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 JKㅣ가수
난 광고를 볼 때 음악을 듣는다. 음악하는 놈이라고 영상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다.
나와 주위 친구들은, 우리가 좋아하는 농구 경기 전, 꼭 한집에 모여 TV앞에 높여있는 소파를 차지하려 다투고, 맛난 군것질거리들과, 음료수를 손에 들고, 빨리 경기가 시작하길 기다리곤 했다. 모두가 스포츠 전문가가 되어, 선수들의 기량과 포지션, 그들이 그 날 경기를 이기기 위한 전략들에 대해 토론하고, 때론 내기를 하기도 했다. 벌칙은 돈 대신, 굴욕적인 것들이다.
참 유치찬란한 그때 우리들의 발상은, 지금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은, 다시 갖고 싶은 청춘의 상징인 것 같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애타게 하던 경기 전에는, 항상 여러 가지의 광고들이 마치 축제 전야제처럼 화려하게, 때로는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TV리모컨을 들었다 놨다, 혹은 우리의 군것질거리를 경기 시작하기도 전에 다 바닥나게 했다. 이 때 우리를 신나게 하거나, 혹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더 흥분시키는 광고들이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 TV스피커를 부수려 할 때, 마치 클럽에 간 친구들처럼 우린 리듬을 탔다.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열어주도 했고.
그 때 가장 신선하고 충격적이면서도 반가웠던 광고는, 우리가 모두 인정하는 음악인이나 밴드가 광고에 나와서, 자기 음악을 연주할 때였다. 대중적으로 그리 유명하지 않은 배드였지만, 그 광고에서, 유치한 행동이나, 이상한 문구를 외무여, 망가지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땐 참 신기했다.
어떻게 이런 밴드가 나와서 의상도, 목소리도, 음악도 바꾸지 않고, 어떻게 그들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을까? 마지막은 그 브랜드가 밀고 있는 테마송으로 은근히 믹스되어, 연주는 끝났지만, 이 광고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다음날엔, 친구들과, 거리의 많은 이들이 우리처럼, 그 광고에 대해 언급하고 있었다.
그 광고가 대박이 나면서, 많은 뮤지션들이 카메오로 광고에 출연하던 시기도 있었다. TV에서 보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이가 바에서 맥주를 주문하고 있었고, 우리가 우상화하던 가수가 지나가던 행인에게 길을 묻기도 했으며, 또 가끔은 내가 좋아하던 가수들이 한꺼번에 나와 한자리에서 수다를 떨고 있기도 했다. 광고의 배경으로,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이들은 망가지지도, 또 유별난 행동을 하지도 않았으며, 이상한 문구를 내뱉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처럼 빛이 났던 것은 영상화 같이 흘러나오는 눈부신 음악이었다. 영상과 음악은, 흔한 표현이지만, 실과 바늘과 같은 존재이며, 그 실과 바늘이 어떻게, 어떤 이의 손에 들어가, 어떤 것이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광고, 혹은, 관심 받지 못하는 광고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몇 년간 나의 관심을 끈, 나를 즐겁게 한 광고는 '쇼를 하라'였다. 무섭게 망가지는 이 멋쟁이들과 어우러지는, 음악이, 날 무지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