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에서는 이현종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단장으로 김지열 CD, 정은경 부장, 이안서경 부장, 홍성혁 대리 등 5명이 칸국제광고제를 참관하고 돌아왔다. 사보 편집실에서는 칸 국제 광고제를 참관한 5명과 함께 이번 광고제의 주요 트렌드를 되짚어 보았다.
저예산과 어려운 환경 하에서도 아이디어의 힘으로 큰 효과를 얻은 광고들이 주목을 끈 이번 칸국제광고제에서는 전반적으로 광고 그 자체보다는 광고의 효과, 광고의 사회적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월 21일(현지시각)부터 27일까지 프랑스 칸에서는 세계 광고인들의 올림픽인 칸국제광고제(이하 칸광고제)가 열렸다. 올해로 56회를 맞는 칸광고제에 한국은 필름 45편, 인쇄 33편, 옥외 43편 등 모두 10개 부문에 걸쳐 168편을 출품했다.
작년 292편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인데,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올해 전체 출품작 수 역시 많이 줄었다. 지난해 10개 부문에 28,284편이 출품되었는데, 올해는 작년 대비 19.9% 감소한 22,652편이 86개국으로부터 출품돼 11개 부문에서 경쟁을 벌였다.
올해부터는 개인•사업체, 또는 조직과 대중간의 신뢰 및 이해를 쌓는 데 있어서 효과적으로 명성관리(Reputation Management) 사례를 심사하는 PR 분야가 신설된 것이 특징이다. 참관단 규모 역시 많이 줄어 작년 7만여 명에서 40%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칸광고제 한국 사무국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낳은 구인광고, 파산한 도시의 역경 극복 캠페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풍자 광고 등 저예산과 어려운 환경 하에서도 아이디어의 힘으로 큰 효과를 얻은 광고들이 대상을 타 관심을 끌었다.”고 평했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현종 CCO(Chief Creative Officer)를 단장으로 김지열 CD, 정은경 부장, 이안서경 부장, 홍성혁 대리 등 5명이 참관했다. 이와는 별도로 허현주 대리와 양충모 사원은 우리나라의 젊은 크리에이터를 대표해 ‘Young Lions Competition’에 참여했다. ‘Young Lions Competition’은 국가별 크리에이티브 경연 대회로 프린트•필름•사이버•미디어 등 4개 부문에 각국을 대표하는 만 28세 이하 젊은 광고인만이 참가한다.
허현주 대리와 양충모 사원은 지난 2월 개최된 선발대회에서 인쇄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우리나라 대표로 선발되었다. 이에 칸광고제를 참관한 5명과 함께 이번 광고제의 주요 트렌드를 되짚어 본다.
기술(Technology)과 광고의 접목
먼저 이현종 CCO는 올해 칸광고제의 키워드 중 하나로 ‘테크놀로지(Technology)’를 꼽았다. ‘기술과 광고의 접목’, 즉 테크놀로지와 융합된 광고가 몇 년째 주요 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필름 부문 대상작인 필립스 TV의 인터랙티브 영상광고인 ‘캐러젤(Carousel)’을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을 수 있다.
홈시네마용 TV인 캐러젤은 영화 원본 그대로 볼 수 있는 21:9 화면비, 고화질, 최적의 TV 시청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앰비라이트(Ambilight) 조명기술이 강점이다. 이를 부각시키기 위해 인터랙티브 환경에서 사람이 마치 영화감독이 된 것처럼 영상의 각도와 소리 등을 조절하는 경험을 제공했다.
정은경 부장은 “지난해에도 인터랙티브를 기반으로 한 도브 광고가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했었다는 점에서 이제 TV광고 하나로만은 소비자를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고 평했다. 광고제 기간 동안 개최된 세미나에서도 메시지와 기술의 결합이 주요 화두였다.
Jimmy Maymann Go Viral Chairman은 “Wii Hula Hoop Girl 같은 유튜브를 통해 돌고 있는 온갖 온라인 패러디 비디오들은 TV와 겸용해서 배급했을 때 단순히 TV광고에만 의지했을 때보다 Brand Recall이 10%나 더 높으며(45%>35%), Message Recall은 18%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42%24%)”고 했다.
