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 Technology] 3D 프린터,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으로 성큼 다가오다
올해 CES의 하이라이트는 다름 아닌 3D 프린터였다. 산업분야에서나 쓰이는 장비라 여겨졌던 3D 프린터가 이제는 당당히 전세계 최대 가전쇼의 주인공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2012년 말부터 점차 매스미디어를 통해 소개되기 시작하던 3D 프린팅 기술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 이제는 거의 매일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D 프린터는 3D CAD와 같이 컴퓨터상의 3D 디자인 콘텐츠를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물 모형을 출력해주는 프린터로, 보통 플라스틱 기반의 합성수지나 파우더 등의 재료를 층층이 분사하거나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사물을 조형한다. 기존 제조 가공 방식이 원재료를 밖에서 안으로 깎아서 가공하는 절삭(subtractive) 가공 방식이라면, 3D 프린팅은 아무것도 없는 베이스에서 한층 한층 재료를 쌓아서 만드는 적층(additive) 가공 방식으로 물체를 조형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따라서 기존 CNC와 같은 기계가 구현하기 힘들었던 속이 비어있거나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움직이는 등의 그 어떤 복잡한 형상도 자유롭게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3D 프린팅은 이미 산업분야에서는 광범위하게 활용되어 왔는데, 주로 기업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제 양산으로 넘어가기 전에 테스트를 위한 시제품을 제작하는 용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3D 프린터를 제품 개발 단계에서 활용하게 되면 고가의 금형을 제작할 필요 없이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대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조기에 제품의 오류를 발견하고 디자인을 개선하여 더 빨리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이처럼, 산업분야에서는 이미 30여 년 가까이 활용되어 왔던 3D 프린터가 새삼스럽게 최근 들어 주목을 받게 된 것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3D 프린터의 대중화’라고 할 수 있다. 수십억 원 대의 고가 장비에서 이제는 개인들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수백만 원대의 저가용 제품까지 속속 출시되면서, 3D 프린터가 일반 개인 사용자들의 일상의 영역에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제 3D 디자인만 있다면 누구나 3D 프린터로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3D 프린터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순수 예술 분야나 영화, 광고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시도가 많아지면서 크리에이티브 영역에서의 3D 프린팅의 더 많은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파리 패션 위크(Paris Fashion Week)에서는 3D 프린터로 제작한 구두가 런웨이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었다. 네덜란드의 패션 디자이너 아이리스 반 헤르펜(Iris van Herpen)과 유나이티드 누드(United Nude)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램D쿨하스(Rem D Koolhaas)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결과물인 이 구두는 나무 뿌리에서 영감을 받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화제가 되었다. 3D 프린터가 디자인과 패션 분야에 가져올 영향과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특히, 기존 제조 공정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창의적인 디자인을 가능하게 해 디자이너의 무한한 상상력에 한계를 벗어나게 한다.
영화나 TV 분야에서도 3D 프린터는 많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의 인기 TV 시리즈인 <빅뱅이론(The Big Bang Theory)>의 한 에피소드(시즌 6, 에피소드 14)에서는 Howard가 호루라기를 프린트하며 즐거워하는 장면이 그려졌고, <CSI 과학수사대>에서도 3D 프린터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블랙 아이드 피스의 윌 아이엠(will.i.am)과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 넘버 ‘Scream & Shout’ 뮤직비디오에서는 3D 프린터로 윌 아이엠의 머리를 프린팅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비디오는 유투브에서 200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헐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3D 프린팅 기술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아바타>, <리얼 스틸>, <아이언맨>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의 특수효과 제작 과정에는 어김없이 3D 프린팅 기술이 활약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상할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가 있기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3D 프린팅 기술이 가져온 변화에는 ‘대량 맞춤화(mass customization)’라는 흐름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진 남들과 똑같은 제품을 소비하는 데에서 벗어나 ‘나만의’, ‘나만을 위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Hot Pop Factory라는 스튜디오에서는 PEZ 사탕 케이스에 각각의 얼굴을 3D 프린터로 커스텀 제작했고, 일본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PARTY는 3D 스캐너와 3D 프린터로 자신의 피규어를 제작할 수 있는 3D 사진관 ‘OMOTE 3D’를 선보이기도 했다.
MakerBot이 운영하는 오픈 커뮤니티 사이트인 Thingiverse.com이나 3D 프린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Shapeways를 가면 누구나 자유롭게 디자인한 컨텐츠를 공유하고 유통할 수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웠던 기존 제조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손쉽게 소량의 제품을 맞춤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팅의 장점으로 익명의 대중을 위한 대량생산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비자를 위한 맞춤생산이 보편화될 것이며, 이는 기존의 밸류체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제 3D 프린팅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통적인 산업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3D 프린터가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는 역할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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