이 준비한 아침을 발코니에서 먹으며 일광욕을 즐길 때면, ‘이 맛에 결혼하지’란 생각을 잠깐 해본다. 낮에는 아파트 수영장에서 영어 복습, 공부가 끝나면 영화관이나 쇼핑몰로 반짝 데이트를 즐긴다. 역시 남편이 해주는 이탤리언 메뉴로 간단히 저녁을 마치면, 벽난로에 불을 붙이고 가볍게 춤을 추기도 한다.(웃음)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몇 달 전의 라스베이거스와 그랜드 캐니언! 라스베이거스의 사막 기후를 얕봤다가 낮엔 쪄 죽고, 밤엔 얼어 죽을 뻔했다. 6시간 동안의 끝없는 운전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처럼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없어서 화장실 참느라 어찌나 힘들었던지. 좀 밟아볼까 싶으면 선인장 뒤에 경찰이 숨어 있질 않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맞닥뜨린 순록과 곰의 무시무시한 살육전, 안전장치 하나 없이 용감하게 올라가던 그랜드 캐니언 관광객들…. 나도 나지만, 세상엔 겁 없는 사람 참 많더라.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아이폰 없인 못 살겠다. 음악도 듣고, 웹서핑도 하고, 간간이 게임도 하기 때문에. 보디가드를 자처하는 울 집 냐옹이들도 함께해야 한다. 화장실은 당연하고 목욕할 땐 욕실 앞에, 꽃에 물 주러 가면 발코니에, 잠을 잘 때도 같이! 어딜 가든 졸졸 따라오니 얘네 없음 어찌 살까 싶다.
Sparkling Daydreams 웃다 보면 순간순간이 반짝반짝
김기룡 대리
이노션 월드와이드
Q 당신은 누구입니까
A 아주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는 6년 차 직장인, 3년 차 노량진 자취생 김기룡입니다.
Q 혼자서도 ‘있어 보이게’ 노는 비결
A 우선 ‘있어 보이게’ 놀기 위해서는 비싼 브랜드의 옷으로 잘 꾸며 입고 놀면 된다. 그렇게 잘 차려입고서 놀면 뭘 해도 있어 보일 수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진정한 혼자 놀기의 목적이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사유하는 데 있다는 거다. ‘있어 보이게’ 놀려고 해서는 안 된다. 있어 보인다는 얘기는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의미인데, 그렇게 해서는 진정한 의미의 혼자 놀기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또 다른 스트레스를 가져올 뿐이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노는 게 최고다.
Q 최근 다녀온 여행(혹은 산책)에서 발견한 가장 인상적인 순간
A 2012년 봄에 런던-에든버러-마드리드-바르셀로나 일정으로 2주 동안 혼자 여행을 다녀왔다. 에든버러 대학 부근의 미도우 파크에 갔는데 수많은 젊은이가 공원 잔디밭에 모여 앉아 일회용 바비큐 그릴로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다. 너무 부러워 근처 마트에서 일회용 바비큐 그릴과 라이터, 구워먹을 소시지를 사서 그 주변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아무리 해도 숯에 불이 붙지 않더라. 20분 넘게 사투를 벌이다 결국 한 동양인 커플에게 어설픈 영어로 도움을 청했는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가방에서 긴 막대성냥을 꺼내는 게 아닌가. 그릴에 불을 붙이려면 라이터가 아니라 긴 막대성냥이 필요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에든버러 미도우 파크에서 혼자 소시지를 구워 먹었다. ‘난 혼자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스스로 참 뿌듯했다. 그런데 그 불 붙여준 커플(알고 보니 홍콩 사람), 은근히 같이 먹자 해
주길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아서 섭섭했다.
Q 혼자 놀기 위한 나만의 준비물
A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음악과 이어폰을 항상 챙겨 다닌다. 더욱 확실한 단절을 위해 헤드폰도 사봤는데 거추장스럽더라.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모든 순간을 세상과 연결된 채로 보내야 하므로,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만큼은 음악을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세상의 복잡한 소리로부터 잠시 동안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음악의 장르는 옛날 트로트부터 클럽 라운지 음악까지 구분 없이 순간순간 느낌에 따라 듣는다.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비슷한 이유로 선글라스도 사봤는데 세상이 칙칙해 보이고 답답해서 몇 번 쓰고는 서랍 속에 고이 모셔뒀다.
난 혼자 바비큐 파티 할 수 있는 사람 Flawless Moment Alone
혼자 놀기 ·
혼자 ·
있어 보이게 ·
여행 ·
산책 ·
나만의 준비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