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을 통해 ‘대중의 시대’에서 ‘개인의 시대’로 변화한다고 할 때, 우리는 그런 ‘개인’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이 해답을 찾기 위해선 앞서 얘기한 ‘개인’에 대한 접근 방법과 함께 소통의 방향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개인’들, 모바일로 무장하다.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대중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를 뜻한다. 조금 더 깊이 사회적인 의미를 따져 본다면 대중은 “대량 생산ㆍ대량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사람.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수동적ㆍ감정적ㆍ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진다.” (네이버 사전 검색)
이 정의는 매스 커뮤니케이션 시대에서는 익숙한 개념이다. 대중이라는 의미가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에, 이런 정의는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면 ‘개인’은 ‘대중’과 어떻게 다를까?
지금 시대의 개인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중의 시대, 즉 매스 커뮤니케이션 이전의 개인과 이후의 개인을 비교해 보아야 한다. 과거의 개인 역시 능동적이고 이성적이며 합리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의 개인은 제한적인 힘, 영향력을 가진 개인이다. TV를 기점으로 폭발한 매스 미디어는 이런 영향력 없는 개인을 바보로 만들고, 수동적이라고 규정해 버린 것이다. 요약하면 ‘대중'이란 매스 미디어를 커뮤니케이션의 주체로 생각할 때 발생한 개념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개인에게 힘을 주었다. PC에 인터넷이 결합되면서 개인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나기 시작했고, 영향력을 비약적으로 확장했다. 모바일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진화의 최고점에 있다. 더 이상 개인은 제한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소수가 아니다. 소셜 미디어는 개인의 영향력을 확장시키기도 하고, 조직화하기도 한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개인이 매스 미디어가 독점했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 시대의 개인은 그냥 똑똑하기만 한 개인이 아니다. 모바일을 통해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잠재적인 영향력으로 무장한 개인이다.
소통의 방향과 주체
소통의 방향과 주체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소통의 방향성과 주체다. 지금까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은 일대다(One-to-Many)에서 일대일(One-to-One) 커뮤니케이션으로 변화해 왔다. 여기에 최근의 동향을 반영한 것이 다대다(Many-to-Many)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3가지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구분하기 위해서 기준이 되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의 주체와 방향성이다. 일대다(One-to-Many) 커뮤니케이션은 단일한 주체가 메시지를 보내고, 다수가 받는 유형이며, 일방향의 소통이다. 매스 커뮤니케이션이 이에 해당한다. 일대일(One-to-One)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이 모두 소통의 주체가 된다. 보다 직접적이면서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다대다(Many-to-Many) 커뮤니케이션은 이전의 방식과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다수가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고, 방향성 역시 일정하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A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과거에는 생산자 혹은 판매자와 같은 단일 주체가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는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고,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이러한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다수의 사람들은 이러한 획일적인 메시지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고, 자연스럽게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면서 직접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A라는 브랜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때로는 특정 개인에게 때로는 생산자에게 혹은 판매자에게, 그리고 많은 경우는 서로 연결된 친구 또는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에게 무작위로 전달이 된다. 동시다발적으로 메시지가 만들어지고, 받아들여지며, 재생산된다. 때때로 기업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소외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다대다(Many-to-Many) 커뮤니케이션은 다수가 주체가 되고, 방향도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렵고, 예측하기도 힘들다. 때로는 잊혀질 뻔한 일들이 무장한 개인들에 의해 되살려지기도 하며, 광고나 마케팅 비용 지출 없이도 대박이 나는 일도 벌어진다.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할 때다. 모바일 시대에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모바일에 있지 않다. 소통 대상으로서 ‘모바일로 무장한 개인’, 그리고 이런 강력한 개인들의 집합체로 존재하는 새로운 대중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개념의 ‘개인’은 다음과 같은 속성을 갖고 있다.
1. 개인적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취사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개개인의 취향과 기준이 강화된다.
2. 소비와 재생산:
정보를 소비하면서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 정보를 직접 생성하기보다는 확대 재생산의 비중이 높다.
3. 신뢰성이 낮다:
받는 정보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다. 검증과 인증을 요구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때로는 직접 검증하고자 한다.
4. 시각적이다:
텍스트의 모호함보다는 사진, 이미지 등을 통해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종합하면 모바일 시대의 소통은 대상 집단을 보다 세분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목표 소비자(타깃)는 동시에 채널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메시지의 지속성은 점점 짧아질 것이다. 아마도 소셜 채널 운영자들은 이런 속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페이스북에서 권장하는 인기있는 포스팅 제안을 보면 이와 동일하다.
복합 주체 다채널의 불협화음
복합 주체 다채널의 불협화음
지금은 불협화음의 시대다. 점점 강력해지는 개인과 커뮤니케이션 주체의 주도권을 잃은 생산자로서의 기업과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미디어. 한 편에서는 말하고 싶은 것만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믿지 않고 독자적인 메시지를 생산해 낸다. 과거처럼 예측가능하고 통제가능하지도 않다. 좋은 메시지도 나쁜메시지도 뜻하지 않은 때에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다.
이런 영향으로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모니터링과 위기관리 체제 등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그 목적이 통제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성공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봐왔던 ‘대중’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가 필요하다.
오케스트레이션... 지휘자가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다대다(Many-to-Many) 커뮤니케이션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악기를 가지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소리를 낸다. 다수가 연주하는 음악을 다수의 청중이 듣는 구조다. 청중은 ‘개별적’으로 음악을 받아들인다. 여기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휘자의 몫이다. 직접 소리는 내지는 않지만 각기 다른 소리를 조합하여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낸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마케터는 연주자의 역할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지휘자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개개의 메시지를 생산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메시지를 조화시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이것이 모바일 시대의 개인과 소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