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접점하면 보통 매장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매장은 판매 행위가 이뤄지는 가장 중요한 소비자 접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매체의 다양화와 커뮤니케이션 형태의 변화, SNS의 활성화 등으로 소비자 접점은 최근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첫째, 고객들이 많이 모이는 국제적 이벤트나 축제가 많이 늘어나면서 이런 현장에서 핵심 고객층을 잡으려는 노력이 늘어나고 있다. CES, IFA와 같은 국제 전시, 뉴욕패션위크를 포함한 국제 행사 등이 대표적이다.
둘째, 고객층이 모이는 지역에 임시 매장을 설치해 일시적이지만 공격적으로 대상 타깃과 만남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팝업 스토어(Pop-up Store)인데, 가로수길, 강남역, 홍대 앞 등이 기업들의 노력이 집중되는 곳이다. 셋째, 레저 문화의 증가와 스포츠나 오락적 요소의 추구 경향으로 인해 국내외 스포츠 대회, 엔터테인먼트 현장도 중요해지고 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프로야구, 프로축구, 슈퍼스타K, 나가수 같은 메가 이벤트나 인기 있는 방송 현장을 이용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현장의 접점에서 고객을 만나려는 노력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뉴욕엔 뉴욕패션위크가 없다?
뉴 욕 에 서 는 해 마 다 2 월 (Fall/Winter Collection), 9월(Spring/Summer Collection) 두 차례의 뉴욕패션위크(New York Fashion Week)가 열린다.
밀라노, 파리, 런던과 함께 4대 컬렉션으로 불리는 뉴욕 패션위크는 미국패션디자이너협회 (CFDA) 주관으로 미국 문화의 요람인 링컨센터 부근에 대형 텐트를 설치해 4개 행사장에서 패션쇼 및 패션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이 뉴욕 패션위크행사에 가보면 어디에도 뉴욕패션위크라는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정식 명칭은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 위크(Mercedes-Benz Fashion Week)로 불린다. 자동차 회사인 벤츠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패션과 관련된 미용, 화장품 회사, 패션 미디어들이 후원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왜 벤츠 같은 자동차 회사가 패션위크를 후원할까?
뉴욕패션위크는 수많은 패션 전문 미디어, 패션 디자이너, 의류업계, 연예인 등 패션 피플이 총집합하는 행사다. 이 행사에는 마크제이콥스, 타미힐 피거, 알렉산더왕, 오스카드라렌타, 캘빈클라인, 도나카란, 마이클코어스, 안나수이, 필립림, 밴드 오브 아웃 사이더등 우리에게 익숙한 다 양한 브랜드들이 참여한다. 국내의 미국 패션 홍보 프로젝트인 콘셉트 코리아(Concept Korea)를 통해 이상봉, 손정완 등의 디자이너들도 뉴욕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있다.
한마디로 뉴욕패션위크는 패션계 세계적 리더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따라서 벤츠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이미지는 뉴욕패션위크의 행사의 콘셉트와 잘 들어맞는다. 벤츠는 프리미엄 타깃 접점으로서 뉴욕패션위크 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고급 자동차와 패션의 결합은 베를린 패션위크의 BMW 후원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벤츠는 뉴욕패션위크의 대회 타이틀은 물론, 프로그램 북이나 행사장 홍보물 등에도 노출될 뿐 아니라 행사장 입구 홀에 부스를 설치해 차량을 전시하고 VIP 고객을 위한 홍보 라운지도 운영했다.
또한 대회조직위에서 행사용으로 사용하는 각종 차량도 제공했다. 공식 사이트나 케이블 등을 통해 제공되는 대회 공식 패션쇼 영상에도 벤츠 마크가 표시돼 나간다. 패션쇼 장에서 매출이 직접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패션 피플이 모이는 뉴욕의 패션 중심지에서 미래의 고객을 만나는 접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벤츠와는 접근이 다르지만 세계적인 패션 잡지인 보그(Vogue)도 패션업계 리딩 이미지 유지를 위해 뉴욕패션위크 부대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뉴욕패션 위크 기간 중 ‘보그 패션 나잇 아웃(Vogue Fashion Night Out)이라는 행사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있다. 뉴욕시와 뉴욕 관광청, 미국 패션 디자이너협회와 함께 2009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불경기에 처한 패션 업계의 경기진작을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뉴욕의 1000여 개 패션 스토어들이 참여해 할인 행사, 축제, 이벤트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에이즈 기금 조성 등 사회 공헌적 성격도 띠고 있다.
가로수길의 카누 팝업 스토어
커피 시장에서 차지하는 인스턴트 커피 비중은 상당히 높다. 동서식품은 오랫동안 인스턴트커피 시장의 강자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커피 시장의 확대로 커피 전문점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급 커피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서식품은 인스턴트 커피의 고급화를 내세웠다 . 2 011년 동서식품은 신개념 프리미엄 인스턴트커피 브랜드인 카누(Kanu)를 출시했다.
동서식품은 ‘내 책상 위의 작은 카페 (The smallest coffee in the world)’라는 개념으로 마케팅 활동을 계획했다. 인스턴트커피지만 커피 전문점에서 내려 먹는 커피 이상의 맛을 실현해 고객을 사로 잡겠다는 전략이다.
