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오ㅣ 이상오아트 대표 ㅣ soart@naver.com
홍준선ㅣThe SOUTH 5팀 차장 joonsun.hong@cheil.com
영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 1998sus)’은 뉴욕 맨해튼에 사는 상류층 10대들의 본능적인 쾌락과 발칙한 사랑 게임이 그 줄거리다.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려한 소품들이 볼거리인데 특히 남자 주인공 세바스찬을 남들보다 더 쿨(Cool)한 존재로 부각시키는 강력한 무기가 바로 검정색 클래식카 1956년형 재규어 XK140이다.
1956년형 재규어 XK140은 무려 50여 년 전에 탄생한 클래식카이지만 날렵한 외관과 스포티한 매력은 현재 재규어의 ‘호화로운 고성능’이미지를 정립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아직까지 영국의 귀족적 이미지를 지닌 재규어는 감히 신흥 부호들이 탐낼 수 없는 ‘전통’을 보상해 준다. 물질적 욕망과 지적인 허영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재규어, 세사엥서 가장 아름다운 럭셔리카로 재탄생한 재규어를 만나보자.
우아하고 화려한 재규어 고유의 이미지
<광고1>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2007년 형 재규어 XJ의 전통적인 미와 현대적인 자신감이 조화를 이뤄 더욱 우아한 품격이 느껴지는 보디라인을 보여준다. 완벽에 가까운 디자인적 비율(Proportion)은 영국 왕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로서 재규어의 전통성과 럭셔리한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자동차의 역사가 기술적인 진보의 역사로 불리기도 하지만 자동차 브랜드 저마다 나름대로의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기에 다른 브랜드와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디자인이다.
<광고2>는 레트로적인 딱딱함과 클래식의 중후함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변신을 시도한 흔적이 보여 진다. ‘화려함(찬란함)은 가치가 있다’라는 카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재규어의 매력에 빠져들 수 밖에 없게 만든다. 한적한 오솔길을 시속 20Km로 달리는 유유자적(悠悠自適)한 뒷모습에서 그리고 모노톤의 비주얼에서 재규어의 명성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레이아웃 또한 곡선의 미학을 표현하고자 오른쪽 가장자리 부분을 웨이브 처리한 디테일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 현상이나 사물을 보는 관점 혹은 각도에 따라 그 이미지가 달라 보일 수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어떤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광고3>은 아름답게 성형 수술한 재규어의 얼굴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클로즈업하고 있다. 아마 포토그래퍼가 바닥에 누워 자동차의 그릴과 헤드램프를 돋보이게 촬영했으리라. 메시그릴 부분은 절제하고 ‘알루미늄 모노코크’ 프론트가 부각된다. 이 광고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바닥이 투영될 만큼 빛을 발산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닮은 디자인 카리스마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블랙톤의 배경과 골드 컬러 폰트 카피 그리고 은빛 찬란한 자동차의 완벽한 하모니는 ‘럭셔리카는 바로 이런거야’라는 자부심을 보여준다.
재규어를 부활시킨 Gorgeous 캠페인
<광고4>는 ‘Beautiful Fast Car’라는 재규어의 새로운 슬로건을 가장 잘 표현하는 ‘Gorgeous’캠페인 시리즈 광고 중 하나이다. 그야말로 역동미가 느껴지는 비주얼과 ‘Gorgeous’의 이니셜 ‘G’를 필기체 형식으로 처리한 타이포그래피가 인상적이다. 모델과 자동차 비주얼을 분할하는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비주얼의 독특함을 살렸고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모노톤 색채는 아름다움을 소유하고자 하는 신비주의적 욕망을 담고 있다. 또한, ‘화려함(찬란함)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라는 카피에서 알 수 있듯이 새로운 디자인으로 부활한 재규어를 찬사하고 있다.
