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REPORT] IT’S TIME TO GO HOME, 그래도 땅은 디디고 웃자
TEXT. Park Myung Jin (Contents Business Team, INNOCEAN Worldwide)
몸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지 않나? 웃으면 웃을수록 몸이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지않나? 그러다 갑자기 ‘퐁’ 하고 공중으로 몸이 튀어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늘을 나는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웃음가스(Laughing Gas)’를 들이마신 것마냥. 그러나 여행은 돌아갈 집이 있어야 완성되고, 웃음은 끝이 있어야 목청껏 웃을 수 있듯, 땅은 디디고 웃어야 하지 않을까? 비록 누군가 “That’s the saddest thing I’ve ever heard!”라 외칠지라도.
진정한 사랑 vs 넌센스
True Heart vs Nonsense
바야흐로 멘붕의 시대. 처음 ‘멘붕’이라는 말을 접했을 때 이렇게까지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될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코믹하다 못해 다소 경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멘탈붕괴’란 말이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하는 대유행어가 되어버린 지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트렌드 분석의 권위자이자, 아픈 청춘을 위로하는 데 탁월한 식견을 가진 어느 교수는 멘붕의 시대엔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은 기발한 감성과 상상이 만들어내는 ‘넌센스’에 열광하게 될 것이라 예언했다. “사람들은 심각하고 진지한 접근보다 가볍고 위트 있는 재치를 좋아하게 되고, 무의미한 허무개그가 유행하며, 아이러니가 넘실대는 멘붕의 감성시대가올 것이니라.”
작년에는 ‘진정성’이 그렇게 판을 치더니, 올해는 ‘넌센스’라니…. 이것이야말로 넌센스! 아무리 트렌드가 봄처녀 마음마냥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해도, 이건 너무 극과 극을 치닫는다. 지난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돌풍을 일으켰을때를 떠올려보자. 싸이가 시청광장에서 “제가 잘나서가 아닙니다. 저는 그냥 한국에 사는 두 아이를 가진 뚱뚱한 사람입니다. 저를 싸이로 만들어주셔서 정말 온몸으로 감사드립니다” 하고 울먹였을 때, 수많은 언론이 그를 진정성의 아이콘이라 칭하지 않았나. 당시 대선주자들에게 ‘싸이의 진정성을 배워야 한다’는 조언을 서슴지 않으며.
그런데 싸이가 언제부터 우리 사회 진정성의 심벌이었던가? 그는 우리사회 B급 문화의 선두주자였으며, ‘엽기가수 PSY’라는 타이틀로 소개되던 가요계의 비주류였다. (물론 나는 그가 가진 탁월한 B급 감성의 오랜 팬이었으며, 그의 양아스러움(?)에 열광하긴 했지만) 강남스타일 신드롬이 2013년에 만들어졌다면, 아마도 싸이는 진정성이 아닌 넌센스의 아이콘이 되어 있지 않을까?
균형점
The Equilibrium Point
싸이가 진정성의 아이콘이냐 넌센스의 아이콘이냐를 논하자는 말이 아니다. 우리는 싸이가 가진 내적 진정성과 표현적 넌센스의 균형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난해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이슈메이커였던 <나는 꼼수다>를 보자. 기성세대에겐 한없이 상스럽고 경박한 것이었지만, 기존의 정치 평론에서 볼 수 없었던 나꼼수 특유의 삐딱한 진정성이 한없이 가볍고 거침없이 분출되면서 젊은이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는 싸이처럼, 그들 나름의 진정성과 넌센스적 표현이 절묘한 균형을 찾았기 때문 아닐까?
최근 새롭게 시작한 종편 프로그램 중 <썰전>이라는 것이 있다. 감히 예상컨대, <썰전>은 종편 프로그램 사상 최고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다. 초지일관 언어유희에 몰두하는 불세출의 ‘국민 비호감’ 김구라와 하버드 출신 국회의원이자 성희롱·고소왕으로 이름난 강용석 변호사, 전직 대통령을 향해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며 거침없이 돌직구를 던지는 이철희 교수가 빚어내는 앙상블이 그야말로 끝내준다. 시사라는 다소 딱딱한 주제를 한없이 가벼운 접근으로 난도질하지만, 정치적 우파와 좌파 각자의 논리를 진정성 있게 펼침으로써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밸런스가 돋보인다.
지상의 웃음
Laughing on the Earth
불어로 멘탈은 ‘망탈리테(mentalite)’, 즉 집단적 사고방식과 세계관, 태도 등을 가리킨다. 긴 역사속에서 기존의 망탈리테가 무너질 때마다, 시대는 성큼 진일보했다. 코페르니쿠스가 그러했고,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 때도 그러했다. 프랑스혁명은 또 어떠한가. 기존의 망탈리테와 부딪치는 현실에 직면했을 때, 그것을 이해하고 극복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수반될 때, 바로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생긴다.
우리가 지금 전 세계적 불황이 지배하는 멘붕의시대에 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시대가무의미한 가벼움으로 치장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넌센스가 2013년의 ‘트렌드’라는 함정에 빠져 진짜 소통의 핵심이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웃음가스가 아무리 유혹적일지라도, 몸이 허공에 붕 떠 있는 기분일지라도, 적어도 한쪽 발만큼은 땅에 닿은 채로 웃자. 그러자, 우리.
*작년 7월 ‘강남스타일’로 대히트를 친 가수 싸이가 그 명성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신곡을 고심 중이다. 말춤을 능가할 캥거루춤, 돼지춤, 무생물춤까지 시도했다는 그의 신곡이 어떤 반응을 얻을지는 미지수. 아무튼 ‘강남스타일은’유튜브에서 14억 조회수를 넘기며 단일 영상 사상 최다 조회수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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