동서식품은 고객의 제품에 대한 가치 체험이 중요하다는 판단하에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Pop-up Store)를 열었다. 가로수길은 2030 세대가 선호하고, 특히 트렌디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대학가로 찾아다니면서 시음 캠페인을 하는 것이 과거의 방식이었다면 이미 타깃 고객이 집중해 있는 가로수길에 팝업 스토어를 설치해, 고객과 만나는 강력한 접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임시로 여는 매장이지만 최고급 커피 매장에 못지않은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이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했다. 일부 고객이 실제 동서식품이 커피 전문점을 냈다고 착각할 정도로 카누의 특성을 반영해 매장 디자인을 했다.
카누 팝업 스토어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인스턴트커피를 뜨거운 물에 부어 테이크아웃컵에 담아주는 등의 방법으로 카누가 프리미엄 커피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카누 광고 모델인 공유를 비롯해 동서식품 광고 모델인 이나영, 고현정 등을 초청하고 이들의 방문 사실 고지, 방문 영상 인터넷 버즈 활용 등을 통해 홍보 발신 기지로도 활용했다.
팝업 스토어를 고객의 상징적이고 물리적 접점으로 활용하면서, 온라인이라든지 미디어 홍보를 통해 이를 전국으로 확산한 것이다. 동서식품은 적극적인 카누의 고객 접점을 발굴해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함으로써 카누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기여했다.
코카콜라가 올림픽 팬을 만나는 곳
코카콜라는 오랫동안 올림픽 스폰서로 참여해 왔다. 코카콜라는 올림픽은 물론 월드컵에도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스포츠 팬이 모여 있는 곳을 주요 고객 접점으로 활용해 왔다. 그것은 청량음료 제품 속성이 스포츠와 잘 맞고 올림픽이 음료 제품이 잘 활용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코카콜라가 1928년 암스테르담 올림픽에 참여하는 미국 대표팀에 콜라를 제공한 것이 올림픽 스폰서십의 단초가 됐다. 코카콜라는 올림픽 스폰서를 해오면서 올림픽 팬을 활용한 홍보에 적극적이다. 올림픽 마크를 활용해 다양한 홍보 및 마케팅 활동도 벌이는데,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현장에서 세계 각지에서 올림픽 경기를 보러 온 다양한 고객들을 직접 접하게 된다.
그 중요한 접점 중 하나가 홍보관이다. 코카콜라는 전통적으로 올림픽 핀(배지)을 교환하는 코카콜라 핀 트레이딩 센터(Pin Trading Center)와 함께 다양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홍보관을 만들어왔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여러가지의 하계 종목을 경험할 수 있는 미니 스타디움을 만들었고,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에서는 동계 스포츠를 경험할 수 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코카 콜라는 런던 올림픽을 맞아 소비자 들이 코카 콜라 를 만날 수 있는 올림픽 파빌리온 을 메인 스타디움 근처에 설치했다. 코카콜라는 런던 올림픽에 음악과 젊음, 스포츠를 결합해 ‘무브 투 더 비트(Move To The Beat, MTTB)’라는 주제로 올림픽 캠페인을 전개했고, 이 콘셉트를 홍보관에 그대로 반영했다. 음악 프로듀서 마크 론슨(Mark Ronson)과 가수 캐티 비(Katy B)가 음악적 요소 개발에 참여하고, 건축 디자인에 아시프 칸(Asif Khan)과 퍼닐라 오스테드(Pernilla Ohrstedt)가 참여한 코카콜라 홍보관은 스포츠의 각종 소리를 주제로 빨간 모티브의 친환경적 건축물을 만들었다. 홍보관은 밖에서 나선형 건물을 올라가면서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는 구조로 돼 있다. 올라가면서 옆에 있는 북 같은 걸 만지면 탁구 치는 소리, 양궁 활 날아가는 소리, 태권도 발차는 소리, 복싱 등의 다양한 소리가 나온다. 북을 치기도 하고, 문지르기도 하고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며 옥상에 오르면 런던 올림픽 성화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시 내려오면서 홍보관 안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조명과 함께 음악과 소리를 즐기면서 특별히 만들어진 병에 담긴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다. 스태프들 유니폼에 적혀 있는 ‘They move to the beat’라는 문구는 고객을 홍보관으로 유도한다.
이렇게 코카콜라는 대회조직위에 콜라 제공, 대회장 곳곳에서 코카콜라 판매, 고객 소비자 프로모션을 통한 경기 관람, 기업 홍보관 등을 통해 고객이 즐기고 노는 공간에서 소비자와 공감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올림픽에 모이는 스포츠 팬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포츠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코카콜라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재미(Fun), 즐거움(Enjoy) 등의 콘셉트를 스포츠 현장으로 확장하면 코카콜라가 추구하는 고객들과의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은 코카콜라가 고객들과의 친밀한 관계가 이루어지는 핫(Hot)한 접점이 된다.
고객이 모이는 현장을 찾아 나선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은 타깃의 적합성을 찾아야 한다. 기업 이미지, 제품의 속성과 행사의 성격과 타깃을 잘 매치시켜야 한다. 또 현장은 어디까지나 플랫폼적 성격을 가지고 PR의 발신 기지적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고객 접점이 중요하긴 하지만 결국 다수의 소비자로 메시지를 확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SNS를 포함한 온라인, 미디어 PR, 광고 등의 역할이 연계돼야 한다. 결국 기업과 고객이 만나는 이벤트 접점은 매개적 요소로 활용하고 메시지를 전국적 또는 글로벌 소비자에게 잘 전달해야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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