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철 I 미국 통신원
소비자,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소비자는 마케터에게 진실한가? 아마도 소비자연구에서 대상인 소비자를 바라보는 두 상이한 시각이 있다면 ‘소비자는 진실을 말한다’라는 긍정적 관점과‘소비자는 거짓을 말한다’는 부정적인 관점일 것이다.
물론‘소비자는 때로는 진실을, 또 때로는 거짓을 말한다’라는 회색의 관점도 있을 수 있지만, 무엇이 더 진실한 소비자를 반영하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결국 우리는 양자택일적인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우리가 소비자조사를 위해 자주 사용하는 조사도구인 설문지(Survey)법은 소위‘긍정적인 소비자관’에 근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정말 소비자는 마케터에게 또 본인 스스로에게 진실할까?
흔히 SF영화의 저주받은 명작으로 일컬어지는‘리들리 스콧(Ridley Scott)’감독의 1982년작‘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에 등장한 거짓말 테스트 방법(The Voight-kampff Test)은 형사(블레이드 러너-사이보그 헌터)가 일련의 추상적인 질문을 건네고 대상(사이보그)의 눈(홍채) 변화, 호흡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사이보그가 인간이라고 주장하는 거짓말을 탐지해 낸다. 때로는 미래사회의 사이보그 본인조차 스스로가 인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법으로는그들의 거짓을 알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만약 소비자가 진실하지 않다면 그래서 늘 거짓말을 하고 있다면, 우리 마케터들은 소비자의 숨은 진실을 알기 위해‘거짓말 탐지기(Lie Detector)’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뉴로마케팅, 뉴로마케팅 조사방법의 인기에 힘입어 교과서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생리학적 조사 방법들(Physiological Research Methods)’이 광고, 마케팅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아이트래킹(Eye-Tracking), 피부전기반응(GSR), 뇌전도(EEG)와 같이 널리 알려진 전통적인 기기뿐만 아니라 자기공명영상 (FMRI)과 같은 첨단의료장비까지 소비자 조사에 동원되고 있어 미래 마케팅 조사기법으로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예컨대 최근 한 조사기관(Max Planck Institute for Human Cognitive and Brain Sciences)의 실험은 매우 인상적인데 피험자가 말하기 전에 뇌 스캔을 통해 뇌 활동의 공간적인 패턴을 이해함으로써 피험자가 말하려는 숫자를 70%의정확도로 맞췄다고 한다(출처 : BBC News: Brain scan‘ can read your mind).
이러한 뉴로마케팅 접근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과 사례들은, 최근 출간되어 큰인기를 끈 <바이올로지(Buy.ology, Martin Lindstrom)>라는 책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Mind Reading : IAT로 숨은 소비자 심리를 읽다
촌각을 다투는 광고,마케팅 현장에서 고가의 FMRI 장비를 활용해 소비자 조사를 진행하는 일이, 현실적으로는 소요 시간뿐 아니라 거액의 투자비용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설문지 기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대안적인 조사 방법론으로 떠오르고 있는 IAT(Implicit Association Test : 암묵적 연상 테스트 - 내현적인 심리 태도를 측정하는 기법)는 아마도 저렴한 비용으로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읽어내려고 하는 마케터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지 않을까 한다.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심리학과의 그린월드(AnthonyG. Greenwald)교수에 의해 개발된 IAT는 약 10년 전 인지심리학, 인지과학의 방법론으로 개발되어 주로 인종 문제와 같은 사회적 편견(Social Bias)을 측정하는 데 활용되어왔다.
IAT는 소위 반응시간(Response Time)이라는 행동적인 반응 변수를 통해 인지적인 프로세싱을 추정하는 심리학의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으며 1930년대‘스트룹효과(Stroop Effect)’연구와 같은 고전적인 심리학 연구들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대중작가인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베스트셀러인 <블링크(Blink)>에 소개되기도 하였으며,
‘오프라윈프리쇼(http://www.oprah.com/oprah_show.html)’의 인종편견에 관련된 특집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또 얼마 전 FOX TV의 인기 드라마인‘라이투미(http://www.fox.com/lietome/)에도 숨은 태도를 탐지해 내는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의 형태로 소개되어 일반인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고, 마케팅 조사방법론으 로서는 현재까지 실무에서 활발하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법론적으로 지난 10년간 많은 연구결과를 통해 신뢰,타당성을 증명받아 왔고 일반적인 설문지 방법에 비해 숨겨진 암묵적(또는 내현적)인 태도(Attitude)를 측정하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업에 널리 활용되지 못해왔던 것은 설문지법에 비해 절차적인 까다로움, 관련 지식이 풍부한 조사전문가의 부족, 마케팅 실무에 최적화된 솔루션의 부재 등의 난점 때문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IAT가 현재까지 타당성에 대한 적잖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지만 IAT의 다양한 강점과 조사의경제성을 고려할 때 현업에서 널리 활용될 수가 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
IAT는 이론적으로 인지적인 연상망 모델(Associative Network Model)에 기반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심리(Mind) 안에는 각종 개념(Concepts or Knods)들이 산재되어 있으며 이런 개념들은 연결고리(Link)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개념 간 연결의 강도(Strength)는 각 개념과 개념 사이의 연관성 등에 따라 상이하다는 것이다.
