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고, 유쾌한, 그리고 도발적인 내용이 담뿍 담긴 책을 만났다.‘ 안티에이징’이란 주제로 김혜경 이노션 월드와이드 상무와 여성 8인의 소소하지만 가슴 찡한 일상과 젊고 씩씩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가 그것. 김혜경 상무를 만나 나이듦에 대한 솔직 담백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글 | 정현영 기자
그녀의 책,‘ 나이는 생각보다 맛있다’를 읽고 난 새벽, 기자는 지금까지 어영부영 살아 온 30년 인생을 다시 돌아봤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해 어쩌다보니 잡지사에 취직해 기자라는 신분을 얻고, 매달 월급을 받고 있는 직장인의 신분,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의 그러니깐 말 그대로 이정표를 따라 수순대로 밟아온 그런 삶을 살았달까.
또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미며,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 하품이 절로 나올 법한 인생이 아닌가.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 일주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지만 끝까지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녀는‘마흔여덟, 광고 만드는 일만 이십오 년째, 부모 잘 만나 공부도 웬만큼 했고, 성격도 더럽지 않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고, 억울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이혼도 안했고,자식도 있는 그녀 역시도, 아직도 치열하게 살 것이냐, 적당히 일하며 적당히 놀면서 무난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딱 하루씩만 행복하게 살고, 그래서 평생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야말로, 그녀가 밝히는 맛있게 나이 드는 방법,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의 컨셉을‘안티에이징’으로 잡은 이유는?
솔직히 책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출판사에서 새로운 저자를 물색하던 중, 내가 카피라이터 출신에, 칸느 광고제 심사위원도 했고, 성공한 여성 광고인으로 보였던 건지, 전화가 왔더라.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데 끈질기게 설득을 하더라. 그래서‘내가 쓰고 싶은 거 마음대로 쓰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출판에서도 긴가민가했는데, 초안을 보고서야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평소 나이 듦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던 건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편이다.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나이 듦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없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나이에 더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나이 듦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겁내면, 오히려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것 같다. ‘나이가 이미 들었구나’라고 인정하면 인생을 즐기자는 마음이 생긴다.
오랫동안 현업을 지키고 있는 여성광고인 대부분이‘나이’와 더불어 ‘여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라.
그렇다. 과거에는‘일 못 한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 더 남자처럼 씩씩하게 일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자라는 측면을 이용하게 되더라. ‘날 여자로 보지 마세요’같은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여자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여자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측면도 다를 수 있다. 남자가 못 가진 것들을 이용해서 광고주를 설득 할 수도 있고 좀 더 유하게 이해시킬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여자라는 측면을 잘 활용하면 굉장히 좋다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여성광고인’으로서 현업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외국의 경우, CEO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파트장에 여자가 많은데,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 또한 기획과 제작을 함께 맡고 있는 입장인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광고본부장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직책이니깐.
게다가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를 좀 더 좋은 브랜드로 계속 키워나가야 하고 더 잘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겁도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이 정도는 안돼, 더 나아져야 해’라는 자신에의 채찍질과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그런 기대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즉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장점을 현업에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했던데?
어려서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진학했고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 시험에 떨어졌고 우연히 카피라이터를 뽑는 것에 권유받아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처음에는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몰랐다. 계속 언젠가 기자를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카피라이팅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온거다.
다시 생각해보니 목숨 걸고 카피라이터를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항상 ‘아니면 말지 뭐!’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일하다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고, 즐겁게 일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 예찬론자라고 소문났던데?
경험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가능하다면 결혼해서 아기도 낳아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경험의 폭 뿐만 아니라 깊이감도 생긴다. 인간적인 깊이감이 생기는데, 그것은 광고를 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겉핥기가 아니라 진짜 경험해 봐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간접경험도 있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 감을 잡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가시간에는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
마음을 다치는 것을 제일 싫어해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다치는데 그것이 싫다. 가능한 마음 안 다치려 하고 정리 하려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 때문에 마음이 안 다쳤으면 한다. 떠들다 보면 허탈해져서 그런 시간에 차라리 퀼트를 하든 남편이랑 술을 한잔 하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집안일을 하던 조용조용 지낸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이렇게 만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직업이 생각보다 사람을 안 만난다. 혼자서 생각하고, 자료 찾고, 공부하고, 회의하고, 오히려 더 폐쇄적이고 예민하다. 언어의 섬세함이라는부분이 있어서 한마디 한마디가 섬세하지 않으면 안 되다 보니… 겉으로 보는 모습과 다르지?
책 속에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는 무엇인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대화하기 힘들다는 글 중에서‘아들이 과묵해지는 건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말이 없어진다는 건 또 다른 자기와 지열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란 글귀. 자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앞으로 써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나 시누이들과 함께 땅을 사고 지은 집에 대해서, 혹은 퀼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고 싶다. 또 광고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의 경험한 것들은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해 어쩌다보니 잡지사에 취직해 기자라는 신분을 얻고, 매달 월급을 받고 있는 직장인의 신분, 특별할 것도 없는 보통의 그러니깐 말 그대로 이정표를 따라 수순대로 밟아온 그런 삶을 살았달까.
