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결론이 되었는데요, 2012년 한국광고계는 크게 이 두 개의 화두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불과 2~3년 전 까지만 해도, 해외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이 홀로 조용히 주목 받듯 세계 광고제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간간이 한 두 개씩 실버나 브론즈를 집어가는 딱 그 정도였던 것이 사실이었지요.
그러나 작년 깐느에서 미디어부문 그랑프리를 획득한 이후 세계 광고인들이 한국광고를 보는 눈은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모바일 기술에 대해서도 특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삼성, 현대, KT 등 세계적인 우리나라 브랜드에 대한 관심 또한 달라지기 시작했지요.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우리 클라이언트의 글로벌 위상이 달라진 때문인지, 우리 광고의 깐느에서의 위상이 달라져서인지 말입니다.
어떻든 올해는 한국광고 역사상 기록적인 깐느 사자 사냥이 있었던 한 해로 기록될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삼성카메라 Insight, 이마트 Sunny Sale, 에스오일 Here Balloon, 홈플러스 Love Parking등은 깐느에서 먼저 수상하고, 부산국제광고제에서, 스파익스아시아에서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줄줄이 수상기록을 더합니다. 오히려 수상 이후 몰랐던 사람들도 알게 되고 그 광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합니다. 좋다고.. 좋았다고.. 크리에이티브란 이런 거라고.
매일매일 내가 보는 TV에서 자주 봤던 광고는 아니지만 한번을 봤어도 잊지 못할 광고임을 모두 인정합니다. 그 캠페인을 펼친 브랜드가 좋아 보인다고 말합니다. TV에서 본 것이 전부는 아니고, 임팩트란 주어진 시간 안에 내 자랑을 목청 높여 했을 때만 얻어지는 게 아니고, 소비자와 광고가 만나는 채널은 하나가 아니고, 독한 광고보다 착한 광고가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지를 만든 광고인도, 보는 소비자도, 심사하는 심사위원도 새삼 배웁니다.
세계적이라는 건 이런 것입니다. 두고두고 느낌이 많은 것. 김연아의 스케이팅처럼 누가 봐도 좋은 걸 아는 것. 왜 좋은지는 나중에 각자 느낌대로 해석하는 것.
대한민국을 평정한 크리에이티브를 들여다 볼까요?
유머광고, 인사이트광고, USP광고, 패러디광고, 여러 편의 캠페인광고 등등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경기가 어려운지라 비용대비 효율을 따져 광고했고 그러한 광고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지요. 잡코리아, 핫식스, KT LTE WARP등의 시리즈는 명확한 타겟을 잡고, 갈고 닦은 아이디어로 소비자 인사이트를 파고 든, 그리고 제작의 완성도에서도 남다르고 특별하게 만들고자 애쓴(애쓴 티가 나는) 크리에이티브였고, 광고인들도 소비자들도 인정, 매출에도 수상에도 기여했지요. 특히 잡코리아는 그 동안 우리 광고계에는 없던 크리에이티브 코드로 잡코리아“류”를 만들어 내는 기염을 토했다고 기억할만합니다. (대한민국광고대상의 심사위원특별상은 그런 의미로 늘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올해도 대한항공은 좋은 캠페인을 많이 만들었지요. 필름, 지면, 라디오, 인터랙티브까지! 이제 대한항공은 어떤 식으로 해야 대한항공의 브랜드 로열티가 올라가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KT LTE WARP캠페인은 오디오적, 비디오적, USP적으로 꽉 찬 크리에이티브를 보여주었지요. 버스커버스커라는 소위 핫한 모델을 가장 매력적으로 쓴 사례였습니다.
프로모션과 통합마케팅 부문에서도 완성도 높은 크리에이티브들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런던 올림픽기간 중 펼쳐진 삼성전자의 골드러시는 많이 찍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형태의 프로모션으로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전방위 크리에이티브였고요, 던킨도너츠의 향기라디오는 후각을 자극하는 독특한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로서 프로모션 성과는 물론 신유형광고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또한 옥외광고 부문에서 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보여 온 홈플러스는 올해도 Love Parking이라는 소비자 참여형의 착한 광고를 선보였지요.
광고캠페인이라는 것이 지속성을 가질 때 그 브랜드는 사람처럼 퍼스낼리티를 획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련되었다, 착하다, 혁신적이다, 친근하다 등등 우리가 흔히 사람을 형용할 때 쓰는 형용사들을 놀랍게도 브랜드를 떠올리며 쓰게 되는 것이지요.
작년과 올해 대한민국광고대상의 카테고리 구분에서 깐느광고제와 틀을 같이 한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고, 이제 점점 세계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구분은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를 우리가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싸이의 강남스타일 돌풍이 한국과 글로벌 동시에 부는 것처럼 앞으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크리에이티브는 국내세계 동시패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비자와 클라이언트 사이에서 크리에이티브로 통역을 하는 대한민국 광고인들.
우리의 2012년 행보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한민국을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스포츠에서 영화에서 대중음악에서 한류의 탄탄한 입지를 생각하면 오히려 우리 광고계가 늦은 감이 있지요. 그러나 우리는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달아오르는 특징이 있는 크리에이터들로서, 내년이 더욱 기대됩니다. 자, 그럼 글의 마무리는 클래식하고도 글로벌하게 해볼까요?
“Creators, be ambiti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