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ㅣ 박정일(어카운트솔루션 3팀 선임)
광고인들은 누구나 착한 광고에 대한 로망이 있을 것이다. 진솔한 메시지로 고객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면 얼마나 보람이 있을까? 광고를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넘은 지금, 처음의 마음을 되돌아본다.
광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 일상이 된 지금, 문득 '제대로 된 광고는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한 광고주도 같은 질문을 하기에 '매출에 도움이 되고 눈에 보이는 실적을 제시할 수 있는 광고'라는 지극히 틀에 박힌 대답을 한 적이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을 했다.
광고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절, 막연하긴 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착한 광고'를 이상적인 광고라 생각했다. 한 동안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지만, 이번 롯데백화점 세일 광고는 그 때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광고의 핵심 메시지가 '고객에게 전하는 품격과 행복'으로 정리되면서, 착한 광고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기도 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히트 광고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광고가 그렇듯 광고주는 물론 여러 스태프가 흘린 땀으로 한 편의 광고를 세상에 내보내면 그 과정을 함께한 산파로서 애착이 생긴다. 초심을 돌아보게 만든 '롯데 백화점의 2011년 1월 프리미엄 세일광고'의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부분 제품이 그렇듯 가격 경쟁 즉 물리적 차별화가 어려워진 요즘, 특히 백화점은 손으로 만질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오직 고객의 마음 속에 그려진 이미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무형의 제품이 된 지 오래다. 광고 생활 십수 년에 넘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온 말은 '팔리는 광고'라는 대명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정기 세일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전달을 기본으로, 감성적 소구와 차별화를 통한 끌림과 호감은 물론 행동까지 유발해야 한다는 목적 아래 이번 광고를 진행했다.
땅 짚고 하늘을 날아 착한 광고를 만들다
백화점 광고는 한 마디로 '땅 짚고 하늘 날기'를 해야 한다. 프리미엄 세일이라는 땅을 짚고 고객에게 품격과 행복을 주는 백화점이라는 하늘을 날기까지, 착한 광고로 만드는 사람들의 조합 자체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우선 기존 빅 모델 비(정지훈)와 이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고심 끝에 문학평론가 박동규 교수와 세계 3대 발레단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소속의 발레리나 서희를 전격 기용해 품격과 프리미엄을 진실하게 전달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객과 롯데백화점 간의 친밀한 교감을 '문학가와 발레리나'라는 두 모델의 특성을 살려 심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물론, 세일에 대한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한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촬영을 진행하면서 두 모델의 프로 정신에서 그 답을 찾았다.
흔히 발레는 몸으로 하는 연기로 알고 있지만 표정 연기도 매우 중요하다. 서희는 세계적인 발레리나답게 연기는 물론 표정으로 풍부한 감성을 표현해내는 모델이었다. 박동규 교수 또한 방송 경력이 있어 그 누구보다 콘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아버지와 딸로 분한 두 모델의 풍부한 눈빛 연기가 아니었다면 광고가 의도한 친밀하고 신뢰감 넘치는 교감을 표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미지 전달의 중요한 백화점 광고는 로케이션 섭외가 관건 중의 하나다. 당시 롯데백화점의 PPL을 진행했던 드라마<시크릿 가든>의 배경 '마임 비전빌리지'를 예정했으나, 촬영일을 앞두고 무산되며 급히 찾은 장소가 북한강변을 품은 전원주택 '가평다헌'이었다.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 연출에 최적의 장소였다. 물론 이것은 호숫가 파동으로 교감을 표현하기 위해 추운 새벽 얇은 발레 의상만 입고 미소를 띤 채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모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광고 최고의 백미는 마지막까지 아름다운 화면으로 시선을 끌어들여 교감을 풍부하게 이어준 BGM '꽃날(<황진이>OST)'과 엔딩 컷에서 클로즈업된 모델 얼굴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행복한 미소'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하게 진화하는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선 광고의 진실성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번 광고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진솔함을 전달하기 위해 집중한 광고였고 말 그대로 착한 광고를 만들려는 의도로 탄생한, 개인적으로도 그리고 대홍에게도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광고라 감히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