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人] 차재영 레볼루션 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자신감(自信感)’ 있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자신(自身)’을 알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인생은 마라톤이라고들 하지만 반대로 마라톤도 인생과 비슷하다. 목표점을 향해 자신과 싸우고, 대화하며 나아가는 것. 마라톤이라는 평생 친구와 손잡고 한 걸음씩 달려가는 차재영 대표의 이야
기를 들어보았다.
그가 마라톤을 친구로 삼게 된 것은 2006년부터라고 한다. “일에 몰두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고 혼자 남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친구가 필요했고, 30~40대에 흐트러진 건강도 되찾고 싶었죠. 이왕이면 남성답고 야성이 있는 친구를 찾다보니 마라톤을 친구로 삼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은 인간에 가장 가까운 운동이라고 한다. 달리 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고, 마라톤을 배우는 순서도 유아의 성장발달 순서와 비슷하다.
“입문자들은 마라톤 교실에서 10주 정도의 훈련을 거치게 됩니다. 호흡부터 팔을 내젓는 법, 다리를 내딛는 법까지 차근차근 배웁니다. 호흡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것이라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라톤을 하다보면 다리가 아파서라기보다 숨이 막혀 뛰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들숨, 날숨부터 하나씩 배워나가야 합니다.”
“저는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 선수가 지도하는 ‘숯내마라톤’이라는 동호회에 가입해서 마라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은 모여서 같이 운동을 합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처음 완주한 건 마라톤을 시작한지 1년 후인 2007년 동아일보 국제 마라톤대회부터입니다. 지금은 봄에 3번, 가을에 2번 정도로 1년에 5회 정도 출전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42.195Km를 34회 완주했습니다. 누적해서 1,430km정도니 서울-부산 왕복하고 제주도를 한 바퀴 돈 셈이네요.”
아마추어 마라토너는 4시간내로 완주하는 ‘SUB-4(서브포)’를 달성하면 잘 뛴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그의 최고 기록은 3시간 41분 25초.
“제 기록은 평균보다 조금 앞선 정도로 3시간 41분 25초가 최고기록입니다. 계속 뛰어왔으니 실력이 더 늘어야 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다 보니 기록을 유지하는 수준입니다. 후퇴하지 않고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지요.”
겸손하게 이야기 했지만, 34회 출전 중 34회 완주. 100%완주율을 보유하고 있다.
“마라톤은 풀코스나, 10km나 힘든 것은 마찬가지 인 것 같아요. 어떤 때는 2~3km 뛰다가도 ‘내가 무엇하러 대회를 나왔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뛰다 보면 호흡도 일정해지고, 4시간 동안 스스로와 대화를 하게 됩니다. ‘내가 그 동안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나?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겠구나’ 생각하며 달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완주하게 됩니다.”
“정말 힘들 때는 ‘내 뒤에 있는 사람은 나보다 더 힘들다’는 생각을 가지고 뜁니다. 내가 주저앉아 쉬어버리면 내 뒤에 있는 사람도 멈추고 싶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힘을 냅니다.”
“하지만 마라톤은 철저하게 개인 운동입니다. 공부와 마찬가지죠. 주변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독려해줄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이죠. 함께 달림으로써 힘을 낼 수는 있지만 한 발씩 걸음을 내딛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역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메이커(pacemaker;기준 속도를 만드는 선수)’나 ‘레이스 패트롤 (race patrol; 응급구호 도우미)’과 같이 다른 사람들의 완주를 돕는 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억에 남는 달리기를 꼽는다면 처음으로 ‘페이스메이커(pacemaker)’로 참가한 2008년 가을의 국제평화마라톤대회가 기억에 남습니다. ‘페이스메이커’는 시간이 적힌 애드벌룬 형태의 큰 풍선을 몸에 묶고 일정한 속도로 달려 목표한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마라토너들이 페이스메이커를 보고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여 예상한 기록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거죠. 저는 당시 하프 대회에 2시간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했습니다. 대회 후에 많은 분들이 덕분에 자기가 목표한 기록으로 달릴 수 있었다고 고마워하는 댓글을 남겨주기도 하셨고, 대회 주최측으로부터 감사패도 받아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1년에 한번씩은 페이스메이커로서 봉사합니다.”
그는 마라톤의 매력이 머릿속을 비우는 것에 있다고 답했다.
“마라톤이란 먼 거리를 자신의 몸과 대화하며 가는 것이죠. 요즘 타인과는 대화를 많이 하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소홀히 하죠. 자신의 몸과의 대화는 더욱 안 하구요. 가끔씩 운동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귀찮고, 힘들고, 같이 하는 친구가 없어서 포기하고… 달리면 잡생각을 할 수 없어집니다. 어느 순간 달리는 것에 집중하게 되요. 즉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게 되는 거죠. 안 그러면 달리는 것을 멈출 수밖에 없거든요. 이 점이 마라톤의 매력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머릿속의 것들을 내려놓는 것. 즉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거죠.”
그래서 그에게 있어 마라톤은 ‘친구’라고 표현했다. 이해타산을 계산하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함께하면 즐거운 것이 친구니까. 나의 인생을 완주할 때까지 함께해 줄 친구는 무엇일까. 아직 찾지 못했다면, 갑오년(甲午年) 새해에는 모든 광고인들이 자신만의 친구를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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