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마케팅열전] English Tea 이야기Ⅰ
CHEIL WORLDWIDE 기사입력 2011.04.21 04:14 조회 9456








영국인들은 전쟁 중에도 차(Tea)를 마시는 시간이 되면 싸움을 중단하고(?)
자신들의 스타일대로 차를 끓여 마실 정도로 차 문화가 발달해 있다.
실제로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차 소비국 (연간 인당 평균 1.2kg을 소비)
이다. 대부분의 차는 19세기 대영제국 시절 영국의 식민지 중 하나였던
인도(India)로부터 수입된 것으로 통상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영국에 차 문화를 처음으로 전달한 사람은 찰스 2세 국왕의
배우자였던 캐서린 브라간자(Catherine of Braganza)라는
포루투갈 출신 여왕이라고 한다.





글 ㅣ 최병두 프로 (영국법인)




함께해서 즐거운 티 타임


영국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세 번 정도 반드시 차를 마신다. 아침식사와 함께 한 번, 오전의 티 타임에 한 번, 그리고 오후에 다시 한 번 차를 즐긴다. 영국인들에게 차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아무 때나 마시는 단순한 음료라기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차를 만들고 대접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사교(Social Networking)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더불어 노동자나 직장인들과 같이 일하는 환경에서 티 타임은‘잠깐의 휴식(Break Time)’과 같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통상 차와 함께 간단한 비스킷이나 빵, 치즈, 과일 등을 곁들이는 것이 정상이므로 영국인들에게 차(Tea)는 음료(Beverage)보다는 음식(Meal)의 개념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영국인들의 홍차 사랑

실제로 영국의 대표적인 수퍼마켓 체인인 모리슨(Morrisons)이 자사의 매장을 찾는 고객 1100만 명의 장바구니를 분석한 결과(2010년 10월 조사), 영국인들이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수퍼마켓에서 구입하는 주요 식품 중에는 영국인들의 주식인 식빵·감자·고기 등과 함께 홍차가 당당히 9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는 와인을 빼고 프랑스인들의 음식문화를 이야기할 수 없듯 홍차가 영국인들의 식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과거와 같이 차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특히 젊은 층은 차보다는 스타벅스와 코스타(Costa), 커피 리퍼블릭(Coffee Republic)과 같은 브랜드 커피를 더 많이 애용하는 추세임), 전통적으로 영국인들이 일상 속에서 즐겨먹는 차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다양한 맛과 색으로 개발되는 홍차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차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역시 홍차(Black Tea, 紅茶)다. 홍차는 백차·녹차·우롱차보다 더 많이 발효된 차 (Camellia Sinensis)의 일종으로 향이 더 강하며, 카페인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동양에서는 최종 만들어진 차의 색깔이 붉기 때문에 홍차라고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찻잎의 검은 색깔 때문에 ‘Black Tea(검은 차)’라고 부른다(참고로 서양에서 ‘Red Tea’는 보통 남아프리카산 루이보스 차를 의미함).

영국을 포함한 서양인들이 홍차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는 홍차가 녹차를 비롯한 다른 차 대비 향이 더 오래 간다는 점이다(녹차가 그 향을 1년 내에 잃는 반면, 홍차는 수년간 그 향이 보존됨). 더불어 홍차를 그대로 마시기도 하지만 위스키로 다양한 칵테일을 만들어 즐기듯 홍차 역시 다양한 재료를 포함시켜 블랜딩(Blended & Mixed)하는데 영국인들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블랜딩 종류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사실 영국인들의 홍차 사랑은 차가 중심이 된 블랜딩에만 그치지 않고 홍차를 주제로 한 타 종류의 음료까지 개발하여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롱아일랜드 아이스티(Long Island Ice Tea)’다.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는 홍차의 색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개발된 칵테일로, 사실 홍차는 전혀 섞여있지않고 대신 보드카·진·럼 그리고 트리플 섹(Triple Sec) 등이 주재료이다.

금주령이 시행되던 시절 아이스티(Ice Tea)로 눈속임하며 즐겼던 칵테일이라고 하는데, 다양한 술이 함유되기 때문에 도수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데킬라 혹은 그랑 마니에르(Grand Marnier)가 첨가되기도 한다.


영국 홍차 시장의 대표적 브랜드

영국 홍차 시장은 그 구분만큼이나 브랜드 종류도 어마어마한데, 이중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는 글로벌 홍차 시장의 거인인 유니레버(Unilever)사의 립톤(Lipton)과 PG 팁스(PG Tips)다(전 세계 시장 점유율 17.6%). 이중 1930년대 아서 부르크에 의해서 영국에 소개된 PG 팁스(최초의 브랜드 이름은 Pre-Guest- Tee로 그 의미는 음식이 소화되기 전에 마시는 차(Pre-digestive)라고 함)는 그 역사만큼이나 장기 광고 캠페인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1956년부터 시작된 침팬지를 활용한 캠페인(침팬지가 사람의 복장을 하고 나와 유니레버의 PG 팁스 티를 마시는 상황으로 전개됨)은 2000년 아드만 프로덕션이 제작한 클레이메이션인 월래스 앤 그로밋(Wallace & Gromit) 캠페인으로 교체될 때까지 지속되어 유니레버의 그 어떤 브랜드보다 오래된 광고 캠페인으로 기록되고 있다. 2005년 PG 팁스는 75주년 기념으로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스페셜팩(임페리얼사의 은도금 끈에 부들스라는 유명 보석 디자이너가 만든 7500유로 가치의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티백)을 선보여 영국 홍차 마니아들에게 대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홍차만큼 오래가는 브랜드 캐릭터 사랑

PG 팁스의 침팬지 캠페인에 대한 영국인들의 향수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고객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강력한 브랜드 자산으로서의 아이콘을 재활용하자는 마케팅 차원이었을까? 확실하지는 않으나 PG 팁스 캠페인의 핵심 아이콘인 침팬지는 2007년 Puppeteered Monkey(영국의 유명 상업방송인 i-TV에 등장하는 손으로 조작하는 원숭이 캐릭터)의 형태로 부활하게 된다.

조니 베가스(Johnny Vegas)라는 유명 코메디언과 커플로 등장해 영국식 블랙 유머로 전개되는 이 캠페인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어 영국인들의 변치 않은 홍차 사랑만큼 끈끈하게 오래가는 전통 유산(Legacy)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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