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뮬레이션 게임과 '전차남(電車男)'의 공통점은?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대리연애체험'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광고가 칸 광고제에서 일본에 13년만에 필름부문 금상을 안겨주었으니, 바로 사가미고무공업사(社)의 'LOVE DISTANCE' 캠페인이다.
1200km 떨어진 곳에서 장거리 연애를 하는 한 커플이 있다. 이들이 서로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나고, 둘 간의 거리가 자막으로 표시된다. 교통 수단 없이 발로만 걷고 뛰는 동안 거리는 800km, 300km, 10km, 10m로 점점 좁혀진다. 그들이 상봉해서 서로를 껴안는 감격의 순간. 두 사람의 거리는 0mm로 표시횐다. 그리고 뜨는 메시지 '하지만 사랑에는 0.02mm의 거리가 필요합니다'바로 사가미 초박형 콘돔 광고이다.
이 광고는 인터넷으로 먼저 시작되었다. 2008년 10월, 1000km이상 떨어진 장거리 커플을 대상으로 모델을 선발하였다. 12월 1일에 'LOVE DISTANC-12억 밀리미터'라는 공식 홈페이지가 개설되었고, 동시에 후쿠오카를 위해 걷고 뛰는 두 커플의 이동과정이 홈페이지에게 리얼하게 생중계 되었다. 그들이 만나는 순간에는 수많은 이들이 홈페이지로 아름다운 결말을 지켜보았다. 이 모든 과정이 편집되어 TV광고가 완성되었다.
실제로 이 커플은 그 긴 거리를 두 발로만 걸어갔고, 오직 '문자'와 하루에 10분 동안만 허락되는 '영상통화'만으로 서로에게 연락을 했다. 출발부터 재회까지의 한 달여 동안 이들의 행보는 TV등 미디어에 200여 회나 홍보되고, 중계 과정을 보여주는 한 게시글에는 무려 3000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 광고는 일본 광고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1200km라는 거리를 '12억 밀리미터'로 표현한 일본다운 감수성! 휴대폰과 인터넷 미디어(속의 유저)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를 선택하고, 그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PR에 참여토록 한 전략! 인터랙티브, 미디어, PR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홀리스틱한 캠페인을 완성한 능력!
일본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름답게' 포장할 수도, 이렇게 '호응'이 좋을 수도, 이렇게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도 없지 않았을까. 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소재와 화법을, 잘할 수 있는 IT와 엮어서 진짜 일본다운 광고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는 길이 우리가 세계에서 통하는 광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지름길 일 것이다.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