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ew] Are You Brave? <무한도전> 김태호 PD & 이노션 월드와이드 강석권 CD
예능 프로그램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무한도전>은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방송이 나갈 때마다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엔 김태호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때론, 방송국 PD로서 우리 앞에 서고, 트러블 메이커로서 우리 앞에 서기도 한다.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는 용감한 사람일까. 자신의 굳건한 의지로, 세상에 없는 또 다른 화법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강석권이 그와 만났다. 매 순간의 선택, 한 번의 호흡도 방심할 수 없는 현장에 선 이들의 대화는 진검승부처럼 치열하기도 하고, 지기지우를 만난 듯 막힘이 없었다.
강석권 CD(이하 강석권) : 당신은 왜 프로듀서가 되었나?
김태호 PD(이하 김태호) : 광고와 연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어느 광고대행사와 MBC에 입사 지원했는데, 광고대행사 최종에서 재학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아 떨어졌다. 당신은 왜 광고를 선택했나?
강석권 : 내가 광고를 하게 된 건 딱 한 가지 이유이다. 대학에서 정밀묘사를 배웠는데, 그때 주제가 유리컵 그리기였다. 유리컵을 깨서 조각조각을 그렸는데, 그걸 보신 교수님이 놀라더니, “내가 강의를 5군데 다니는데 너같이 유리컵을 깨서 그린 학생은 처음 봤다. 넌 그림 그리지 말고, 광고해라”라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광고 일을 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린 것도 그 이유가 된 것 같다. 당신은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 처음부터 예능 프로그램이 좋아서 시작한 건가?
김태호 :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난 항상 흑백 텔레비전 앞에 앉아, 코미디 프로를 보며 웃고 있었다. 텔레비전 앞에서 놀고 있는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예능 프로그램이 내 천직인 것 같다.
강석권 : <무한도전>(이하 <무도>)에서 보여주는 ‘예능’은 단순히 웃을 수 있는 평범함에서 벗어나 있다. 평범함을 거부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무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용감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김태호 : <무도> 이전에 <일요일 일요일밤에>란 프로그램에서 6개월 동안 일했었는데 시청률이 좋지 않았다.
사그때, 다른 프로에 가서 일해보라며 회사에서는 <음악중심>을 이야기했다. <음악중심>은 1년에 한두 명만 갈 수 있는 자리여서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듀서들에겐 꿈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무도>로 가고 싶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 좀 편하게 하라고 기회를 줬는데, 더 어려운 곳으로 가려는 내가 좀 의아했나 보다. 폐지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 같다. 처음 <무도>를 맡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냈던 순간이 용감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그 의도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는데, 사실 유재석이라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예능은 주로 게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포맷이었다. 게스트가 선택한 시간과 요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녹화할 때 안방 내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옆에 손님으로 와서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처음 시작할 때 유재석 씨와 3일 동안 회의했다. “나한테 이런 비전이 있다. 같이 하자.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한 명 두 명 모이다 보니 캐릭터도 잡히고, 반응도 오기 시작했다. 광고 일을 하면서 당신에게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강석권 :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용기가 어느 부분에 발휘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다를 거 같다. 광고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용기와 광고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용기가 따로 있듯이.
김태호 : 그럼에도 분명히 ‘용감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광고가 있을 것 같다.
강석권 : 사실 그것이 답답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용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거 같아서 슬프다. 그럴 때마다 프로듀서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한다.
강석권 : 일을 하면서 느낀 한계는 없는가?
김태호 :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이 방송 앞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해 얘기한다. 예능 하는 사람들도 당당히 작품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차장님께 3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예능도 시즌제를 도입하자고. 아마 하하가 군대 가는 시점이었을 거다. 놀랍게도 회사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하하 보내고, 3개월간 모든 방송을 접자’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45일 동안 배낭을 메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돌고 오자는 계획까지 세웠으니까.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기로 동의까지 구해냈었다. 이제 진행만 하면 되는데, 막상 때가 되니 차장님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때 의욕이 한풀 꺾여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멋진 예능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졌다. 유학을 가려고 준비도 했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지금까지 못 벗어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아니고, 삶의 자유로움도 앗아가는 일인데 그래도 재미있다. 언제까지 할지 단정지어 얘기할 수 없지만, 지금 너무도 행복하기 때문에 그만두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강석권 : 우리는 항상 한계를 경험하지만 그 한계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 같다.
김태호 : 당신과 나는 그러한 점에서 닮아 있다.
