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가와 소비자가격
2008년 경기 불황에 생활필수품의 가격까지 급등하여 서민들은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나 ‘살기도 어려운데 왜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 거야?’ 하며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신문이나 기사를 통해 피상적으로나마 환율 및 원자재가의 급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소비자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하며, 제품이 제조회사에서 생산되어 유통단계를 거쳐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 단계별로 발생 원가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단계별 원가 중 어떤 원가요소가 최근 가격인상의 주요한 요소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단계별 원가요소를 살펴보기 위해 제품이 생산되어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의 거래 과정을 크게 제품 생산회사가 유통회사에 납품하는 단계, 유통회사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구분은 생산회사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경우 등 다양한 다른 유형의 거래과정이 있으나 각 단계별 원가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일반화한 것이다.
또한, 환율 및 원자재가의 증감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 원재료 구성 비율이 간단하여 이해가 쉬운 밀가루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이외에 아래에서 설명하는 방법은 원가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화한 부분이 많은바, 실제 거래에서는 좀 더 복잡한 거래 관계 및 원가 구성 등이 있을 수 있다.
1단계 : 생산 원가
생산회사가 밀가루를 생산하여 유통회사에 납품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 및 판매가격 결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밀가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재료비인 밀이 필요하며,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인건비 및 기계 감가상각비나 전기료 등의 경비가 발생한다. 즉, 제조원가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이는 소비되는 원자재의 형태에 따라 원가를 분류한 것인데, 이것은 원가의 가장 기본적인 분류 방법으로서 원가의 3요소라고 한다. 원가의 3요소 즉, 재료비, 노무비, 기타 경비를 합하여 제조원가라고 한다.
● 재료비 : 제품 제조에 소요되는 원자재의 소비액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각종 재료, 원료, 연료, 부분품, 소모품, 소모공구, 기구, 비품 등이 생산요소로 소비될 때 이를 재료비라 한다.
●노무비 : 공장에서 일하는, 직접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각종 임금, 상여금 및 수당이 이에 해당된다.
●기타경비 : 제품의 제조를 위해서 소비된 총원가 중에서 재료비와 노무비를 제외한 모든 원가를 말하는 것으로서 전력요금, 가스요금, 수도료, 운임, 감가상각비, 수선료, 보험료 등이 이에 속한다.
여기까지 설명한 부분은 기업의 생산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이고 그 다음 단계로 기업은 생산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판매 및 관리 활동이 필요하다. 상기 그림에서 보듯이 판매활동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판매비와 관리비인데, 이러한 비용과 제조원가를 더하면 기업의 총원가를 산정할 수 있다.
여기서 판매비란 제품의 판매와 관련하여 발생한 비용을 의미하며, 예를 들면 판매 직원의 급료, 광고비, 판매수수료, 운송보관비 등이다. 관리비에는 관리와 기획, 연구, 교육훈련, 사무실 운영비 등 제조과정 이외의 모든 회사운영비용이 포함된다.
총원가는 판매원가(selling cost)라고도 불리며, 이는 기업에서 제품을 생산 제공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모든 비용의 합이다. 따라서 총원가를 기준으로 제품의 원가가 결정되며 모든 의사결정, 즉 생산여부의 결정, 판매가격, 손익분기의 계산 등이 이를 기본으로 이루어진다.
다음으로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판매가격(selling price)은 총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한 금액으로 이해 할 수 있다. 판매가격은 통상 기업에서 판매하고자 하는 가격을 의미하는데, 이때 이윤의 크기는 기업경영자의 판단과 함께 경쟁에 의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단계 : 유통 원가
두 번째 단계인 유통회사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유통회사는 제조회사에 비해서 발생원가의 종류 및 구성이 상당히 단순하다. 제조회사에서 판매 및 관리활동 시 발생하는 원가는 유통회사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원가이며 단, 유통회사에서는 제조원가 대신 생산회사로부터 상품을 구입한 매입원가가 발생한다.
즉, 유통회사는 상품 매입원가, 판매비와 관리비가 총원가를 구성한다. 원가 구성내역 및 판매가격 결정방법은 다음과 같다.
