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
브랜드 저널리즘은 신문광고의 미래인가?
신문과 잡지를 포함한 종이매체의 위기는 오랫동안 이야기되어 왔다. 종종 신문협회나 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신문과 잡지의 미래에 관한 글을 쓰거나 특강을 요청받을 때마다 어두운 전망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서 부담스러운 주제이기도 하다.
그저 위기라는 표현과 막연한 디지털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진부한 이야기만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이젠 위기론만 테이블 위에 놓을 때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슈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를 할 때가 왔다. 실제로 종이신문과 잡지는 위기인가? 종이신문과 잡지는 사라질 것인가? 독자와 광고를 유지할 방법은 없는 것인가? 디지털로의 전환이 더디고 먼 길인가? 브랜드 저널리즘이 줄어들고 있는 광고를 대신할 것인가?
신문과 잡지는 위기인가?
시사주간지 Newsweek
신문과 잡지의 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시기는 스마트폰과 SNS의 이용자가 증가하는 시점이기도 했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인쇄 발행을 중단하고 온라인판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수년 전만 해도 뉴스위크의 창간 80호(2012년 12월)가 마지막 인쇄판이 될 것이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2008년에는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시카고 트리뷴>, 2009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스타-트리뷴>이 파산신청을 했다. 미국에서 살아남은 지역 신문 중 세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2009년에 파산신청을 했다. <뉴욕타임스>와 <파이낸셜 타임즈>도 본사 매각 등 위기를 피해가지 못하며 결국 종이신문 발행 중단을 선언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미 2009년 4월부터 온라인 판만 발행한다. 미국의 지역 일간지 <더 타임스-피카윤> 등 캐나다와 미국의 유력 일간지들은 주 2~3회만 발행하거나 주말판 발행을 중단하고 있다.
국내 신문시장도 힘든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국일보>는 공개매각을 경험했고 경제지를 제외한 많은 일간지들이 매출 하락추세다. 지역 일간지는 더 큰 위기다. 금융위기와 부동산 침체 이후에 수많은 지역 일간지들이 폐간이나 휴간에 들어갔다. 스포츠신문과 무가지도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지하철에서 신문 읽는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2003~2005년 사이 무가지는 하루 200만 부 이상의 시장을 열며 한때 거의 10여 개가 발행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폐간과 휴간이 이어지면서 이제 무가지는 <메트로> 하나 남았다. 이것도 언제까지 발행할 것이냐가 더 궁금해진다. 스포츠신문도 호시절에 60만 부 이상 발행했으나 발행 부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광고는 30% 이상 하락했다. 발행 부수를 제대로 공개하는 신문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고 ‘ABC’에 따르면 유료 발행 부수가 100만 부를 넘는 것은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잡지업계도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시사매거진은 갈수록 두께가 줄어들고 있고 큰 변화가 없던 주요 패션지들도 최근 몇 년 동안 적자를 이어가며 발행 부수를 대폭 줄이는 결정까지 내려야 했다.
신문은 대표적인 고비용, 저효율 산업이다. 이미 수많은 보고서들이 신문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해 왔다.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모건 스탠리는 종이신문의 미래를 보다 비판적으로 보면서 이미 10여 년 전에 <타임즈 미러>, <가네트>, <트리뷴>,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나이트 리더> 등 미국의 6대 신문 재벌들이 한 해 동안 끌어들인 자금이 인터넷 포털 야후(Yahoo)가 모금한 금액의 30%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140개의 신문과 4개의 방송국을 가진 6대 언론 재벌이 야후 하나만큼도 평가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링크드인(Linked In)의 <미국 산업 전망 보고서(2011)>에서도 모든 산업 중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것은 인터넷이고, 가장 낮은 것은 신문산업으로 평가했다. 국내외적으로 신문과 잡지가 위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종이에서 디지털로 이동한 소비자들
미국 시카고 <선 타임스>의 부회장을 역임한 마크 호눙(Mark Hornung)은 "화장실이 있는 한 종이신문은 영원하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이 말은 틀린 듯하다.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이면 충분하다. 이미 ‘허핑턴포스트’는 <워싱턴포스트>보다 더 많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하철 안에서도, 심지어 길을 걸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지하철 풍속도는 종이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내놓은 ‘2014 뉴스 수용자의 의식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종이신문 구독률과 열독률은 2002년 각각 82.1%와 52.9%에서 2014년 30.7%와 20.2%로 곤두박질쳤다.
웹, 스마트폰, SNS 등 뉴스가 소비되는 채널이 증가하면서 종이매체는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뉴스시장은 오히려 황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00년 전체 뉴스 이용자 수는 2,103만 명에서 3,212만 명으로 52.7% 증가했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은 728만 명에서 1,375만 명으로 증가한 반면 종이신문의 구독자는 1,375만 명에서 162만 명으로 급감했다. 뉴스 매체별로 일일 이용률 추이를 보면 종이신문의 이용률은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며 2014년 7.4%까지 떨어졌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 8.6%보다 낮은 수치다.