강석권 : 그렇기 때문에 살얼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거겠지. 감한 광고란 좋은 광고주를 만나고, 허락된 부분에서 책임을 다해 만들어진 광고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해 즐겁게 만들었다면, 그 진심이 광고주와 시청자들에게 용감함을 불어넣을 거라 생각한다. 광고에 있어 용감함은 적절한 타협을 통해 새로움을 착안해내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야말로 내가 광고를 용기 있게 만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당신이 꼽는 용기있게 만들었던 <무도> 에피소드로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태호 : 여름만 되면, 예능 프로그램들은 괌이나 사이판에 간다. 다들 시원한 바다를 보여주려 애쓴다. 그것이 싫어 연기자들에게 추운 눈이 담긴 화면을 보여주고 싶으니 뉴질랜드로 가자고 했었다. 연기자들의 반대가 심했다. 시간도 얼마 없는데 구태여 멀리 갈 이유가 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밀어붙였다. 결국 한여름 특집에 한겨울을 보여줬다. 당시엔 충분히 모험적인 시도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엇인가를 새롭게 하자는 것에 반대가 없어졌다.
강석권 : 우리는 항상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사람들이다. 변비 걸린 것처럼 아이디어가 안 터져 나올 때 생각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김태호 : 연기자들이다. 연기자들에게 “이런 아이템이 있다. 대부분 이렇게 푸는데 난 다르게 풀고 싶다. 그런데 해결책이 잘 안 나온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다. 그러면 연기자들도 성심껏 의견을 제시한다. 의외로 쉽게 실마리가 풀리기도 하고, 어떨 땐 내가 생각했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그림이 나오기도 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체험하곤 한다. 당신은 어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는가?
강석권 : (단호하게) 없다. 사실 난 가두리 양식처럼 둘러 앉아 회의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팀원들을 방목하는 타입이다. 팀원들에게 항상 “회사에 없어도 되니까, 너 아이디어 잘 나오는 곳에 가서 있어라. 데드라인만 잘 지키고, 그에 합당한 방법을 제시해오면 된다”라고 말한다. 성격이 그렇다 보니 누군가를 찾지 않는다. 아이디어가 막힐 때는 고민하기보다 친한 친구들을 만나 술 마시며 노는 편이다.
김태호 : 새로운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당신을 한계로 몰아 넣은 적이 있는가?
강석권 :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두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이 있다. 두 달 동안 집에 안 갔다는 건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거다. 매일같이 아이디어를 짜고 또 짜내야 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일이 됐는데도 결과물이 없었다. 결국 급하게 외부에서 들어온 시안을 들고 프레젠테이션을 했던 경험이 있다. 참담했다. 그때 광고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아내가 내게 “신문에 나오는 광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광고 보고 억울해하지 않을 자신 있어?”라고 묻더라. 억울할 것 같았다. 남이 만든 광고 보면서 웃고 떠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이 악물고 했다. 당신은 언제 한계를 경험했나?
김태호 : 한계라고 단정 짓기보다, 몇년마다 한 번씩우울해지는 주기가 찾아 온다. 감정이 다운된다. 이걸 하면서 내 인생에는 무엇이 남을까라는 괜한 푸념도 하게 된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다.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서 결혼을 했는데, 내가 제일 사그때, 다른 프로에 가서 일해보라며 회사에서는 <음악중심>을 이야기했다. <음악중심>은 1년에 한두 명만 갈 수 있는 자리여서 어떻게 보면 예능 프로듀서들에겐 꿈과 같은 곳이다. 그런데 <무도>로 가고 싶다고 하니 다들 놀라더라. 좀 편하게 하라고 기회를 줬는데, 더 어려운 곳으로 가려는 내가 좀 의아했나 보다. 폐지 예정이었던 프로그램을 하겠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했을 것 같다. 처음 <무도>를 맡아 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냈던 순간이 용감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그 의도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하는데, 사실 유재석이라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까지 예능은 주로 게스트 위주로 진행되는 포맷이었다. 게스트가 선택한 시간과 요일을 준비해야 하는데, 녹화할 때 안방 내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옆에 손님으로 와서 서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가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심정으로 처음 시작할 때 유재석 씨와 3일 동안 회의했다. “나한테 이런 비전이 있다. 같이 하자.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렇게 한 명 두 명 모이다 보니 캐릭터도 잡히고, 반응도 오기 시작했다. 광고 일을 하면서 당신에게 가장 용기가 필요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강석권 :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사실 용기가 어느 부분에 발휘되느냐에 따라 대답이 다를 거 같다. 광고주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용기와 광고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용기가 따로 있듯이.
김태호 : 그럼에도 분명히 ‘용감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광고가 있을 것 같다.
강석권 : 사실 그것이 답답하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용랑하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거 같아서 슬프다. 그럴 때마다 프로듀서를 계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한다.