또 외부자극(Stimulus, 예 : 광고자극)을 통해 일정개념이 점화(Priming)되면 연관개념들에 연쇄적으로 촉진(Facilitation) 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위 점화의속도, 확산(Propagation)은 개념 간의 연관 강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데 연관강도가 강하면 당연히 촉진의 속도 역시 더 빠르다고 한다.
전형적인 IAT의 절차를 살펴보자. 일정 자극(예 : 흑인 또는 특정 브랜드)이 모니터에 등장하면 피험자(소비자)는 키보드를 통해 일정 자극을 양극적인 범주(Dichotomous Category)인 긍정, 부정 범주에 강제적으로 가능한 빨리 분류해야 한다.
이 분류과정에서 각 개념관의 연관 강도에 따라 반응 속도가 개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예컨대 A 브랜드에 대해 암묵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라면 A 브랜드를 긍정적인 범주에 빠르게 분류할 것이며,반면 부정적인 범주에 할당할 때 반응속도가 지연될 것이다.
IAT는 이러한 행동 반응 속도(Speed of Behavioral Response)를 밀리초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 각개념 간의 연관강도를 추정하게 된다. 또 행동반응 속도는 특정 알고리즘(Improved Scoring Algorithm)을 통해 비교적 정확한 반응 데이터만 선별되게 된다(참조 : Greenwald, A. G, Nosek, B. A., & Banaji, M. R. (2003)).
IAT의 각종 사례(예 :인종, 성별, 무기에 대한 편견)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IAT프로젝트 홈페이지(https://implicit.harvard.edu/)를 통해 참여해 볼 수 있다.
IAT 는 전통적인 설문지법에 비해 다양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IAT는 피험자(소비자)의 의식적인 판단 편향(Intentional Judgments Biases)과 사회적인 기대(Social Expectations)로부터의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줄 이고 소비자의 설문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응답자를 통해 정밀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 시간,비용을 절약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문화적 차이에 관계없이 적용이 용이하여 다문화 마케팅 연구(Multicultural Marketing Study)에도 적합하다.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이점과 심리학 이론의 튼튼한 토대, 또 최근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소비자조사에서의 생리학적 측정방법(Physiological Measure) 트렌드에 힘입어 IAT는 브랜드 태도(Brand Attitude) 측정에 활발하게 활용되고있다(참조 : Maison, Greenwald, and Bruin 2004년 Journal of Consumer Psychology발표 결과).
실례로 미국 하버드대학의 한 연구소의 특정 컨셉트들과 브랜드의 연상강도 관련 실험에서 코카콜라와 여러 단어들을 매칭시켜 반응 시간을 측정한 결과,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코카콜라는 광고 컨셉트인 ‘즐거움(Enjoyment)’보다는 여성 소비자들에게는‘신비(Mystery)’, 남성 소비자들에게는‘자연(Nature)’과 매칭될 때 더 빠르게 반응했다고 한다(Mast &Zaltman 2005). 이러한 의외의 발견들은 향후 마케팅 활동에 좋은 지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마케팅 조사,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찾아라
목표 중심의 마케팅 조사방법(Goal Driven Marketing Research)은 마케팅, 소비자 조사에 있어서 조사 방향에 맞춰 견고하게 조사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결과에 초점을 맞춘 마케터(또는 연구자)의 편향에 의한 영향으로 연구 결과가 진실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결과 증명에 급급한 요식적인 조사가 되기 쉽다는 한계가 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소비자조사의 80%가 마케터의 예상을 확인하는 소위‘확증적(Confirmatory)’형태의 조사였다고 한다. (Mast & Zaltman2005)
이러한 조사의 문제점은 특히 시간적,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광고, 마케팅 현업에서 정성적, 정량적인 조사를 불문하고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정성적 조사의 대표적인 것으로 현업에서 흔히 활용되는 FGI의 경우 인터뷰 진행자인 모더레이터(Moderator)의 숙련도,전문성이 매우 부족해서 많은 경우 보고서의 한 부분을 장식하는 용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IAT는 경제적과학적인 강점으로 전통적인 마케팅조사의 문제점을 보안함과 동시에 마케터에게 소비자의 숨은 심리를 알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최근 IAT 역시 피험자의 의도에 따라 결과가 조작될 수 있음이 밝혀졌고, 방법론적인 한계도 마케팅,행동과학 연구자들을 통해 지적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참조 : Faking the IAT : Aided and Unaided Response Control on theImplicit Association Tests).]
하지만 위와 같은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조사 방법에 비교할 때 IAT는 소비자의 태도를 측정하는 데 더 적합한 도구라고 보여진다.
추후 IAT가 방법론적으로 더 정교화되고 소비자 조사에 적합하도록 보완된다면 IAT는 검증된 조사 도구로서 소비자 인사이트를 발견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