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차정환 작시스 상무
MCN의 탄생 그리고 무서운 성장
MCN이란 존재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2014년 5월, 유튜브 내 인기 채널이었던 어섬니스 TV(www.youtube.com/user/AwesomenessTV)에 스티븐스필버그의 할리우드 영화사인 드림워크 애니메이션이 3,3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부터다. 어섬니스 TV의 당시 시세는 1억 1,700만 달러 정도로 추청됐으며, 지금 시장가격은 약 2억 5,000만 달러로 알려지고 있으니 2년 사이에 거의 2배가 오른 셈이다.
어섬니스TV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브루노 마스, 저스틴 비버의 동영상이나 가십거리들을 쏟아내는 어섬니스TV는 산하 모든 채널에 청소년들을 타깃으로 하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한다.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의 운동화가 아니다. 여기서는 저스틴 비버가 신는 운동화일 뿐이다. 그가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판매량이 급증한다. 나이키, 코카콜라, 맥도날드 같은 일반 스폰서십 광고도 모든 채널에 게재된다. 광고주 입장에서 볼 때 확실한 타깃에게 거부감 없고 친근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 일반 광고에 비해 한층 더 효과적이고 경제적이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MCN의 인기는 엄청나다. 이미 중국에서는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린 개인 크리에이터가 케이블TV, 인터넷망 사업자와 제휴를 하는 MCN 사업이 성황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이 걸린 쇼핑몰을 함께 운영하며, 톱스타 크리에이터의 경우 연간 20억 원 정도를 번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동영상 플랫폼 회사들이 MCN 비즈니스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부지런히 달리고 있다. 지난 5월 초, CJ E&M은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플랫폼 확대’, ‘글로벌 진출’ 이라는 목표 아래 기존의 MCN 비즈니스를 다이아TV(Digital Influencer&Artist TV)’로 재 론칭했다. 현재 CJ E&M은 407팀의 콘텐츠 생산채널을 갖고 있으며, 다이어TV 론칭과 함께 2017년까지 파트너 2,000팀을 육성해 아시아 최고의 MCN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목표대로 된다면 CJ E&M은 tvN과 엠넷 같은 케이블 채널 외에 인터넷에 2,000개의 동영상 채널이 더 생기게 되는 것이다.
CJ E&M을 잇는 주자는 사실상 국내 톱스타 크리에이터들의 사관학교 아프리카TV다. 아프리카TV는 이미 2013년 12월 유튜브와 콘텐츠 유통 협약을 맺었고, 2014년 파트너BJ 제도를 신설했다. 파트너에게는 별풍선 수익 외에도 아프리카TV 동영상 광고 수익을 나누고, 각종 교육 지원도 병행한다. 판도라TV도 열정적인데 지난 가을, 1인 미디어를 위한 동영상 앱 제작 서비스인 ‘아이앱’을 공개했다. 아이앱은 동영상 1회 재생 시 1원의 광고 매출이 발생하고, 유료 아이템을 팔면 수수료 없이 창작자가 가져가는 새로운 수익모델 방식이다. 아이앱 외에도 1인 미디어를 위한 영상 제작이나 광고, 홍보 등으로 사업을 넓혔으며, ‘펌프’라는 MCN 사업 전담조직도 만들었다. 또한 후발주자로 최근 몇 개월 사이 트레저헌터와 비디오빌리지, 쉐어하우스 등과 같은 MCN들이 등장했다.
당신은 ‘C세대’입니까?
그렇가면 누가 이렇게 인터넷 동영상 콘텐츠에 열광하고 수익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MCN의 타깃은 ‘C세대’로 불리는 이들이다. C세대(Connected Generation)는 항상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즉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여 자신을 주변과 끊임없이 연결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다시 말해, 나이로 구분되는 세대가 아니라 디지털 활용 습관과 연관된 구분이다. 이들은 나이와 무관하게 SNS로 소통하고 모바일로 검색하며, 앱을 즐기고, 모바일 결제로 쇼핑하는 등 디지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세대다.
C세대가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을 4C라고 규정하는데, 그들은 콘텐츠를 창조하고(Creation), 이를 재구성하며(Curation), 소셜공간으로 공유하고(Connection), 서로 소통하는(Community) 특성을 가지고 있다. C세대는 의사표현에 적극적이고, 정보를 활발하게 공유하며, 타인과의 연결성을 무엇보다 중요시한다. 닐슨 리서치의 발표를 보면 C세대는 미국 시장에서만 연간 5,000억 달러 규모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런 영향력을 증명하듯 글로벌 100대 브랜드들은 C세대를 겨냥해 각각 월별 약 80~100여 개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고 하니, 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콘텐츠도 한 달에 1만여 개가 되는 셈이다.
광고주 관점에서 C세대는 기존 X세대, Y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소비 행태를 보여주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C세대는 ‘ESC’ 특성이라고 부르는 경험(Experience), 공유(Share), 소통(Conversation) 중심으로 정의할 수 있다.
실용성과 경험 그리고 트렌드를 중요시하는 C세대는 필요와 기호에 따라 순간순간 그 즉시 물건을 구매하는 ‘가벼운’ 소비를 지향한다. 또한 자신의 생활과 경험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는 공유 중심 특성을 가지고 있다. C세대들의 70%는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으면(또는 반대로 자신이 혐오하는 브랜드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다고 한다. 이들에게 있어 SNS 공간에 자신이 구매한 제품의 정보나 사용 후기를 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C세대의 85%가 상품 구매 시 방송이나 신문 기사보다 SNS에 올라온 일반 유저들의 사용 후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1인 창작자인 유튜브 스타들의 콘텐츠는 C세대에게 있어서는 가장 중요한 정보 유통채널 중의 하나가 된다. 또한 C세대들은 이들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또 다시 자신만의 SNS 공간에서 공유, 재창조하기도 한다.
또한 C세대는 자신의 의견이 상품과 마케팅 전반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기를 원하는데, SNS나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그들의 리뷰는 상품 판매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몇몇 언론사만 관리하고 일방적인 정보만 제공하던 광고주의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이걸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하는 한숨이 나올 만도 하다. 문제는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C세대로 변화할 것이며, 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의 마케팅 및 소비형태를 변화시킬 것은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흔히 소비자의 욕구에 맞춘 마케팅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한다. 이제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욕구가 아닌 그들의 행태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망 속에서 살고 있는 C세대의 소비 행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며, 이들의 특성을 마케팅에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한 C세대들이 주목하는 MCN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TV도 뉴스 빼고는 볼 게 없는데 인터넷 동영상은 애들이나 보겠지, 누가 본다고?”라고 생각하는 기업의 높은 분들이 아직도 있다고 한다. 분명한 사실은 많은 소비자들이 이미 그 조그만 동영상에 빠져들고 있고 걸그룹보다, 개그맨 스타들보다 더 많은 팬덤과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거다. 기업의 높은 분들만 안 보실 뿐 소비자들은 이미 이곳에서 살고 있다. 이것이 MCN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