강석권 : 일을 하면서 느낀 한계는 없는가?
김태호 : 영화배우나 탤런트들이 방송 앞에서 자연스럽게 작품에 대해 얘기한다. 예능 하는 사람들도 당당히 작품에 대해 말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차장님께 3개월의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예능도 시즌제를 도입하자고. 아마 하하가 군대 가는 시점이었을 거다. 놀랍게도 회사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하하 보내고, 3개월간 모든 방송을 접자’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45일 동안 배낭을 메고,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돌고 오자는 계획까지 세웠으니까.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하기로 동의까지 구해냈었다. 이제 진행만 하면 되는데, 막상 때가 되니 차장님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때 의욕이 한풀 꺾여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멋진 예능을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졌다. 유학을 가려고 준비도 했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지금까지 못 벗어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일도 아니고, 삶의 자유로움도 앗아가는 일인데 그래도 재미있다. 언제까지 할지 단정지어 얘기할 수 없지만, 지금 너무도 행복하기 때문에 그만두더라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강석권 : 우리는 항상 한계를 경험하지만 그 한계를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 같다.
김태호 : 당신과 나는 그러한 점에서 닮아 있다.
강석권 : 그렇기 때문에 살얼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거겠지.
김태호 : 당신은 주로 어떤 노력을 하는가?
강석권 : 매달 10~20만 원어치의 책을 사서 읽던 카피라이터 후배가 있었다. 재미있게도 산 책 중의 반은 시집이었고, 반은 마케팅 서적이었다. “카피라이터가 카피 잘 쓸 생각을 해야지, 도대체 왜 이런 책을 읽느냐?”라고 물었더니 “카피라이터 중에 이런 책 읽는 사람 나 하나뿐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읽는다”고 답하더라. 처음엔 몰랐는데, 자꾸 그 말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도 그 친구처럼 무작정 책을 읽었다. 처음엔 내용도 어렵고 지루했는데, 나중에 그게 내 자산으로 돌아오더라. 책을 통해 사람을 설득해나가는 과정을 배웠고, 현재의 흐름에 대해 알게 됐다. 이러한 저축(독서)이 바로 한계를 넘기 위한 나의 노력이다.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는가?
김태호 : 연기자들과 매주 일요일마다 모여 회의를 한다. 일반적인 회의는 아니고, 한 주는 경제 전문가를 초청해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듣고, 다른 한 주는 음악 강사를 초청해 기타를 배우고, 아코디언을 배운다. 또 다른 한 주는 연극을 보러 가기도 한다. 매주 특정한 무엇을 배우고 그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형식의 회의인 셈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그것을 통해 익숙해져 있는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고를 기른다. 서로 공유하는 것이 늘다 보면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강석권 : <무도>의 자막은 마치 광고 카피 같다. 자막은 재미를 뛰어넘어 재해석이 덧붙고 새로운 의도가 내포된다. 때론 정치적 색깔이 입혀지기도 한다.
김태호 : 의도하고 한 것도 상당히 많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확대 해석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처음 <무도> 자막의 콘셉트는 중의적인 표현이었다. 그래서인지 시청자들이 중의적인 입장에서 자막을 해석하는 것 같다. 보여지는 화면 또한 마찬가지다. ‘여드름 브레이크’ 편이 방영되자 정치적인 얘기가 많이 나왔었다. 이때 촬영 장소는 류승완 감독님의 영화에서 나왔던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허름하고 사라진 공간을 통해 도시빈민의 애환을 담아냈다고 보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떠올렸을 것이고, 사회에 민감한 분들은 또 그러한 면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중의적인 표현을 담아 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맞다. 하지만 뉴욕에서 촬영한 ‘갱스 오브 뉴욕’ 편은 어떠한 중의적 의도 없이 재미로 만든 것인데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연기자들과 함께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나는 이런 것들이 재미있다. 이 화두를 던졌는데, 다른 답이 온다. 프로그램이 여기서 끝나지 않고, 계속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광고 카피 또한 비슷한 맥락이라고 여겨진다. <무도> 얘기를 하다 보니, 당신이 만약 예능 PD라면 어떠한 프로그램을 만들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어떤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고 싶은가?
강석권 : 우리나라는 성을 주제로 만든 것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시대가 변했고 많은 것이 개방됐는데 여전히 성에 대해선 엄격한 잣대를 그려놓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성에 대한 로망과 판타지가 있지 않나? 그런 것이 좀 답답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극단적으로 야한, 성인을 위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렇다고 무조건 벗고 나오는 질 낮은 프로는 아니다. 웃음과 해학이 적절하게 섞여 하나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말하는 거다. 그것이 어렵다면, 공익을 내세우는 예능을 만들어보고 싶다. 내가 만든 예능 프로그램으로 사회가 조금이나마 밝아질 수 있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 반대로 당신은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은가?
