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지 마세요, 피부에 양보하세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카피. 이 한 마디에 싱그러운 모델이 푸드를 들고 있는 모습까지 자연스레 연상된다. 최초의 푸드화장품으로 등장한 스킨푸드의 존재감을 드러내주었던 기특한 대사다. 사실 이토록 강력한 슬로건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이 분명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변하고 있었고, 매력적인 ‘익숙함’이외의 무언가가 필요한 때였다.
균열, 이야기의 시작
2005년 브랜드숍(로드숍형태의 저가화장품) 붐이 일었을때, ‘푸드화장품’ 이라는 독특한 컨셉트로 시장에 진입한 브랜드가 바로 스킨푸드다. 물론 지금도 스킨푸드는 푸드 화장품의 대명사로 통하며, 이 카테고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나 매력도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스킨푸드 바깥의 상황은 명백히 달라지고 있었다. 브랜드숍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미투(Me-too) 브랜드들 역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주의와 친환경적인 분위기로 무장한 타사 브랜드들은 스킨푸드만의 뾰족한 차별점을 무디게 만들었다. 화장품 시장에 등장한 과라나 열매나 고트 밀크 같은 이국적인 원재료 앞에서, 스킨푸드의 ‘연어 브라이트닝 아이크림’이 주었던 신선함 역시 빛을 바랬다. 게다가 경쟁사들은 파격적인 세일 정책을 통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이야기를 시작해야했다. ‘푸드’를 피부에 양보하라는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스킨푸드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킨푸드는 ‘푸드의 정직함을 믿으니까’
이번 캠페인의 시작은 사실 명쾌했다. 브랜드력 강화를 위한 브랜드 캠페인. 세일과 같은 부수적인 요소에 흔들리지 않고, 소비자가 스킨푸드를 구매하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화장품 선택에 굵직한 기준이 될 수 있는, 그리고 소비자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스킨푸드의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스킨푸드의 처음 마음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최고의 푸드로 제대로 된 화장품을 만들자.’수없이 고민을 해봐도 스킨푸드의 핵심적인 가치는 역시 ‘푸드’였다.
그래서 새로운 캠페인에서 스킨푸드는 또 다시 ‘푸드’에 대해 말하기로 했다.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푸드의 정직함’에 대한 이야기다. 햇빛·물·토양등 자연 그대로를 토대로 하여, 들인 노력만큼 되돌려주는 ‘푸드의 정직함’은 스킨푸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닮아 있다. 최고의 푸드로 정성이 담긴 제품을 꾸밈없이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스킨푸드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푸드를 바르게 연구하기 위해 설립한 연구소의 존재는 물론 내부 임직원들에게도 할인 판매를 하지 않는 가격 정책 역시 ‘정직한’포인트였다. 다행히 이는 소비자가 화장품에 기대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었다. 유명 화장품에서도 발암 물질이 등장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에 불신이 깊어가는 상황에서 정직은 설득력이 있을만한 주제였다. 그러나 정직이라는 단어가 주는 묵직함, 그리고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자화자찬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부담에서 광고주 역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직하다는 평가는 다른 사람에 의해 나올 때 빛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소비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당신의 스킨푸드 이야기
소비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려면 우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필요했다. 소비자들이 경험한 스킨푸드를 좀 더 내밀하게 알기 위해, 다양한 포스팅이나 사용 후기를 분석하는 등의 시도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자연스럽게 ‘나의 스킨푸드 이야기’라는 컨셉트가 탄생했다. 메이커 보이스가 아닌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캠페인으로 끌어온 것이다. 맨 얼굴의 스킨푸드, 서른 즈음의 스킨푸드, 채식주의자의 스킨푸드 등 수많은 누군가의 이야기 중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발탁되었다. 각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이 전하는 스킨푸드 이야기는 친근하면서도 일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소비자가 스킨푸드를 사용하며 느꼈던 점, 혹은 코스메틱 브랜드에 바라는 점을 가능한 한 공감대 있도록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사랑한 스킨푸드의 베스트셀러들과 함께 이야기를 꾸려 재미를 더할 수 있었다.