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감춰진 영웅”이라고 칭찬했던 David Plouffe 전 선거캠페인 디렉터는 “미국 정치 역사상 디지털기술과 민중운동이 결합한 역사적인 사건”으로 평하면서,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는 터치 포인트는 어느 곳도 놓치지 않았고 2분짜리 TV 스폿은 웹사이트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광고와 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어떻게 새롭게 소비자와 만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침체와도 연관된다. 효용성을 중요한 기준으로 여기게 되면서 단순히 '저 광고 재미있다'는 평을 받는 광고보다는, 같은 예산으로 어떻게 새롭게 접근할 것인가, 통합적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것이다. 이현종 CCO는 총제적인 솔루션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시상식에서도 티타늄을 가장 큰 상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홍성혁 대리도 “웃고 떠드는 광고 보다는 결과적으로 어떤 기여를 했는가”를 수상기준으로 삼았으며, “그런 면에서 우리 회사가 IMC전략그룹을 조직하고, 여러 파트의 인원들이 함께 아이디어를 만들어나가는 작업이 중요하게 여겨졌다”고 강조했다
‘Movement•Echo’
이현종 CCO가 꼽은 칸광고제 또 하나의 키워드는 ‘무브먼트(Movement)’이다. “좋은 광고란 우선 비즈니스적인 목적을 달성한 광고이지만, 더 나아가서 다른 광고에 영향을 주는 광고, 궁극적으로는 사회까지 변화시킬 힘을 지니는 광고라는 점을 이번 칸광고제가 수상작을 통해 보여줬다”고 평했다.
올해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대상작인 ‘오바마 대선 캠페인’이 그 좋은 사례다. 만장일치로 타이타늄 및 통합 양 부문 그랑프리로 선정되었는데, 이로써 공공서비스 부문 출품작은 대상을 수상할 수 없다는 기존의 원칙이 무너진 것이다.
심사위원장인 David Droga는 “버락 오바마라는 개인 브랜드(Human Brand)에 대해 각 개인(Ownership)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해석하며, “사회운동적인 크리에이티브(Creative Movement)로 역사를 다시 썼다”고 평가했다.
이현종 CCO는 “광고는 사회연출적인 기능이 있으며, 마켓을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사회를 디자인하기도 한다”며, “오바마 대선 캠페인과 코피 아난의 Climate Justice 등이 광고를 캠페인을 넘어 무브먼트로 봐야 한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분석했다.
칸광고제에서는 코피 아난 국제인권포럼 회장과 ‘Tck Tck Tck’ 캠페인의 창시자인 David Jones 하버드 월드와이드 CEO의 발표도 이뤄졌다. ‘Tck Tck Tck’은 기후문제가 초를 다투는 사안임을 의미하는 시계소리를 의미한다.
발표에서 코피 아난 회장은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위협은 지금까지 인류가 부딪힌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으며, David Jones CEO는 “이제 단순한 크리에이티브 기회가 아닌, 우리 크리에이티브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이야기해야 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김지열 CD는 “칸광고제가 광고의 사회 문화적 가치를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소비자의 의식변화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들이 많이 다뤄졌다”며, 코피아난이 ‘여러분은 지구 한 곳에 모인 가장 재능 있는 크리에이터들이다.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나가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뭔가를 보여줘라’고 호소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현종 CCO가 꼽은 칸광고제의 또 다른 키워드는 에코(Echo)이다. 이현종 CCO는 “에코는 수익을 발생시키기도 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라며, “단지 기후변화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아니라, 기후문제의 해결을 정의의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컸다”고 발했다.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명분•마케팅•공공성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불황기 광고인의 역할은 ‘Town Doctor’
한편 덴츠의 Masako Okamura는 일본 직장인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이 “피곤하겠다(You must be tired)”라는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불경기 광고인의 역할을 동네 의사인 ‘타운닥터(Town Doctor)’로 정의하고, 사회에 활기를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에서는 “피곤하겠다”라는 말이 전화통화 시 ‘안녕하세요’ 대신으로 쓰일 정도라는 것이다.
결국 이번 칸광고제에서는 전반적으로 광고 그 자체보다는 광고의 효과, 광고의 사회적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다고 할 수 있다.
이안서경 부장은 “광고인라면 누구나 칸광고제에 대한 동경의 코드가 있게 마련”이라며, “올해 칸광고제가 크리에이티브의 참신성보다는 캠페인의 결과로서의 효과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도 젊은 광고인들이 무언가 괜찮은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즐겁게 일하기 위한 자극을 받는 기회로서 참관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며 총평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