김태호 : 광고 얘기를 하니 광고동아리 활동을 했던 대학교 때가 생각난다. 그땐 직급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다 같이 모여 하나의 광고를 만들었다.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통해 결과물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좋았다. 사실 막연하게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았지, 어떤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만약 만든다면 종전의 광고가 보여주었던 방식은 아닐 거란 생각은 든다.
강석권 : 하나의 프로그램을 연출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리더십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 김태호 리더십은 무엇인가?
김태호 :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은 못 된다. 내가 잘할 줄 아는 것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조화롭게 모으는 데 있다. 방송국 면접을 볼 때도 몇 명을 모아놓고 회의를 하게 하는 방식이었는데, 사실 나는 의견을 내는 쪽보다는 그 의견들을 정리하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말도 제일 적게 하고. 그래서 떨어질 줄 알았다. 연출을 하다 보면 아무리 연기자와 사이가 좋아도 대립되는 부분이 생긴다. 예전에 미스코리아 특집을 한 적이 있다. 여장하고 서로의 외모를 견주는 형식의 코너였는데, 유재석 씨와 박명수 씨가 “여장하면 프로그램 끝이야
다음에 뭐 하려고 그래?”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당시 예능계에서 여장은 해서는 안 되는 불문율 같은 존재였다. 녹화 시작한 지 2시간이 지났는데, 계속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연기 경력이 부족한 동생들에게 재미있으니 한번 해보자고 부추겼다. 그랬더니 하하와 홍철이가 여장을 하고 재미있게 떠들고 놀더라. 그 모습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유재석 씨와 박명수 씨도 그 모습을 보더니, 미안하다며 녹화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방송을 오랫동안 하다 보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빨리 하는 편이다. 무엇을 시키기보다는, 유재석 씨의 리더십이 필요할 때는 유재석 씨에게 도움을 구하고, 예능계의 고정관념을 깰 때는 동생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이다. 생각해보면 내 스스로 어떤 리더십이 있기보다는, 상황을 유연하게 풀어가는 역할을 잘해내는 것 같다. 이제 내가 묻겠다. 당신의 리더십은 무엇인가?
강석권 : 나의 리더십은 사랑이다. 농담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진심이다.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서로 믿고 따른다는 것은 그 어떤 리더십보다 강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후배를 믿고 후배는 나를 믿는다면, 서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이 생긴다. 동료를 진심으로 사랑하면 그 진심이 통한다. 서로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서로를 존중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스스로가 노력할 수밖에 없다.
김태호 : 우리는 바쁘게 산다. 매일, 매주, 매순간이 일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우린 여가를 즐긴다. 무엇을 하나?
강석권 : 대부분 술을 마시며 보낸다. 하지만 술자리에 대해 할 얘기가 별로 없다. 마시고 논다뿐이거든. 음악 얘기를 하자면 지방색 강한 음악들 빼고 다 좋아한다. 200년 간 전라도 지역에서 소를 몰 때 부르는 노래는 아무리 들어도 공감이 되질 않는다. 그 밖에 다른 음악은 죄다 섭렵해 듣는 편이다.
김태호 : 나는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혼자 걷는 버릇이 있었다. 명동 갔다가, 이대에서 밥 먹고, 신촌 갔다가 압구정을 돌아 집으로 왔다. 그러면 하루가 지나갔다. 매주 한 번은 꼭 그렇게 걸었다. 요즘도 종종 걷는데 그 범위가 점점 줄어든다. 그냥 뭐 카페에서 차 마시고, 음악 듣는다. 그런 게 좋더라. 혹시 10대 아이돌 음악도 듣는 편인가?
강석권 : 젊은 사람들과 차이가 느껴질 때 무섭다. 나이 들어 늙는 것보다 그냥 늙어버리는 것이 싫다. ‘가슴아, 식지 말자’라고 항상 최면을 건다. 젊은 세대들이 다 웃는데 나만 안 웃고 있다면 너무 참담할 것 같다. 그래서 최대한 10대 문화와 가깝게 있으려 노력한다. 시간 날 때마다 예능 프로와 드라마도 챙겨 보는 편이다. 아이돌 음악 또한 듣는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당신은 용감한 사람인가?
김태호 : 용감하다기보다, 조화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당신은 용감한 사람인가?
강석권 : 가슴이 식지 않는 사람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강석권 ·
예능 ·
무한도전 ·
김태호 ·
방송국P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