이야기꾼을 찾아서
그런데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으려면 우리는 그 화자를 먼저 만나야 한다. 이번 캠페인에 있어 모델은 단순히 이미지를 창출하는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의 역할이었다. 그렇기에 화자를 선정하는 과정은 더욱 복잡하고 순탄치 않았다. 코스메틱 브랜드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뷰티 모델의 이미지뿐 아니라 일반인 모델의 느낌 역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말 ‘그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어야 캠페인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음이 명백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 모델들은 이미 다수 노출이 되었거나 ‘익숙한’느낌이 강했다. 일본·중국 등 아시아 모델 역시 염두에 두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이슈들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결국 수많은 후보들을 찾고 찾는 긴 과정 후, 화자로 적합한 모델들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한 배를 탄 이야기꾼들과 함께 본격적인 ‘스킨푸드 이야기’의 첫 페이지를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스킨푸드 이야기
다섯 개의 에피소드는 스킨푸드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결로 펼쳐진다. ‘아보카도 마니아의 스킨푸드’의 화자는 말 그대로 스킨푸드 마니아다. 누구에게나 궁합이 맞는 푸드가 있듯, 그녀는 자신의 피부에 딱 맞는 ‘아보카도 토너’를 꾸준히 사용해 왔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마음에 꼭 든 화장품을 오랫동안 사랑해 본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더불어 미남과 엄마의 스킨푸드는 여태껏 스킨푸드의 제품을 사용하는 데 익숙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스킨푸드 매장에 홀로 당당히 들어가기 어려운 미남들, 그리고 트렌디한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르는 엄마들도 스킨푸드를 사용할 수 있음을 자연스레 보여준다.
한편 브랜드가 고수하는 정책을 ‘스킨푸드 알바’를 통해 말하기도 한다. 그녀는 ‘너한테 사면 할인되냐’는 친구들의 물음에 ‘여긴 세일이 없다’고 대답한다. 실제로 직원에게도 할인 판매를 하지 않은 스킨푸드의 가격 정책이 있었기에 가능한 에피소드였다. 마지막으로 모델 ‘이민정’을 활용하여 신제품에 대한 접점을 만들어가는 한편, 이야기의 구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했다. 단순히 제품의 효능을 설명하는게 아니라, ‘꿀광피부’를 지닌 이민정만의 에피소드를 보여준 것이다.
네 명의 이야기꾼 그리고 스킨푸드의 대표 얼굴인 이민정이 함께 조근조근 전하는 ‘나의 스킨푸드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푸드의 정직함을 믿으니까.’누군가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 푸드를 통해, 또 누군가는 오랜 시간 한결 같은 푸드를 통해 ‘푸드의 정직함’과 마주한다. 그리고 푸드의 정직함을 믿는, 그리고 그 정직함을 닮아가려는 스킨푸드의 마음이 이들의 이야기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야 제 맛
발터 벤야민은 이야기꾼의 원조로 선원과 농부, 두 유형을 꼽은 적이 있다. 선원은 새로운 세계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낯설고 이국적인 풍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면 농부는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맛깔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사람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의 필수 요소인 비일상적이고 낯선 지점을, 먼 곳이 아닌 이미 스스로가 존재하던 시공간에서 찾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스킨푸드의 이번 캠페인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스킨푸드는 다시 한 번 ‘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그것도 일반 소비자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꾸렸다. 이는 낯설고 이국적인 장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푸드의 정직한 속성과 그 정직함을 믿는 브랜드의 신념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같은 이야기를 누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듯, 일반인 모델들의 입을 빌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공감을 기반으로 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직 진행 중인 이번 캠페인이 성공적인지 그 결과를 논하는 것은 아직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캠페인을 통해, 또 다른 누군가의 스킨푸드 이야기가 시작되는 ‘그 장면’을 기분 좋게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