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주 감독이 ADFEST의 필름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으로 태국을 방문했다. 필름 크래프트에 대한 어워드는‘프로듀서 감독’ 이라는 전문가의 시각이 필요한 심사 부문이다. 그는 출품작들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됐으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지에 집중했다. 거기서 두 가지 작품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글 | 이승주 숏컷필름 감독 / 필름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
제가 참여한 아시아광고제의 필름크래프트 부문은 프로덕션 사이드의 프로듀서와 감독들이 모여서 전문가의 시각으로 각 부문별의 전문성을 심사하는 광고제의 한부분으로, 보다 디테일한 부분을 좀 더 심도 깊게 다루는어워드입니다. 물론 이 어워드는 광고대행사나 광고주에게 주어지지 않고 제작사에게 전달되는 상입니다. 이 부분에 출품된 작품으로 논하려 합니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의 작품을 다뤄보겠습니다. 중국에서 출품한 산수이(山水)란 제목의 기업PR 광고와 호주에서 출품한 허치슨3이라는 이동통신광고 입니다.
산수이는 동양화 기법의 산수화를 모티브로 한 자연보호 캠페인이고 애니메이션 부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블랙&화이트의 수묵화 기법의 풍경화가 보이고 카메라가 그 속으로 이동하면 숲속에 각종 건설 현장과 차들로 꽉 막힌 도로, 그리고 쓰레기로 가득 찬 도시가 나타납니다. 다시 카메라가 밖으로 빠지면서 전경이 보이는 것을 끝으로 무분별한 자연훼손을 경고하는 내용입니다.
이 광고는 JWT 상하이의 양양이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작품으로, 중국 광고의 현 수준을 느낄 수 있는 수작입니다. 각국의 심사위원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글로벌한 시각을 지니고 있다는 점 또한 훌륭합니다. 이 광고뿐만 아니라 중국 광고의 수준은 이미 몇몇 훌륭한 크리에이터들에 의해 인정받는 분위기이며, 실제 훌륭한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글로벌적 시각과 동양적인 요소의 결합으로 세계 시장에서 중국의 것임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능수능란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양양은 싱가포르 출신으로 이미 중국 광고 시장을 예측해 자신의 크리에이티브 영역을 넓혀나가는 중입니다.
다음 작품은 호주의 3라는 이동통신광고로‘have no fear’ 라는 컨셉으로 만든 전형적인 서양 화법의 광고입니다.
두 작품을 비교하는 이유는 2D와 3D 이펙트를 주로 활용한 중국의 광고와는 달리 실제 촬영으로만 이뤄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가공의 것이 아닌 촬영 현장의 소품과 빛, 그리고 장소만을 활용하여 웰메이드(well-made)된 작품을 보여준다는 것은 웬만한 제작자의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비닐로 만들어진 구 안에 사람이 들어가 여기저기를 안전하게 돌아다닌다는 내용으로 도심에서 전원에서 바다로 다니는 모습은 실제 촬영에서 오는 자연스러움과 안전함을 즐기는 사람의 냄새가 물씬 나는 작품입니다. 실제 장면들을 찍기 위한 노력과 시간은 좋은 작품을 찍기 위한 필수 요건으로 감독으로서 매우 부러운 상황입니다.
그것을 만든 호주의 큐리어스 필름의 프로듀서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저는 그들이 다른 나라를 향한 필름 서비스 비즈니스에 대한 노력을 알게 됐고, 크리에이티브 시장이 각 나라별로 서로 커넥션을 이루고 있다는 상황이 자극제로 다가왔습니다. 자국의 시장에 한계성을 느끼고 브로드하게 접근하려는 시도는 비단 다른 나라의 일로만 생각하여서는 안될 것이며 크리에이티브에 종사하는 여러 실력 있는 광고인들의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한 신인 일본 감독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아시아광고제에서는‘Made in ASIA’라는 주제를 각국에 보내서 시나리오를 공모하고 그 중에서 4편을 뽑아서 숏 필름을 제작을 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감독한 지 일년이 안 되고 일곱 편 이하의 작품만을 연출해 본 경력의 신인 감독만이 시나리오를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뽑힌 4편중에 은상을 받은 일본 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신인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영상의 기법을 성숙하게 표현할 줄 아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고, 무엇보다 광고제의 시스템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는 뉴디렉터 부분에서도 테스트 필름으로 참여하여 은상을 수상했고, 이번 광고제를 통해 나름 훌륭한 런칭을 한 셈이 됐습니다.
이런 식으로 4~5년 전에도 광고제를 통해 일본의 한 신인 감독이 자신을 알린 적 있었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 내에서 최고의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의 존재와 자신만의 컬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광고제를 활용하는 일본의 신인감독을 보면서 국내의 재능 있는 많은 감독 지망생들도 활동 무대를 아시아로 넓혀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알리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그들의 실력과 기본은 우리를 크게 앞서 나가지 않습니다. 단지 시스템적인 접근방법을 활용할 줄 알고 좀 더 큰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과 새로운 접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뿐입니다. 글로벌 시각으로 더 큰 무대를 바라보며 활동하는 감독들이 많이 탄생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승주 감독은 오이스터픽쳐스의 대표지만 광고 촬영에 있어 글로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는 숏컷필름과 활동한다. 따라서 이번 ADFEST에서도 숏컷필름 감독으로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