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 묻은 독에서 막 꺼낸 잘 익은 김치 한 포기.
아삭아삭 시원하게 씹히는 감칠맛. 상상만 해도 침이 넘어간다.
땅속 김칫독을 그대로 부엌으로 옮겨온, 우리나라 첫 번째 김치냉장고 딤채.
출시 이후 줄곧 업계 1위 자리를 지켜온 딤채는 ‘발효과학’ 기술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왔다. 그 인기를 공고히 하는 역할은 딤채만의 차별화된 기술력을 어필하고, 김치의 맛깔스러움을 담아내는 광고의 몫이다.
글 ㅣ하성민(어카운트솔루션5팀 차장)
밥과 함께 밥상 위의 가장 중요한 반찬으로 김치를 꼽는 우리나라에서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부터 김장 김치를 땅에 묻어 보관해왔다. 입동과 소설 사이 초겨울이면 온 식구가 동원돼 김장을 하고, 건장한 집안 청년들이 단단한 땅을 파 그 안에 김장독을 묻는 모습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도시 인구가 늘고 서구화된 주거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이는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돼버렸다.
도시에서는 아쉬우나마 야외에 장독을 두거나 일반 냉장고에 김치를 보관했지만 땅속에 묻은 김치 맛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5년 위니아만도는 최초의 김치 냉장고 ‘딤채’를 선보이며 ‘김장 생활’의 혁명과도 같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겨울 땅속 김장 김치 맛’을 내기 위한 첨단 ‘발효과학’의 결정체 딤채는 독(Jar) 문화를 그대로 재현해 서구형 주거 문화 탓에 포기해야 했던 김장 김치 본연의 맛을 되살려주었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의 새로운 포지셔닝
딤채는 여러 대기업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최고로 선전하는 브랜드다. 김치냉장고 카테고리에서 5년 연속 국가고객만족지수(NCSI)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소비자에게 특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지난해에는 ‘김치냉장고’를 처음 시장에 선보인 지 16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대를 달성했다.
이는 우리나라 김치냉장고 총누적 판매량 1,000만 대 중 절반의 비중이다. 두 집 중 한 집에서 딤채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치냉장고는 곧 딤채라는 등식이 과언이 아니다. 김치냉장고는 크게 스탠드형과 리어(뚜껑)형의 두 종류로 나뉜다. 슬라이드(서랍)를 통째로 당기는 형태인 스탠드형은 구조상 리어형보다 온도 유지가 까다롭다. 그 때문에 위니아만도는 스탠드형 딤채를 생산하면서도 ‘김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리어형 딤채에 더 많은 기술과 마케팅 자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빌트인 형태의 주거 인테리어가 늘어나면서 스탠드형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또 김치를 구입해 먹는 비율이 늘면서 김치냉장고의 용도는 김치뿐 아니라 여러 식품을 보관하는 다목적 저장고로 변화했다. 2009년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은 스탠드형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스탠드형에서는 딤채의 입지가 애매했다. 소비자는 딤채의 리어형에 대한 만족도는 높았지만, 스탠드형에 대한 평가는 달리 했다. 스탠드형의 경우, 기술력과 맛보다는 디자인과 편리성을 먼저 봤기 때문이다. 즉 리어형은 딤채의 핵심 자산인 ‘발효과학’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반면, 패널의 디자인과 디바이더(공간구분)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탠드형은 그렇지 못했다.
경쟁사로서는 기회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올 수 없는 ‘딤채’ 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회인 것이다. 경쟁사들은 냉장고 생산 노하우와 디자인 능력을 내세웠다. 지난해 대홍기획 조사에 의하면, 리어형에서 비보조 인지도는 딤채가 독보적 우위를 차지했으나, 스탠드형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 상황을 해결할 답은 한 가지. 딤채의 성공 비결인 발효과학 기술력을 스탠드형에서도 각인시켜야 했다. ‘발효과학’으로 대변되는 기술력은 관련 특허만 460여 건. 최초의 직접 냉각방식, 독립 냉각 시스템, 인텔리전트 발효과학 등 책 한 권을 써도 모자란다. 이 자산을 리어형뿐 아니라 스탠드형에서도 이어 가야 했다. 시장의 패러다임을 단번에 전환할 강력한 메시지를 위한 고민이 거듭됐다. 그리고 대홍이 발견한 인사이트는 바로 김치냉장고의 키, ‘높이’다.