<광고 5~10>은 ‘Gorgeous’캠페인 시리즈로서 <광고4>에서 보여주는 비주얼 레이아웃과 컬러톤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 자동차를 다르게 보여주는 방식과 ‘Gorgeous’를 다르게 표현하는 카피로써 캠페인의 다양성과 일관성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특히 <광고6~7>은 오랫동안 레트로클래식 마니아들을 감동시켜 온 재규어 대형 세단 XJ모델을 등장시켜 전통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다. 동시에 자동차 보디의 질감을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 기법 중 하나인 몰핑효과로 처리함으로써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철학을 보여 주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광고9~10>에서 재규어의 상징인 리핑 캣(Leaping Cat)오나먼트가 역동적인 아름다움에 포효하는 그래픽으로 처리된 점이다. 파워플하고 다이내믹한 디자인을 표현하는 재치있는 브랜딩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화려하게 재규어를 부활시킨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이언 칼럼(Ian Callum)’이다. 현존하는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 중 한명인 이언 칼럼은 재규어가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그 시대를 반영한 럭셔리하고 현대적인 감각(Comtemporary Luxury Modernism)’을 디자인에 잘 반영하고 있다. 1999년에 재규어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어 기존 모델의 디자인 혁신과 수 많은 컨셉트카 다지인을 담당한 이언 칼럼은 2006년 취임 후 처음으로 주도한 역작을 탄생시켰는데 바로 럭셔리 스포츠 쿠페의 절대강자 뉴 XK(New XK)이다.
“20대 청춘의 끓는 피가 느껴질 것이다.”라고 이언 칼럼이 말한 것처럼 뉴 XK의 등장으로 재규어는 전성기로 되돌아 가는 회춘(回春)의 영예를 얻게 되었다.
2006년 세계 자동차 전물가들로부터 2006년 최고의 차라는 찬사를 받은 뉴 XK, 앞에서 언급한 ‘Gorgeous’광고 캠페인이 중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었다면 뉴 XK광고캠페인은 젊은 감수성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아름다운 재규어의 유혹
<광고11>은 짙은 어둠과 자욱한 연기 속에서 자신 있게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뉴 XK를 등장시키고 있다. 스프레드 광고로 중앙에 세로로 위치한 격자 무늬는 메시 그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전통적인 재규어의 고유 디자인을 계승하려는 모티브를 얻어 전통적인 재규어의 고유 디자인을 계승하려는 디자인 철학을 보여주고 있다.
<광고 12~14>에서는 곡선화된 격자 무늬를 모델과 브랜드 명에 더 적극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났지만 클래식한 디자인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조명하려는 뉴 XK의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광고 15>는 레드컬러의 강렬함과 타오르는 듯한 불빛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운 고성능(Beautiful Fast Car)’에 대한 뉴 XK의 열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
풍만한 가슴이 돋보이는 몸에 착 붙는 티셔츠, 푹 파인 네크라인, 늘씬한 다리를 드러낸 미니스커트 등 여자들은 각종 유혹의 도구로 남자들의 가슴을 멎게 한다. 세게사를 통틀어 ‘유혹의 대가’라는 자리에 오른 퐁파두르 부인은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일세를 풍미한 여인이다.
그녀의 최고 무기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치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저 백옥 같은 피부였다. 이를 위해 그녀는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양산을 썼고, 계란 흰자와 꿀,달팽이,진주 가루 등을 섞어서 만든 화장품을 썼다고 한다.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기 위한 여자들의 치장은 지난 수세기 동안 끊임없이 발전해 왔다. 남자들의 영원한 로망 마릴린 먼로, 그녀의 금발머리, 립스틱, 그리고 하이힐은 그녀의 성적 매력을 배가시키는 강력한 도구이다.
자동차의 디자인을 얘기할 때 종종 날렵한 보디라인 운운하며 여성의 몸매로 비유하기도 한다. 남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여자의 매력적인 몸매와 마찬가지로 잘 빠진 외관을 가진 자동차가 거리를 지나가면 남자의 시선은 집중된다. 유행과 장르를 뛰어넘어 디자인의 명차로 일컬어지는 재규어. 클래식한 감성코드에 찬란한 미니멀리즘이 가미된 디자인에 세상 모두가 굴복을 하고 만다.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스톤은 고혹적인 자태로 남자들을 힘없이 무너뜨리듯 재규어는 오늘도 거리에서 잡지에서 남성들을 유혹에 빠뜨리고 있다. 아름다움에 반하고 열망하고 결국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디자인이요. 브랜드 차별화의 힘이 아닐까?