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속옷 모델을 전담하던 시절에도 과감히 국내 모델을 기용하고 당대의 톱스타만 발탁하는 등 항상 주목받아온 비비안의 모델들. 급기야 국내 여성 속옷 브랜드 최초로 남자 모델을 기용하는 파격적인 선택으로 또다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오랫동안 지속된 여성 속옷시장의 2강 구도에서 과감한 도전에 나선 비비안 광고 제작팀을 만났다.
| 글 | 편집부
모델 선정이 크리에이티브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황태준 선임 ː 기존 비비안 광고에서는 아름다운 가슴을 보여주는 것이 첫 번째 과제였다. 그런데 남자가 모델로 선정되면서 가슴을 보여줄 수도 없을뿐더러, 일단 남자가 여자의 가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부분이 우려되었다. 최대한 그런 뉘앙스가 덜 느껴지고 대신 자기 여자를 아름답게 지켜주고 싶은 남자의 진정성 있는 마음과 눈빛이 느껴지도록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가는 데 집중했다.
권현선 팀장 ː 아무래도 남자 모델이 여자 브랜드, 그것도 속옷을 이야기하는 데에서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서 동시에 제품과 브랜드가 동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사이를 조율하는 것이 다소 어려웠다.
1인칭 시점의 광고라서 전달력이 더욱 큰 것 같다.
유상현 선임 ː 손발이 오그라드는 다소 민망한 이야기도 내 이야기가 되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소지섭이라는 모델이 남자친구라도 된 듯 내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클로즈업에 1대 1 아이컨택트로 친밀감 있게 표현했다. 전반적인 톤은 화이트 톤에 미니멀하면서도 따뜻한 톤을 써서 부드럽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을 썼다.
광고제작 시 특별히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황태준 선임 ː 원래 콘티는 소지섭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You are so beautiful’이라는 노래를 무심한 듯 부르다가 마치 앞에 있는 나(소비자)에게 “너는 뭘 입어도 예뻐, 내가 지켜주니까”라는 멘트를 하는 것이었다. 여자라면 남자가 노래를 불러주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음악에 더욱 신경을 썼다. 특히 로맨틱한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알렉스의 싱글 음반과 연계해, 광고의 로맨틱한 무드를 한껏 살리고자 했다.
인터랙티브 광고도 진행했는데?
김영민 대리 ː 광고에 맞춰 ‘내 남자 소지섭’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클릭하면 소지섭이 돌아오고, 어깨를두드리면 돌아보고, 아이컨택트를 해주고, 같이 데이트하자고 권유하는 등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녹여냈다. 홈페이지에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류지민 사원 ː 광고 촬영장이 삼성미술관 리움 근처의 스튜디오였다. 자연스럽고 따뜻한 톤을 위해 햇빛이 잘 들어오는 통창이 있는 스튜디오를 선택했는데, 점심시간 이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확인해보니 스튜디오 통창으로 촬영 현장이 그대로보이는 것이 아닌가. 근처에 미술관이 많아 점심때 찾아오는 여성이나 여고생이 많았다.
김영민 대리 ː 소지섭을 모델로 비밀리에 촬영을 진행했는데, 여성 속옷에 남자 모델이라는 획기적인 모델 전략이 노출될까 봐 급히 뛰어 내려가서 팬들을 진정시키고 사진 촬영을 막느라 꽤 고생했다.
인턴사원이라 들었다. 광고제작 현장에 참여한 소감은?
김정태 인턴 ː 첫 번째 광고가 이번 비비안 광고였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협업하는 현장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픽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직접 현장에 가서 보니까 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광고 완성 후 아쉬운 점 또는 만족하는 점이 있다면?
권현선 팀장 ː 모델이 노래를 직접 불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과 함께 여성 소비자가 거부감보다 신선함으로 받아들여준 점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
김효연 대리 ː 온에어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비비안의 모델을 소지섭으로 기억하며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이고있다. 특히 비비안을 다소 올드한 브랜드로 인식한 20대 여성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 매장에서 소지섭의 브로마이드를 얻고자 하는 여성 고객도 많다고 들었다.
향후 비비안 광고의 전개 방향은?
권현선 팀장 ː 어떤 신선함도 두 번째가 되면 더 이상 그 빛을 발하기 힘들다. 소지섭이라는 남자 모델을 통해 어떻게 비비안과의 연관성을 높이며 이야기를 계속 새롭게 만들어갈지 어려운 숙제로 남았다.
김영민 대리 ː 남자가 모델이라서 제품의 특장점을 표현하지 않았지만, 이번 광고 역시 볼륨 캠페인의 연장이다. 다음 시즌 광고에서 어떻게 표현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볼륨 비비안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