‘8cm’로 발효과학 기술 강조한 컨셉트
딤채 스탠드형에는 다른 제품과 달리 특징적인 기술을 적용했다. 탑쿨링 시스템이다. 즉 냉각기가 제품 상단에 위치하는 것이다. 보통 냉각기가 부착되는 ‘기계실’은 냉장고 하단에 위치한다. 상단에 무거운 기계실이 위치하면 기존의 설계와 달리 무게 배분을 신경 써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기계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딤채는 탑쿨링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유는 ‘김치 맛’ 때문이다. 기계실이 하단에 위치하면 그 열기가 위로 향하고 보관물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미세한 온도에도 큰 차이를 보이는 민감한 김치 맛을 위해 무게 중심 문제, 배관 문제, 설계 도면 변경 문제, 생산 설비 시설 교체 문제 등 기술적으로 어려운 탑쿨링 시스템을 선택했다. 스탠드형에서도 발효과학을 완성한 셈이다.
광고에서는 탑쿨링 발효과학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8cm’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기계실을 상단으로 옮기고, 같은 크기에 용적률을 키우기 위해 높이가 약 8cm 높아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딤채의 발효과학이 집중된 곳이 바로 이 8cm이며, 이를 적극적으로 소구하기 위해 ‘8cm 탑쿨링과학’으로 2010년 광고를 준비했다.
모델 선정에 숨은 의미 부여
이번 딤채 광고의 화제는 단연 모델이었다. 소지섭과 유승호. 소위 ‘간지’로 표현되는 분위기로 손꼽히는 소지섭과 성장할수록 소지섭과 비슷해지는 유승호가 만났다. 닮은꼴 두 배우를 조합한 것 외에 노림수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두 배우의 키 차이가 8cm라는 것. 키가 큰 소지섭은 스탠드형 딤채, 유승호는 리어형 딤채를 대변하게 됐다.
지난해 8월 한여름에 진행한 촬영은 쉽지 않았다. 32℃를 웃도는 날씨에 동시 녹음을 위해 모든 에어컨과 선풍기 가동을 중단하고, 40℃가 넘는 조명 아래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소지섭과 유승호 모두 ‘컷’이란 소리와 동시에 옷에서 땀을 짜내다시피 할 정도로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
더운 와중에도 자연스러운 두 배우의 연기는 주변을 감동시켰다. 진짜 형과 아우인 듯 착각이 드는 두 배우의 모습 또한 잘 어울렸다. 이열치열이란 단어가 생각나는 열정이 넘치는 촬영 현장이었다.
완성된 광고의 시작은 제품을 알리는 경쾌한 소리로 시작된다. ‘띵~’ 하는 음향 효과가 사람들의 귀를 먼저 사로잡는다. 이어 유승호가 소지섭에게 질문을 던진다. “형! 왜 딤채가 더 맛있는 거야?” 소지섭은 8cm의 손짓을 하면서 딤채의 상단부를 가리키며 시원하게 대답한다. “바로 여기, 김치 맛의 비밀이 숨어 있지~.” 둘은 맛있게 김치를 먹는다.
이렇게 완성된 딤채 캠페인은 전파광고뿐 아니라 신문· 잡지·브로마이드·지하철 등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소비자를 찾았다. 그 결과 스탠드형의 판매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게 됐고, 리어형도 부동의 1위 자리를 굳히는 데 일조했다. ‘8cm 탑쿨링 발효과학’으로 앞으로도 김치냉장고 하면 바로 딤채가 떠오르는 광고를 만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