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황보현 HS애드 상무
당신은 지금 안테나 달린 공중파TV만 있고 리모콘이 일반화되어 가는 80년대를 살고 있다.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당신의 의견은 무엇인가?
1. 80년대의 TV는 쌍방향이 아니라 단방향 매체이다.
2. TV리모트콘트롤러는 광고를 피해 다니는(zapping) 도구이다.
만약 당신이 두 질문에 모두 “그렇다”라고 답을 했으면 다음의 TV광고를 한번 보시라. 만약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으면 당신은 충분히 혁신적인 생각을 가진 분이므로 이 페이지를 읽지 않고 넘어가도 될 듯하다.
다음의 광고는 영국의 “first direct”라는 은행이 1989년에 집행한 TV광고이다. 당시 광고계는 흔해져 가는 리모트콘트롤러에 대처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 중이었다.
TV시청자들이 소파에 앉은 채 손가락만 까닥여서 광고를 회피해 버리는 현실! 이 때 리모트콘트롤러에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안테나 달린 공중파TV를 단박에 쌍방향 미디어로 만든 광고가 있었으니 그 내용은 이러하다.
똑 같은 시간대에 두 개의 TV채널에 2편의 광고를 방송하는데 전체 1분 중에 앞의 15초는 내용이 같고, 나머지 45초는 전혀 다른 내용의 광고이다. 동일한 15초 동안(A-1, A-2, B-1, B-2) 다음과 같은 카피가 나와서 시청자에게 채널 선택의 기회를 준다. "first direct는 전혀 다른 방식의 새로운 은행입니다. 우선, 지점이라는 게 없습니다. 당신의 반응은 무엇입니까? 여기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은 이 채널(ITV)에 그냥 계시고, 비관적으로 생각하시는 분은 채널 지금 채널4로. (리모콘을 누르세요)”
여기에 반응하여 CHANNEL 4로 간 시청자는 “지점도 없이 24시간 전화로 응대하는 은행이라는데 왜 편안한 상식을 바꾸고 그래? 내일이라도 문 닫을지 몰라 내 돈은 오래된 곳에 놔둘 거야.” 대충 이런 내용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음울한 블루스풍 노래에 얹혀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B-3~5). 마지막 장면엔 회사명이나 로고도 생략한 채 그냥 “Thank you for watching”으로 끝난다.
ITV를 그냥 보고 있는 시청자는 “언제든지 전화를 해서 빨리 일 처리를 할 수 있으니 훌륭한 은행이 될 꺼야. 지점이 없으니 서비스에 더 돈을 쓸 수 있네. 나와 당신을 위한 훌륭한 은행...”이런 내용이 흰 옷을 입은 남자의 신나는 가스펠풍 노래에 얹혀 나오는 것을 보게 된다(A-3~5).
물론 마지막 장면에 콜센터 번호와 은행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나온다. 처음부터 채널4를 보던 사람에게는 이 모든 프로세스가 물론 정 반대로 펼쳐진다.
(재미 있는 팁! 검은 옷과 흰옷은 상대방의 광고에 한번씩 까메오로 출연하는 센스도 보여 준다. 직접 보고 싶은 분은 facebook에서 bo@lgad.co.kr계정을 찾아 보시라)
리모트콘트롤러를 “광고회피장치”에서 “참여형광고탐색기”로 바꾸어 버릴 수 있음을, 그래서 옛날 아날로그TV도 쌍방향매체가 될 수 있음을 이 광고는 80년대에 이미 보여주었다(빨간버튼/파란버튼 등으로 무장하여 태생부터 이미 쌍방향성을 갖고 있는 요즘의 디지털TV 리모트콘트롤러와는 거리가 먼, 그냥 채널과 볼륨조절만 달린 그 당시 기계로). web3.0, social network media, 쌍방향 디지털매체 무한 발전하고 있는 최근 매체환경에서도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그 혁신을 실행할 수 있는 용기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