또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하고 가정을 꾸미며,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갈 것인… 하품이 절로 나올 법한 인생이 아닌가. 그녀의 책을 읽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사표를 내던지고 세계 일주라도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하지만 끝까지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녀는‘마흔여덟, 광고 만드는 일만 이십오 년째, 부모 잘 만나 공부도 웬만큼 했고, 성격도 더럽지 않고, 찢어지게 가난하지도 않고, 억울하게 생긴 것도 아니고, 이혼도 안했고,자식도 있는 그녀 역시도, 아직도 치열하게 살 것이냐, 적당히 일하며 적당히 놀면서 무난하게 나이 들어갈 것이냐를 두고 고민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녀의 말대로, “딱 하루씩만 행복하게 살고, 그래서 평생 행복해지겠다”는 생각이야말로, 그녀가 밝히는 맛있게 나이 드는 방법, 그녀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책의 컨셉을‘안티에이징’으로 잡은 이유는?
솔직히 책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 출판사에서 새로운 저자를 물색하던 중, 내가 카피라이터 출신에, 칸느 광고제 심사위원도 했고, 성공한 여성 광고인으로 보였던 건지, 전화가 왔더라. 단번에 거절했다. 그런데 끈질기게 설득을 하더라. 그래서‘내가 쓰고 싶은 거 마음대로 쓰겠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출판에서도 긴가민가했는데, 초안을 보고서야 재미있겠다는 반응이 나오더라.
평소 나이 듦에 대해서 인식하고 있었던 건가?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사는 편이다. 나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뿐더러 나이 듦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도 없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나이에 더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나이 듦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겁내면, 오히려 나이가 들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것 같다. ‘나이가 이미 들었구나’라고 인정하면 인생을 즐기자는 마음이 생긴다.
오랫동안 현업을 지키고 있는 여성광고인 대부분이‘나이’와 더불어 ‘여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린다고 하더라.
그렇다. 과거에는‘일 못 한다’는 소리를 안 듣기 위해 더 남자처럼 씩씩하게 일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여자라는 측면을 이용하게 되더라. ‘날 여자로 보지 마세요’같은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 여자라서 더 잘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여자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측면도 다를 수 있다. 남자가 못 가진 것들을 이용해서 광고주를 설득 할 수도 있고 좀 더 유하게 이해시킬 수도 있다. 때에 따라서는 여자라는 측면을 잘 활용하면 굉장히 좋다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여성광고인’으로서 현업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외국의 경우, CEO를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파트장에 여자가 많은데, 앞으로 우리나라도 그렇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나 또한 기획과 제작을 함께 맡고 있는 입장인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광고본부장은 나에게 도전이었다.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직책이니깐.
게다가 내가 맡고 있는 브랜드를 좀 더 좋은 브랜드로 계속 키워나가야 하고 더 잘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겁도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이 정도는 안돼, 더 나아져야 해’라는 자신에의 채찍질과 일에 대한 욕심, 그리고 그런 기대가 더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즉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장점을 현업에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 카피라이터로 광고계에 입문했던데?
어려서부터 글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국문학과를 진학했고 기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기자 시험에 떨어졌고 우연히 카피라이터를 뽑는 것에 권유받아 지원했는데, 합격했다. 처음에는 카피라이터가 뭔지도 몰랐다. 계속 언젠가 기자를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카피라이팅을 하다보니 지금까지 온거다.
다시 생각해보니 목숨 걸고 카피라이터를 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항상 ‘아니면 말지 뭐!’라는 무대뽀(!) 정신으로 일하다 보니 오히려 스트레스도 덜 받고, 즐겁게 일해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결혼 예찬론자라고 소문났던데?
경험의 폭을 넓히는 측면에서 가능하다면 결혼해서 아기도 낳아보는 것이 좋다고 본다. 경험의 폭 뿐만 아니라 깊이감도 생긴다. 인간적인 깊이감이 생기는데, 그것은 광고를 하면서 굉장히 중요한 점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겉핥기가 아니라 진짜 경험해 봐야하는 부분들이 있다. 간접경험도 있지만 자신이 경험하지 않고 감을 잡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가시간에는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
마음을 다치는 것을 제일 싫어해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편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고 다치는데 그것이 싫다. 가능한 마음 안 다치려 하고 정리 하려 하고, 다른 사람들도 나 때문에 마음이 안 다쳤으면 한다. 떠들다 보면 허탈해져서 그런 시간에 차라리 퀼트를 하든 남편이랑 술을 한잔 하든,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거나. 아니면 집안일을 하던 조용조용 지낸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이렇게 만들게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직업이 생각보다 사람을 안 만난다. 혼자서 생각하고, 자료 찾고, 공부하고, 회의하고, 오히려 더 폐쇄적이고 예민하다. 언어의 섬세함이라는부분이 있어서 한마디 한마디가 섬세하지 않으면 안 되다 보니… 겉으로 보는 모습과 다르지?
책 속에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는 무엇인가?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대화하기 힘들다는 글 중에서‘아들이 과묵해지는 건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무언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말이 없어진다는 건 또 다른 자기와 지열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란 글귀. 자식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며,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 정말 어렵다.
앞으로 써 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나 시누이들과 함께 땅을 사고 지은 집에 대해서, 혹은 퀼트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보고 싶다. 또 광고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이론이 아닌, 현장에서의 경험한 것들은 또 그 나름대로 재미있고 즐거운 작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