국내에서는 포털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뉴스 이용자의 87.4%가 포털 메인화면의 뉴스 제목을 보고 뉴스를 클릭하고 있다. 2000년대 초기에는 종이신문 소비와 인터넷 뉴스 소비가 공존하였다면, 2010년대에 이르러서는 인터넷 뉴스 소비만 이루어지는 양상이다. 또한 2010년대 초반에 급속도로 보급된 스마트폰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이 가능하도록 하여 포털 뉴스사이트 이용의 편의성을 크게 강화했다.
종이신문 시대에는 주류 신문들이 높은 인지도 및 신뢰도를 바탕으로 독과점적인 지위를 향유하였다. 그러나 포털 뉴스사이트에서는 포털 측의 편집에 따라 군소 매체의 기사도 주류매체와 함께 배치되어 소비되고 있다. 국내 일간지의 수는 250여 개나 되고, 총 정기 간행물의 수는 14,500개나 된다. 그중 인터넷신문만 3,918개나 된다.
기사 클릭은 결국 광고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각종 뉴스 어뷰징(News Abusing)이 경쟁적으로 벌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뉴스의 연성화, 낚시성 제목의 범람 등이 대표적이다. 디지털이 뉴스 소비를 증가시켰지만 가치 있는 뉴스가 소비되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2004년 출처 : 오마이뉴스, 2014년 출처 : 한국일보
브랜드 저널리즘은 신문광고의 미래인가?
2014년 일간신문 매출액 구성 중 광고 수입이 59.9%, 협찬 등 기타 수입이 22.2%, 종이신문 판매 수입이 16.2% 정도다. 광고 수입이 신문사의 매출에 여전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총 광고비에서 신문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43%에서 2014년 15%로 크게 감소했다. 게다가 국내 26개 주요 신문사들의 매출 비중에서 상위 5개 신문(조선, 중앙, 동아, 매경, 한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58%에 달한다.
신문광고의 비중은 왜 줄어들까? 신문광고의 선호도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주요 신문들은 흑자를 내며 건재하고 있고 마이너 신문들도 매일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신문광고와 관련한 조사(2012, 박현수)에서 신문사는 63%가 광고노출 확보를 위해 광고가 필요하다고 대답했지만, 광고주는 1.3%에 불과했다. 우호적 관계 유지 차원이라는 대답에서 신문사는 15% 수준이지만, 광고주는 무려 7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신문 또는 신문광고에 대한 기업과 신문사 간의 인식 차이가 매우 크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신문이 광고와 마케팅의 도구로서 한계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광고를 통해 신문사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관행적 요금체계, 협찬의 증가, 기획기사의 증가 등은 이러한 특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주로 언론사를 대상으로 업무를 하는 홍보팀을 두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서 보편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광고나 마케팅팀보다는 신문광고나 협찬에 우호적인 편이다. 광고주들은 광고보다는 브랜드와 관련된 홍보성 기사를 선호한다. 광고와 브랜드의 결합형식을 도입하면서 브랜드저널리즘이 새로운 광고 형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네이티브 애드’라는 이름으로 디지털에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네이티브 애드를 선보였다. 2014년 1월 8일 <뉴욕타임스> 디지털판에 첫 네이티브 광고가 게재됐다. 전 세계 신문사들의 관심이 컸다. 164년 된 언론(1851년 창간)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신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일간신문이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였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즈>의 네이티브 광고 개시 이후 현재는 미국신문의 73%가 시도하고 있다. 브랜드 저널리즘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일시적인 유행이 될지 모르지만, 뉴스가 디지털 플랫폼 그리고 브랜드와 손을 잡아야 하는 시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피어슨사의 CEO 머조리 스카르디노는 “우리는 신문이냐, 태블릿PC냐에 무관심하다. 광고시장은 갈수록 우리의 관심이 줄어드는 곳이다. 독자로부터 받는 구독료와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판매해서 얻는 콘텐츠 수입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인 전체 30% 이상이 뉴스를 접하는 주요 창구인 페이스북은 '개인화 뉴스 서비스'를 선포했다. 카카오톡 등이 '카카오토픽' 같은 뉴스 콘텐츠 서비스를 가동하면서 신문업계도 모바일 및 온라인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의 내용을 그대로 디지털이라는 그릇에 담는다고 디지털 시장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루퍼트 머독은 태블릿PC 전용 신문인 <The Daily>를 창간했지만 구독자의 한계로 창간 2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간했다. 디지털 독자를 확보하고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적합한 뉴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한다. 플립보드, 버즈피드, 피키캐스트와 같은 큐레이션 콘텐츠로 스마트폰 중심의 디지털 독자들을 만들어 가야 한다.
신문학자 허버트 알철(Herbert Altschull)은 “미디어는 파이프를 부는 사람이고 이 사람에게 무슨 곡을 부르게 할지의 권한은 돈을 낸 사람에게 있다”고 했다. 여기서 돈을 낸 사람은 독자이거나 광고주다. 신문과 잡지는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Media Insight 1] 브랜드 저널리즘은 신문광고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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