생산원가 및 유통원가가 소비자 가격에 미치는 영향
원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생필품 가격이 작년에 급등한 원인 중 원가요소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밀가루 소비자 가격의 경우 작년에 50% 이상 급등한 원인은 생산회사 입장에서 재료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밀가루의 재료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맥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소맥가격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수입품이므로 2008년 환율급등의 영향도 직접적으로 받았을 것이다. 즉, 원화가치로 환산한 소맥가격은 2008년에 2007년 대비 80% 이상 인상하였는바, 이로 인해 재료비가 80% 이상 소요되었을 것이다.
총 제조원가중 재료비 외에 노무비나 기타 경비가 전혀 인상되지 않았더라도 밀가루 같은 식료품의 경우 제조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므로 재료비의 80% 급등은 제조원가가 60% 이상(재료비 인상율에 총 제조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곱한 비율) 급등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제조원가에 판매비와 관리비를 가산하여 총원가가 산정되고, 주요 밀가루 생산회사의 경우 총원가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90% 정도이므로 재료비의 급등은 결국 총원가를 50% 이상(제조원가 증가율에 총원가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곱한 비율) 증가시켰을 것이다.
이러한 생산회사 총원가의 증가는 유통회사에 납품하는 출고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납품가가 2008년에 2007년 대비 50% 이상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즉, 유통회사 입장에서 매입원가가 50% 이상 인상되었고 매입원가의 증가는 직접적으로 소비자가 결정에 영향을 미쳐 소비자가가 최종적으로 50% 정도 인상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즉, 원자재가의 인상이 바로 소비자가의 인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론
2008년에 환율 및 원자재가의 급등은 원가의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결국 소비자가의 증가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기에서 예를 들은 밀가루 외에 2008년 가격이 급등한 대부분의 제품에 대한 정확한 원가 인상액이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원재료가 인상 율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따라서 내가 구매하는 제품의 가격이 얼마나 인상되었는지는 알 수 있어도 기업별 및 제품별로 정확한 원가 인상 금액을 알 수는 없다. 생산 및 유통회사의 원가 자료는 공공연히 기업 비밀이라고 하며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소비자에게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사회에 만연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는 ‘2008년에 기업이 원자재가 및 환율 급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생필품 가격을 인상하였으나, 2009년에 환율 및 원자재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거나 급락하는 양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하하는 기업이 별로 없는 상황’을 그냥 지켜보아야만 한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이라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적정한 마진을 추구하며 소비자 및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경영을 하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 않고 2008년 원자재가의 급등을 핑계로 과도하게 납품가 및 소비자가를 인상하여 평년보다 더 많은 마진을 남기는 경우는 없었는지, 원재료가 급락으로 가격 인하 요인이 상당함에도 한번 올린 가격을 이후에 전혀 인하하지 않는 경우는 없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원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사려 된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본 협의회에 지난 1월 원가 분석 팀이 발족되었다. 원가 분석을 통해 서민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자 우선적으로 생필품을 위주로 원가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이에 대한 분석 결과 중 특이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 일부 품목의 경우 주요 원자재가 인상율 보다 납품가나 소비자가 인상율이 높은 경우가 있음.
● 제조원가와 생산회사 출고가 인상율 분석 결과 2008년에 기업경영 성과가 상당히 악화되었다고 하였던 기업 중에 오히려 이익이 증가한 경우가 있음.
● 소비자가와 생산회사 출고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유통회사가 결정하는 소비자가의 인상율이 출고가 인상율보다 높은 경우가 있음.
● 부가가치세 과세에서 면세로 개정된 품목에 대해 면세효과가 원가 및 소비자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유통업체의 원가 인상율 보다 소비자가 인상율이 높아 면세되기 전보다 소비자가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가 있음.
상기와 같은 원가 분석결과 발견한 특이사항에 대한 보도자료 배포 등을 통해, 소비자의 알권리를 충족시켜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속적인 원가분석을 통해 물가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사려된다.
 강민정 ●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원가분석팀 연구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